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전 은행·증권사를 대상으로 공모펀드의 위험 등급 관리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사모펀드에 이어 공모펀드에 대해서도 부실한 판매 관리에 대해 대대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8일 금융 투자 업계와 금융 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전 은행·증권사에 최근 5년간 판매한 모든 공모펀드의 위험 등급과 관련한 자료 일체를 지난 6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위험 등급의 산정 기준 △위험 등급 변동 상황 △투자자들에 대한 고지 등이다. 은행들은 자료 제출을 마무리했으며 일부 증권사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제때 내지 못하고 시한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펀드의 위험 등급 공시 현황을 전면적으로 살피는 것은 2016년 공모펀드 판매 제도가 개편된 후 처음이다. 펀드 위험 등급을 5단계에서 6단계로 세분화하고 이 등급을 결산 시점마다 재조정하라는 것이 제도 개편의 핵심 내용이다. 그전까지는 펀드를 출시하면서 매긴 위험 등급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판매사들이 위험 등급 변경 사항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사모펀드 사태가 일단락된 후 공모펀드로 감독의 칼을 겨누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감독 당국이 최근 5년간 창구에서 팔린 공모펀드의 관련 자료 일체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들은 공모펀드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펀드 판매가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펀드 관리를 놓고 제재 리스크까지 커지면 판매사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대대적인 공모펀드 조사가 정은보 금감원장의 취임 이후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보호라는 두 가지 정책적 목표 사이에서 새 감독 당국 수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6일 정 원장은 취임사에서 “사전적 감독과 사후적 감독을 조화롭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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