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에르메스와 함께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비통이 한국 시내면세점 시장에서 철수한다. 고급화 전략을 바탕으로 한 사업 재편에 나서면서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위주인 한국 시내면세점을 철수하고 공항과 백화점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이궁에 의한 대량 구매가 루이비통의 고급화 전략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다이궁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면세점 시장구조가 독이 된 셈이다. 루이비통이 매장 철수를 진행할 경우 매출 타격은 물론 3대 명품 브랜드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위상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3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최근 한국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시내면세점 매장 철수를 결정하고 이를 해당 면세점에 통보했다. 루이비통은 현재 서울 4곳, 제주 2곳, 부산 1곳 등 총 7개 시내면세점에 입점해 있다.
면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수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순차적으로 매장을 정리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면세점과의 갈등으로 브랜드를 뺀 적은 있어도 한국 시장 전체에서 나가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루이비통이 한국 시내면세점 시장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는 고급화 전략이 있다. 하이엔드(고가) 명품인 루이비통은 가격 인상, 매장 축소 등의 방식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에서만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제품 가격을 일곱 번이나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면세 사업도 단체 여행객이나 도매 법인으로 등록된 다이궁보다는 개인 고객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시내면세점은 다이궁 매출 비중이 90%에 달해 이 같은 루이비통의 전략에 어긋나는 사업장이다. 지난 2017년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으로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내리면서 중국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고 그 빈자리를 다이궁이 메웠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다이궁의 비중이 90%까지 치솟았다. 면세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다이궁들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자 루이비통이 자신들의 정책과 다른 고객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며 “수량 제한을 걸어놓고 있지만 다이궁이 구매한 제품이 불법 유통되는 경우도 있어 더욱 경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루이비통의 철수 계획이 현실화되면 국내 면세점 업계가 입을 타격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최대 큰손인 다이궁은 화장품을 주로 사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 후 국내외 개인 여행객이 늘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매출 타격은 물론 매장 운영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루이비통은 면세점에서도 가장 넓은 매장을 운영하고 가장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어 철수한다면 가뜩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면세업계의 고용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면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를 어떻게든 유치해야 하는 입장이라 최대한 철수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 면세 시장이 살아나고 있어 철수 일정이나 방식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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