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기업들이 앞다퉈 온라인 패션 플랫폼 인수에 나선 가운데 여성 패션 플랫폼 2위 기업인 '29CM'가 매물로 나왔다. 최근 패션 테크 시장은 신세계(004170)가 W컨셉을 인수하고, 카카오(035720)가 지그재그를 품는 등 유통 대기업들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가 소비 주축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인수해 미래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e커머스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9CM의 경우 올해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마지막 패션전문 매물로 거론되면서 벌써부터 인수 후보로 CJ오쇼핑과 무신사 등 각 업계 1위들이 거론된다.
20일 유통·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인베스트먼트 등 29CM를 운영하는 스타일쉐어의 주요 투자자들은 29CM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는 지난 2018년 GS홈쇼핑으로부터 300억에 29CM를 인수했다. 지난 2017~2018년 IMM이 스타일쉐어에 총 8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윤 대표의 지분이 일부 희석되고, IMM이 주요 주주로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29CM의 매각가를 2,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CJ오쇼핑과 무신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는 여성 전문 패션 스토어인 우신사의 실적이 부진해 여성복 강화를 위해 29CM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성 재원도 1,200억 원을 웃도는데다 최근 29CM 여성팀 MD를 파트장으로 영입해 이미 인수를 위한 준비를 끝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CJ오쇼핑은 기존 4050 고객에 더해 1020 고객을 끌어 들이기 위해 29CM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CJ오쇼핑 관계자는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인수 후보들은 29CM를 단독 매물로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IMM 측은 스타일쉐어와 29CM의 동반 매각을 원하고 있어 매각 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9CM는 최근 3년 연속 거래액이 100% 가까이 성장하며 지난해 거래액이 1,800억 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스타일쉐어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07억 원으로 2019년 41억 원에서 크게 확대됐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IMM 등 주요 주주들은 스타일쉐어와 29CM를 3,000억 원 정도에 통매각하길 희망하고 있다"면서 "다만 스타일쉐어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업계 추정가는 29CM 단독으로 1,000억 원대 후반이 공감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테크 기업에 대한 유통 대기업의 러브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일에는 신세계그룹이 여성 패션 플랫폼 1위 기업인 W컨셉을 약 2,650억 원에 인수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신세계그룹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 조직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1호 투자기업으로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3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가 지그재그 경영권을 인수했다. 카카오스타일은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오는 7월 합병 법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지그재그는 2015년 설립됐으며 개인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AI(인공지능)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거래액은 2016년 2,000억 원에서 지난해 7,500억 원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네이버도 지난해 브랜디에 100억 원을 투자하면서 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이 패션테크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장악해야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는 트렌드에 민감해 신제품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도 크다. 유행에 민감한 만큼 이들의 빅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앞으로의 사업 방향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패션 시장이 23조 원에 달한 만큼 커지고 있지만 종합몰이 사실상 패션에는 불모지인 수준인 것도 패션 플랫폼 인수에 불을 당기고 있다. 최근 쿠팡이 온라인 편집숍 'C에비뉴'를 확대하고 G마켓도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관 '패션 스퀘어' 등 e커머스들이 패션 부문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 패션 시장은 전문몰이 장악하고 있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은 마진이 높은 사업이지만 종합몰이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분야"라며 "수익성 개선과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패션 테크 기업 인수는 유통 대기업 입장에선 매력적인 딜"이라고 전했다.
/김보리·박민주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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