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주요 시중 은행과 증권사로부터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대출확약서(LOC) 등을 제출받았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네이버와 연합 전선을 펼쳤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인수 자금 조달 등의 이견으로 결국 신세계 단독 인수로 가닥이 잡힌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신세계는 현재 이베이 본사와 이베이코리아 인수 방식 및 지분 등을 놓고 마지막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일 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최근 주요 시중 은행과 증권사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인수 금융 참여자를 모집했다. 신한은행·KB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 5곳과 증권사가 LOC나 이보다 구속력이 낮은 대출의향서(LOI)를 제출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아닌 신세계를 차주(借主)로 보고 주요 은행과 증권사가 몰렸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몰리면서 신세계 측은 금리 조건을 유리하게 조정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금융사들은 인수 금융 모집 과정에서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단독 인수하는 조건으로 LOC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LOC를 낸 한 금융사 관계자는 “참여 금융 회사들은 신세계 단독 인수로 생각하고 자금 조달에 참여했다”면서 “오히려 네이버가 참여하면 오픈 마켓 고객을 모두 네이버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세계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또 신세계가 지분 100%를 가져가야 담보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신세계 단독 인수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네이버의 참여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면서 “네이버가 불참하더라도 인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인수 참여 여부에 관해 모호한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 17일 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에 “입찰 절차에 참여한 바 있으나 본 입찰은 계속 진행 중이며 참여 방식 또는 최종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불참 가능성에 무게를 둔 해석의 근거는 여럿이다. IB 업계는 먼저 예상보다 높아진 인수 가격과 납입 방식에 관한 시각차가 네이버의 참여 가능성이 멀어지는 근거로 해석한다. 업계에서는 지분 100% 기준 4조 원을 약간 웃도는 가격이 논의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 연합이 3조 5,000억 원 안팎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사실은 이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네이버는 인수 지분의 20%를 부담하되 현금이 아닌 지분 납입 방식을 제시했지만 이베이 본사가 부정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가 사업 영역이 겹치는 데다 가격도 비싸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견 역시 내부에서 있었다는 설도 있다.
이뿐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까다로워진 기업결합 심사도 네이버에는 부담이라고 한다. 2009년 이베이가 지마켓·옥션을 인수할 때 공정위는 네이버가 오픈 마켓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도 고려해 이를 승인했다. 오픈 마켓 방식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네이버가 뛰어들면 번복하는 셈이 된다. 물론 네이버가 참여하더라도 20% 지분에 불과해서 50%가 넘어야 하는 경쟁 제한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네이버로서는 공정위의 심사대에 오르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IB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세계는 네이버가 참여하지 않아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차질이 없도록 자금 조달 등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불참하면 이베이 본사가 이베이코리아 지분 20%를 남기고 나머지를 신세계가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금융사들의 LOI 이외 △하남 스타필드 담보대출 △회사채 발행 등 자체 신용과 담보를 기반으로 인수 자금 조달 구조도 짜놓았다. 이베이 본사와 인수 자금 지급 등의 이견이 모두 해소되면 조만간 우선 협상자 발표도 이뤄질 것으로 IB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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