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수소 생산의 핵심 원료인 암모니아 운송 시장에 진출하며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낸다.
현대글로비스는 세계 3대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트라피구라’와 운송 계약을 맺고 오는 2024년부터 암모니아 및 액화석유가스(LPG) 해상운송에 나선다고 5일 밝혔다. 계약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트라피구라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석유·가스·광물·비철금속 등을 취급하는 원자재 트레이딩 회사다.
현대글로비스는 2,000억 원을 투자해 암모니아 운송에 최적화된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2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선박은 적재 규모 8만 6,000㎥로 글로벌 VLGC 가운데 최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LPG 이중연료 엔진과 축(軸) 발전기가 설치된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된다. 축 발전기는 엔진 축의 회전력을 활용해 선박 추진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 발전기 자체의 가동 의존도를 낮춰 황산화물 배출을 저감한다. 이 선박은 암모니아 추진 엔진으로 개조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전 세계에서 암모니아를 선적할 수 있는 VLGC는 20여 척 내외로 VLGC 전체 선대의 10% 이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앞으로 수소 사회가 본격화해 암모니아 대량 운송 시대가 도래하면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모니아가 현 기술 수준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수소 저장·운송 매개체로 꼽히기 때문이다.
수소의 운송과 저장을 위해서는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체로 바꿔야 한다. 기체수소는 운송 용량이 제한적이고 액화수소(영하 253도 극저온 조건에서 액체 상태인 수소) 방식은 저장 밀도가 낮고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반면 수소에 질소를 결합한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비교적 쉽게 액화하고 단위 부피당 수소를 1.7배 더 저장할 수 있어 대량 운송이 용이하다. 이미 비료와 화학 산업 원료로 폭넓게 활용돼 대부분의 국가에 운송·저장을 위한 기반 시설이 구축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일본·호주 등에서 그린 암모니아 상용화에 집중하는 만큼 우리 정부 역시 암모니아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수소 공급을 2030년까지 194만 톤, 2040년까지 526만 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의 한 관계자는 “청정수소 인프라 구축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액화수소까지 운송을 추진해 글로벌 수소 유통 주도권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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