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가 택시·대리에 이어 물류 사업에도 손을 뻗는다. 카카오는 택배·퀵으로 대표되는 ‘라스트마일’ 영역, 티맵은 기업간(B2B) 화물 운송인 ‘미들마일’ 영역에서 전초기지를 구축한 뒤 장기적으로는 물류 전 영역에 진출해 정면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카카오 T 퀵·택배’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퀵서비스와 택배는 물류가 최종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라스트마일 영역의 물류 서비스다. 이미 3,0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한 카카오 T로서는 앱에서 양질의 퀵·택배 서비스를 제공만 하면 수많은 수요를 손쉽게 창출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존 퀵서비스의 경우 기업(B2B) 고객이 주 대상이었지만, 카카오 T 퀵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인 만큼 개인 고객의 수요도 새롭게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5월 미들마일 물류 스타트업인 와이엘피(YLP)를 700억 원 후반대에 인수했다. 미들마일은 원자재나 완성품을 물류 창고로 옮기는 등 기업 간 이뤄지는 물류를 의미하며, 라스트마일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YLP는 기존에는 대부분 수기로 이뤄졌던 기업과 운송기사 간 연결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접목해 효율화했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YLP의 화물 이동 시장 지식과 티맵의 플랫폼 기획·개발 역량을 합쳐 기존에 디지털화가 미흡했던 미들마일 영역에서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성장성 높은 물류 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수익 창출을 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 매출액은 지난 2012년부터 9.95%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해오다가 지난해는 약 7조 5,000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대비 약 18.4%나 증가했다. 하지만 빠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혁신은 느린 상태다. 카카오와 티맵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혁신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양사는 우선은 출혈 경쟁을 감수하기 보다는 각자 다른 영역에 집중해 세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한진과 함께 자율주행, 무인 로봇을 활용해 택배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라스트마일 영역에 집중한다. 티맵모빌리티는 당분간은 미들마일 영역을 집중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양사 모두 장기적으로는 물류 전 분야에 손을 뻗으며 정면 충돌할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6월부터 물류 신사업을 기획할 담당자를 영입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 가능성을 검토중이지만 서비스 초기 단계인 만큼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티맵모빌리티 또한 지난 4월 특허청에 ‘티맵유어퀵' 상표를 출원하고, 지난 9일부터는 미들마일과 라스트마일 물류 플랫폼 출시 경험이 있는 서비스 기획자를 채용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맵과 카카오 모두 다 궁극적으로 사람의 이동 뿐만 아니라 사물의 이동도 아우르는 통합모빌리티플랫폼(MaaS)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물류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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