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소프트웨어유통망(ESD)인 ‘스팀’ 전용 휴대용 게임기 ‘스팀 덱’이 국내 전파인증을 받았다. 스팀 덱은 당초 북미·유럽에서 오는 12월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반도체 공급난으로 출시 시점이 내년 2월로 연기된 상태다. 국내 전파인증이 확인되며 그간 불투명하던 한국 정식 발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따른다.
29일 국립전파인증원에 따르면 밸브 코퍼레이션은 지난 25일 ‘특정소출력 무선기기’에 대한 국내 전파인증을 받았다. 공개된 모델명과 기기 특성, 밸브 하드웨어 제품 라인업에 미뤄볼 때 이 기기는 스팀 덱으로 추정된다.
스팀 덱은 밸브가 지난 7월 공개한 휴대용 게임기다. 전용 게임만 즐길 수 있는 콘솔 게임기와 달리 PC와 유사한 구조를 가져, 휴대용 컴퓨터(UMPC)에 가깝다. 실제 밸브는 스팀 덱 기본 운영체제(OS)는 리눅스 기반 스팀OS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를 설치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팀 덱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스팀이 유통하는 PC 게임을 HD 화질로 즐길 수 있는 휴대용 기기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스팀 덱은 AMD 라이젠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4코어 8스레드, 2.4~3.5GHz 성능을 자랑한다. 실 성능은 전 세대 거치형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가격은 최저 399달러로 책정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급 UMPC는 최소 80만 원 대 이상”이라며 “최근 치솟는 반도체 가격을 떠올릴 때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소프트웨어 유통을 표준화한 스팀 게임을 휴대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PC 게이머 중 스팀을 이용하지 않는 이는 극히 드물다”며 “방대한 라이브러리와 이용자층을 갖춘 밸브가 내놓는 기기인 만큼 기대감이 높다”고 전했다.
스팀 덱은 당초 국내 출시가 불투명했다. 밸브는 스팀 덱 예약을 북미와 유럽에서만 받았고, 오는 2022년 출시 지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혀왔다. 또 연내 출시가 목표였지만 반도체 공급난에 내년 2월로 출시 일정이 밀리기도 했다.
업계는 이번 전파인증으로 스팀 덱 국내 출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출시가 한차례 연기되며 내년 중 한국이 포함된 상태로 동시 출시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밸브가 과거 VR기기 등을 출시할 때와 달리 스팀 덱 한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한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다만 일각에선 섣불리 출시를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과거 밸브가 국내 전파인증을 받았지만 실제 정식 발매에 나서지는 않았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