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국내 다수 기업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미 진입한 곳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우리 하나 뿐입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항공우주산업 발전 방향 및 비전’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현호 KAI 대표이사 사장은 “UAM의 핵심은 비행체고 이를 위한 기반 기술 상당 수는 우리 독자 역량으로 이미 확보했다”며 2029년까지 UAM 비행체를 개발하고 2023년에는 위성 정보 서비스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안 사장이 기자 간담회를 가진 건 지난 2019년 9월 취임한 후 처음이다. 그는 “10년 후 KAI는 아시아 시장을 주도하는 제1항공우주기업으로 거듭나 매출 10조원의 세계 20위권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KAI는 최근 몇 년간 연간 3조 원대의 ‘박스권 매출’을 내고 있다. 이를 탈피해 오는 2025년까지 매출 5조 원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중간 목표를 세웠다. 또 현재는 18조 원 규모인 수주 잔고를 2025년까지 25조 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래사업과 관련해서 KAI는 △미래 에어모빌리티 △위성·우주 발사체 △항공방산 전자 △유·무인 복합체계 △시뮬레이션 등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날 안 사장은 국내 항공우주산업 최강자는 KAI임을 명확히 하고 파트너를 모색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UAM 관련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비행체를 만들 핵심 역량 보유 측면에서는 KAI가 최고인 것을 다시 천명한 것이다. 다만 누구와 손을 잡고 향후 UAM 시장을 이끌어 나갈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안 사장은 “앞으로 여러 형태의 UAM이 나올 텐데 현재 고민은 누가 가장 싸게, 품질을 좋게 만들어서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지다”며 “결국 표준을 주도할 어떤 컨소시엄에 우리가 붙을거냐, 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유수의 기업과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단계이며 일정한 시점이 되면 발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AI는 2025년까지 UAM 기술 관련 핵심기술을 추가 확보해 2029년까지 자체 실증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스페이스 엑스, 블루오리진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이끄는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 위성사업) 관련 KAI의 청사진도 소개됐다. 안 사장은 “중대형 위성을 수출산업화 하겠다”며 동남아 국가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KAI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진행하던 중대형 위성 기술을 이전받아 민간 부문의 수출 사업으로 육성하려 하고 있다. 중대형 위성은 소형, 초소형 위성 사업 대비 수익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KAI는 초소형 위성 사업과 관련해 기상 등 정보 서비스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안 사장은 “수익성이 떨어진 초소형 위성 제조 분야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기지국과 위성 영상을 해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진출하기 위해서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KAI는 5~7월 사이 관련 작업을 마무리하고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다.
KAI는 기존 주력사업인 군수, 민수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높여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월 시제기를 출고할 예정인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경 공격기(FA-50)의 수출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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