부동산 개발기업 A사는 현장 조사를 진행하는 날 원격 화상회의를 연다. 한 직원이 현장에 가서 해당 현장 상황을 영상을 통해 공유하면 화상회의에 참여한 다른 직원들도 함께 상황을 보고 꼼꼼히 검토한다. 현장 영상을 함께 실시간으로 보면서 직원들이 모두 공감하는 의사 결정을 이뤄낼 수 있게됐다. 제조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B사는 최근 재고조사, 현장실사를 할 때 화상회의를 도입했다. 현장 실사를 나간 직원이 회사로 복귀해 굳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돼 작업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제품 시안이 나왔을 때도 현장 직원들과 함께 영상을 보며 의견을 취합할 수 있어 의사결정도 빨라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 이후 화상회의 솔루션이 제조·물류·의료 등 분야까지 산업 분야와 규모를 가리지 않고 확장되고 있다.
29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글로벌 화상회의 솔루션 기업 줌의 의뢰를 받아 6개국 5,8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한 ‘코로나19 중 화상 커뮤니케이션의 영향’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겪은 2020년에 원격근무하는 직원이 최대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상회의 솔루션을 이용하는 직원 수는 2.7배 늘었다. 분야별로는 교육 분야에서 화상회의 솔루션 사용이 3.5배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전문서비스(2.8배), 의료(2.6배), 기술(2.4배) 순으로 나타났다. 화상회의 솔루션 이용 시간은 분야별로 최대 5배까지 늘기도 했다.
화상회의 시스템이 코로나19 시대에 새롭게 일하는 방식으로 자리잡았지만 장기화하면서 다양한 단점이 부각되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 줌의 경우 지난해 12월 국내 월 활성 이용자수가 434만 명에 달했지만 지난 2월에는 305만명으로 줄었다. 구글 미트도 같은 기간 47만명에서 25만명으로 감소했다. 네이버 웨일온 등 화상회의 솔루션이 출시된 영향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화상회의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기업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대규모 직원들이 참여하는 회의의 경우 발화자가 동시에 맞물리는 경우가 많아 집중에 더 많은 노력이 든다"며 “비디오 잠시 꺼두기 등 다양한 방법을 취하면서 피로도를 해소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은 화상회의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음 달부터 협업툴 ‘팀즈’ 내에 가상 출퇴근 기능(Virtual Commute)을 운영한다. 원격 근무지만 가상 출퇴근 시간을 예약할 수 있다. 출근 시간이 되면 디지털 비서가 오늘 해야 할 일, 점심 시간, 미팅 일정 들을 확인해주면서 직원들이 관리를 받고 있는 느낌을 준다. 또 명상 어플리케이션 ‘헤드스페이스’와 제휴해 팀즈 내에 명상 기능을 탑재했다. 구글은 매주 화요일 밤을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날로 삼고 ‘테크기기 없는 화요일(No tech Tuesday)’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원격근무가 장기화하고 화상회의 솔루션 등 기기를 통한 비대면 소통이 강조되면서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없어지는 직원들을 위한 처방이다.
회사 내 인테리어에 변화를 줘 직원들의 피로도를 줄이려는 곳들도 있다. 혼자 화상회의를 할 때는 부스형 공간, 4인 이하의 소규모 미팅을 할 떄는 모니터를 공유할 수 있는 모듈형 소파와 테이블 등이 갖춰진 공간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화상회의에 지친 직원들을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해 재미를 더하는 기업들도 있다. 중개 스타트업 직방은 지난달부터 오프라인 사무실을 닫고 모든 직원이 원격근무를 하도록 하면서 협업툴에 가상공간 화상회의 시스템인 ‘개더타운’ 플랫폼을 추가했다. 화상회의 솔루션을 운영하면서 가상 공간에 아바타가 움직이며 재미를 높인 게 특징이다.
BCG 측은 “조사에 참여한 국가 대부분에서 원격근무가 일상으로 남을 것을 볼 수 있다고 봤다”며 “원격근무는 팬데믹 시기에 반짝 떠오른 신기한 문화가 아닌 경쟁 우위가 될 것"이라며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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