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국내 주요 은행들이 신규 가계대출 고삐를 더욱 조일 전망이다. 초저금리 환경이 끝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을 재차 주문하고 있으며, 은행은 신용대출 위주로 한도 축소와 금리 조정에 나서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6일부터 개인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기존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낮춘다. ‘신나는직장인대출’과 전문직대출 등 고소득자와 전문직에 나가던 신용대출 한도가 그만큼 줄어든다.
농협은행은 앞서 지난달 중순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운데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 연계 주담대 상품을 없애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농협은행은 같은 시기에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1∼0.2%포인트(p) 줄이는 방법으로 금리도 조정했다.
농협은행이 연달아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작년 말 대비 5.8%에 달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권고한 올해 연간 증가율 5%를 상반기에 이미 넘긴 것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은행들에 내렸다. 지난해 초저금리 환경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은행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이어지자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이었다.
올 들어 각국 경기 회복세가 눈에 띄게 나타났고, 제로금리 시대가 종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비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올릴 것이라고 공식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계속 이어간다면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대출자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된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지금까지 상승 곡선을 탔던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업계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연간 5% 기준을 맞추고자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1∼3%대로 조절했다.
은행들은 작년 말부터 각종 대출 우대금리를 줄이고, 고액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는 등 방법으로 총량 급증을 막았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함) 수단으로 꼽히는 신용대출은 적용금리를 더욱 높인 상태다.
은행들은 이달부터 개인별 DSR 규제도 확대 시행돼 속도 조절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들은 언제라도 대출 물꼬를 더 조여야 한다면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추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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