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투자에 카카오도 고무된 분위기입니다”(카카오 관계자)
구글이 한국의 정보통신(IT)기업 중 첫 전략적 투자처로 카카오와 손잡으면서 투자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구글이 먼저 카카오에 손을 내밀었고, 양쪽은 10개월 간 협의 끝에 구체적인 합의에 다다랐다. 이 과정에서 투자은행 UBS의 서울지점은 양측의 조율자로 나서 의미있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카카오 모빌리티에 5,000만 달러(565억 원)를 투자해 지분 1.7%의 5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다. 기업가치는 직전 칼라일 투자 유치 때와 비슷한 수준인 3조 4,000억원 규모다. 구글은 물론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도 첫 전략적 투자에 해당한다. 그전까지는 칼라일 그룹·텍사스퍼시픽그룹(TPG)·오릭스캐피탈·한국투자증권 등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에게만 투자를 받았다.
이번 투자는 구글이 자율주행 서비스를 영위하는 자회사 웨이모를 위한 투자처를 찾는 작업에서 시작됐다.
구글이 카카오 모빌리티에 처음 이 제안을 한 지난해 하반기에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기존 투자자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이미 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로부터 대규모 투자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인 카카오 모빌리티로서도 당장 추가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경쟁사인 우버와 티맵 모빌리티가 합작투자를 알리면서 논의 속도는 빨라졌다.
구글의 투자금이 다른 투자자에 비해 적기 때문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 참여 요구도 없었으며 카카오 등 대주주에게 최저수익률보장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는 재무적투자자인 칼라일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비슷한 시기 티맵 모빌리티는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로부터 4,000억 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실상 SK그룹이 3% 중반대의 최저수익률을 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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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 사업에서 협력중인데 앞으로 양사의 결합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스마트폰과 차를 연결해 운전중에 필요한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돕는 안드로이드 오토 시스템에 카카오 맵을 탑재했다. 국내는 정부가 보안상 이유로 구글에 고정밀 지도 활용을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구글 웨이모는 라이다(LIDAR) 기반의 자율주행을 연구중인데 이를 위해서는 고정밀지도가 필요하고 구글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관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제공 받을 수 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택시사업(가맹, 호출)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사용자 수요, 배차 관련 패턴, 실시간 최적 경로 등이 해당한다.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는 로보택시 사업에 구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구글은 차를 갖고 있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가려는 곳가지 자율주행으로 데려다 주는 로보택시를 일부 지역에서 상용화했다. 카카오가 이 알고리즘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쟁사인 티맵 모빌리티의 반격도 거세다. 택시가맹사에 과금제를 도입한 카카오와 달리 비과금 모델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의 티맵 버전도 정식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막대한 투자금까지 구축한 카카오 모빌리티와 티맵 모빌리티가 사용자 확보부터 기술 개발, 사업 확장 등 단계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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