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주주대표소송을 예고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현대자동차·GS건설·롯데하이마트 등 20~30개 기업에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주주대표소송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000여 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이들 30개 기업을 우선 타깃으로 삼아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위로부터 기업가치 훼손 확인 서한을 받은 기업은 현대차와 GS건설을 비롯해 대우건설·현대제철·롯데하이마트 등 최소 20곳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을 선정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 경영과 관련해 형사 기소됐거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 중 상위 20~30여 곳이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사의 경우 과거 담합 사건으로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이유로 서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갖고 있던 주주대표소송 권한을 하위 기구인 수탁위에 넘기는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 방안은 다음 달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수탁위가 주주대표소송 권한을 공식적으로 넘겨받기에 앞서 소송 대상 기업 선정에 나선 셈이다. 재계에서는 수탁위가 오는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인 주주대표소송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금의 수익률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기금운용본부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수탁위가 대표소송을 맡을 경우 소송이 남발될 것으로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정권의 이해관계와 시민단체의 입김에 휘둘리는 행태를 보여왔다”며 “기업의 정권 눈치 보기가 심화하고 자칫 연금 사회주의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국민연금은 장기 주주가치 제고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수탁자 의무 이행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과거 국민연금의 행태로 볼 때 ‘기업 벌주기’식 소송이 될 수밖에 없다”며 “주주대표소송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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