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학 미충원율 증가로 수도권 대학까지 정원 감축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밝힌 가운데 수도권 소재 대학 3곳 중 1곳이 정원 감축 사정권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이 100여 곳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실제로 정원 감축은 오는 2024학년도부터 이뤄질 예정인데 현재 고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수도권 정원이 줄어들면 ‘인 서울’ 대학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대학 입시 제도의 근본적 개혁 없이 숫자만 줄이는 구조조정이 가져올 그늘이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위치한 대학은 일반대 72개, 전문대 43개 등 총 115곳이다. 이 중 2018년 교육부의 2주기(2019~2021년) 대학 기본 역량 진단에서 자율 개선 대학으로 선정돼 올해까지 일반 재정 지원을 받는 대학은 일반대 53개, 전문대 27개로 총 80곳이다.
전날 교육부는 지방대 미충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대학에도 정원 감축 권고가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보면 올해 3주기(2022~2024년) 기본 역량 진단을 실시해 8월 말 일반 재정 지원을 받는 대학을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에 이 대학들을 대상으로 유지 충원율(대학이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점검할 예정이다. 수도권·동남권·충청강원권·대구경북권·호남제주권 등 5개 권역별로 설정된 유지 충원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1개 권역당 30∼50% 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하기로 했다.
2주기 진단을 기준으로 하면 수도권에서는 80개 대학 중 30~50%인 24~40곳이 정원 감축 권고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는 8월 발표될 일반 재정 지원 대학 수가 2주기와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수도권 전체 대학 중 최대 35%가 정원 감축 사정권에 들어간다. 교육부 관계자는 “3주기 진단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2주기 기준으로는 대략 수도권에서 수십 곳이 감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내년 하반기에 감축을 권고하면 실제 정원 감축은 현 고교 1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4학년도부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수도권 대학 정원이 줄면 ‘인 서울’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이 나온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임 모(55) 씨는 “고1 딸아이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데 정원이 줄면 선택의 폭이 축소될 수 있을 것 같아 염려된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서 모(54) 씨도 “안 그래도 고1 자식이 공부를 힘들어해 신경이 쓰이는데 정원까지 줄인다고 하니 화가 난다”며 “경쟁력 없는 지방대에 대해 조치를 하면 되는데 왜 수도권 대학 정원까지 건드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타 권역에 있으면 정원 감축 대상이 아닌데 수도권에 있어 감축 권고를 받을 수 있어 수도권 대학을 노리는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당연히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도권 정원이 준 만큼 지방대로 학생들이 이동하면 상관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수도권으로 가려는 흐름이 강해져 경쟁률이 더 치솟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의대·약대는 지방이라도 가는 것처럼 지방 대학에 경쟁력 있는 학과나 브랜드를 만들어 학생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더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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