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아바타 챗봇’을 만든다. 대화만 오가는 기존 텍스트 챗봇과 달리 캐릭터 자체가 독자적인 외형·성격·말투 등 특정한 개성을 갖고 소통하는 챗봇이다. 아바타 챗봇은 ‘제페토’ 등 네이버 메타버스 서비스에 활용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초거대 인공지능(AI)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아바타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사람처럼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챗봇 기술을 먼저 선보인 바 있다. 아바타 챗봇은 이 기능에 감정 표현 등 비언어적 소통을 강화한 캐릭터 챗봇이다. 네이버는 “다른 기업들이 선보였던 기존 아바타 챗봇과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데이터 없이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올 초 논란이 됐던 아바타 챗봇 ‘이루다’ 사태와 같은 개인정보 침해 위험이 훨씬 적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네이버가 SNS 대화 데이터 없이도 아바타 챗봇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하이퍼클로바가 한국어에 특화된 초거대 AI이기 때문이다. 하이퍼클로바는 5,600억 토큰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해 개발됐다. 뉴스 50년치, 네이버 블로그 9년치와 맞먹는 규모다. 하이퍼클로바는 또 ‘빅모델’이라는 방식으로 학습하는데, 이는 하나의 커다란 모델을 일반화해서 AI가 어떤 문제든 스스로 솔루션을 내놓도록 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만 넣으면 쇼핑추천, 고객응대, 회의록, 수요예측 등 각종 서비스에 빠르게 적용 가능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보통 사람처럼 대화하는 AI를 만들려면 가능한 한 많은 대화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에 특화된 모델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하이퍼클로바는 자체 구축한 한국어 데이터베이스(DB)가 방대하고 빅모델을 적용하고 있어 추가 학습 없이도 대화를 쉽게 생성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아바타 챗봇을 활용할 분야로는 메타버스 사업이 유력하다. 네이버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패션, 웹툰, 게임, 공연 등 각종 콘텐츠를 결합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바타 챗봇은 여기서 NPC(논플레이어 캐릭터)와 같은 게임 요소로 가미될 수도 있고, 쇼핑 관련 고객 응대를 하는 상담원 역할로도 활용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챗봇 캐릭터가 제스처나 감정 표현 등을 적절히 표현하면 사용자들은 챗봇과 더 자연스럽고 즐거운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며 “이러한 비언어적 표현은 챗봇의 답변이 부족하거나 실수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의 부정적 감정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대화 기술의 다양한 활용 측면에서 아바타 챗봇을 연구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서비스 출시 계획이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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