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간 도산대로의 터줏대감이었던 프리마 호텔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수자로는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이 거론된다. 인근에 개발된 고급 주택단지가 인기를 끌면서 호텔 운영보다는 개발 쪽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마스턴투자운용은 최근 청담 프리마호텔 인수를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마 호텔은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3성급 호텔이다. 영동대교 남단과 도산대로 남측 도로변을 접하고 있어 교통망이 편리하고 조망권이 좋다. 대지면적도 약 1,400평에 달해 그동안 강남 지역에 고급 주택을 개발하려는 부동산 디벨로퍼들과 건설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매수자로 나선 마스턴투자운용도 호텔을 철거하고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마 호텔 인근에 개발된 고급 주택단지들이 분양에 성공한 것도 긍정적이다. PH129(더펜트하우스청담)은 과거 엘루이 호텔 부지로 지난 2017년 부동산개발회사 빌폴라리스가 808억 원에 사들여 주택 단지로 개발했다. 장동건·고소영 부부를 비롯해 프로 골프선수 박은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누나 이덕희 등이 매입해 유명세를 탔다.
어퍼하우스 청담파크(파크빌라 재건축), 청담101(효성빌라 재건축) 등도 준공 전 초기분양에 흥행하면서 하이엔드 고급 주거지역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크고 작은 호텔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왔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비즈니스 고객들의 발길이 끊긴 한편 도심에서 개발 가능한 부지를 찾는 부동산 디벨로퍼들의 수요가 늘면서 거래가 활발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서울 시내에서는 크고 작은 호텔들이 고급 빌라나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태원의 랜드마크였던 크라운 호텔은 지난해부터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수자로 나선 현대건설-하나대체투자운용-알비디케이는 인근에 위치한 한남뉴타운과 나인원한남 등 고급 주거 단지를 겨냥하고 개발을 목적으로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한강호텔도 2019년 MDM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57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와 함께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경남호텔, 서초구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호텔,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 등도 부동산 디벨로퍼에게 매각돼 주거 시설로 탈바꿈 중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주요 입지에 대규모 주거 단지를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없기 때문에 매물로 나오는 호텔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호텔부지는 교통이나 조망, 생활편의시설 등 입지가 좋은 곳이 많아 주거시설로 개발할 유인이 많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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