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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INSIDE] 쿠팡 화재 후폭풍? 없어서 못팔던 물류센터, 투자열기 찬바람

낮아진 캡레이트에 조달금리 상승 부담

화재보험료도 큰 폭 상승..손해율 높은 탓

ESG 기준 부합 자산 옥석가리기 전망도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무신사 물류센터가 매물로 나왔다. 미국계 펀드가 와이앤피자산운용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물건으로 매각 희망가는 약 1,000억 중반대로 알려졌다.

크게 높은 가격이 아닌데도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핵심 임차인인 무신사의 잔여 계약 기간이 3년여로 짧고, 경부고속도로에서 떨어진 여주 지역에 위치해 입지가 애매하다는 평가다. 최근 쿠팡 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인수자가 부담해야 하는 화재보험료가 크게 뛴 점도 부담이다. 4% 안팎의 캡레이트를 고려하면 사실상 먹을 게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국내 물류센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국내 물류센터들의 캡레이트는 5% 중후반대를 오가는 수준이었다. 외곽에 위치해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도심 오피스 자산 대비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그러나 유통산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자산의 몸값이 급등했다. 특히 라스트마일 배송 기지로 사용할 수 있는 수도권 물류센터의 경우 3% 후반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연내 금리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높아진 몸값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조가 늘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5일 "하반기 조달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높은 가격에 자산을 담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부동산펀드나 리츠처럼 일정 수익률을 내야 하는 상품은 거의 못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추후 임대료를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물류센터의 경우 사실상 임차인의 네임밸류에 따라 자산가치가 변하는 자산인만큼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연합뉴스


지난달 쿠팡이 임차해 사용하는 덕평 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인수자가 부담해야 하는 화재보험료가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물류창고는 200억 이상 고액 가입건이 많아 재보험사의 협의요율로 보험료가 산출된다"며 "그러나 최근 몇년간 재보험 시장이 경색되고 창고업종의 손해율이 악화돼 요율이 큰 폭으로 인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에 지어진 창고형 물류센터의 경우 안전장치 등이 미흡해 사고가 날 경우 대형 화재로 번질 우려가 크다. 리스크가 큰 만큼 보험사에서도 창고업종의 화재보험료를 계속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자산 매입 비용 외에 인수금융, 화재보험료 등 부가적인 지출이 커지면서 인수자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한편 인허가와 안전규정 등 건설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기존 자산들의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배송 인프라를 늘리는 유통 기업들이 임대료를 높이고 임차기간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결국 환경 친화적이고 근무자들의 안정성을 높이는 등 ESG 기준에 부합하는 물류센터들의 몸값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며 "입지와 수익성, 안정성 등을 고려한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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