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서 시작한 골목상권 침해 및 소상공인 상생 논란이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SSG닷컴과 위메프 등 여러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그동안의 상생 성과를 내놨고, 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숙박 업주를 위한 지원책을 잇달아 내놨죠. 쿠팡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쿠팡은 지난 15일과 16일 연이어 그동안의 상생 성과와 관련된 자료를 냈습니다. 플랫폼들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음 달 국정 감사를 앞두고 어떻게든 상생 이미지를 만들어보려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쿠팡은 어떤 상생의 노력을 해왔는지, 또 반대로 어떤 점에서는 상생하지 못하고 있는지 요목조목 살펴봤습니다.
소상공인 매출 183%↑…상생 노력한 쿠팡
쿠팡은 그동안 꾸준히 상생을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과 손잡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판로 확대와 판촉 활동을 지원하는 ‘힘내요! 대한민국’ 캠페인을 비롯해 ‘소상공인 상품 전용관’, ‘지역 농수산품 전문관’ 등을 상시 운영하고 있습니다. 쿠팡에 따르면 올해 ‘힘내요! 대한민국’ 캠페인에 참여한 서울특별시·경상북도·전라북도 소재 중소상공인의 올해 1~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습니다.
쿠팡은 올해 6월부터 전복, 오징어, 새우 등을 생산지에서 직접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산지 직송을 시작해 어민들의 온라인 판로 확대도 돕고 있습니다. 또 올해 2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상생 협약을 맺고 3,70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조성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카카오(3,000억 원)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내놓은 것이죠.
그 결과 올해 2분기 쿠팡과 함께 하는 소상공인의 수는 전년 대비 154% 많아졌고, 이들이 판매하는 상품 수도 810% 급증했습니다. 또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판매량은 87% 늘었죠.
‘쿠팡=상생 기업’ 위한 과제는?
문제는 이러한 노력에도 쿠팡은 ‘상생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상생 기금을 마련하는 것만으로 진정한 상생을 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플랫폼이 모든 서비스에 상생을 내재화하고, 시스템 자체를 개편하는 차원으로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성장을 이루는 핵심 시스템들도 상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쿠팡의 아이템 마켓(위너)과 늦은 정산 주기를 최우선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두 시스템은 오랫동안 업계에서 쿠팡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돼왔고,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죠.
ⓛ대표 판매자 한 명만 선정하는 아이템 마켓
우선 아이템 마켓은 가격 경쟁력, 배송 만족도, 리뷰 등 각종 지표를 토대로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여러 판매자의 상품 중 하나의 상품만 ‘아이템 위너’로 선정해 대표 노출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판매자 A와 B가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A의 가격이 B보다 저렴하다면 A의 상품만 소비자에게 보이는 겁니다. 이럴 경우 판매자 A의 상품은 많이 팔리겠지만, B의 판매량은 0에 수렴하겠죠. 쿠팡 측은 ‘가격’이 아이템 위너 선정에 절대 요소는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쿠팡에서 더 비싼 상품이 아이템 위너에 선정되는 경우는 찾기 힘듭니다.
저렴한 상품을 알아서 노출해주니 아이템 마켓이 소비자들의 구매 편의성을 높이는 제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제도가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업계에서는 “아이템 위너가 판매자들 간의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상생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시스템”이라며 “소비자들의 선택 권리도 침해하는 제도”라고 비판하죠.
상품을 실제로 볼 수 없는 온라인 구매 시에는 상품평이나 판매자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곤 합니다. 최저가 상품이 아니더라도 다른 판매자보다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해왔고, 이전 구매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면 그 판매자가 파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쿠팡의 아이템 마켓은 다른 판매자들의 상품을 ‘다른 판매자 보기’라는 작은 탭 안에 숨겨뒀습니다. 무엇보다 모바일 앱에서는 판매자에 대한 고객 만족도 지수를 노출하기라도 하지만 PC에서는 이조차도 제공되지 않아 비교 자체를 어렵게 했죠.
또 아이템 마켓은 아이템 위너에게 다른 판매자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상품평들을 몰아줍니다. 쿠팡은 상품평과 판매자 평가를 구분해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이템 위너에 선정된 판매자가 그 상품에 대한 모든 상품평을 받은 판매자라고 오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는 다른 판매자의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작성한 상품평인데도 말입니다. 그동안 좋은 상품평을 위해 애써온 판매자들의 노력도 아이템 위너에 선정되지 못하면 빼앗기는 셈이기도 하죠.
이러한 지적에 대해 쿠팡 측은 “아이템 마켓이 광고비 중심의 출혈 경쟁을 막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라고 반박합니다. 문제는 쿠팡도 광고를 운영한다는 겁니다. 광고는 광고대로 집행하면서 아이템 마켓도 운영해 판매자들의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고, 소비자들의 선택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②타 플랫폼보다 긴 정산 주기
늦은 정산 주기도 쿠팡의 오랜 문제로 지적돼왔습니다. 쿠팡은 일별이 아닌 주나 월 단위로 판매 대금을 정산해주고 있는데 정산 주기가 최대 60일에 달합니다. 최근 소상공인과의 상생에 있어서 빠른 정산이 주목을 받으면서 플랫폼들이 앞다퉈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쿠팡도 지난해 KB국민은행과 손잡고 판매자들이 ‘선(先)정산’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3~4%의 이자를 내야 하는 대출 상품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대금이 빨리 지급되면 판매자들이 그 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펼칠 수 있어 생태계 발전에 매우 긍정적”이라며 “빠른 정산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으면 판매자들과 상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정감사 소환된 쿠팡, 상생안 내놓을까
다음 달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열립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다음 달 5일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를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호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발(發) 상생 논란이 커지면서 출석 불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과연 강 대표가 국정감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쿠팡을 둘러싼 상생 논란에 입을 열지, 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백주원의 리셀(Resell)’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쏙쏙 재정리해 보여드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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