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협력에 시동을 걸었다. 양 사의 반도체 관련 담당 고위 경영진이 직접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 반도체 칩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현대차 내 제품 연구개발(R&D)을 맡은 고위 실무진이 만나 차량용 반도체 협력 방법과 시기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행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차량용 반도체 협력을 당부한 후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에 활용되는 초미세 회로 프로세서(AP) 설계는 물론 삼성 파운드리 공정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 사는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도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고성능 칩 설계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고성능 칩을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이 자동차 업계의 화두이고 삼성전자는 5나노 이하 반도체 칩 설계와 차량용 반도체 양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칩 설계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삼성전자의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를 활용해 생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처럼 양 사가 차량용 반도체 동맹에 속도를 내는 것은 반도체 쇼티지(품귀 현상)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반도체 생태계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이 올해 생산량을 초과해 오는 2023년까지 주문이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삼성전자와의 고성능 반도체 칩 협력 외에 차량용 칩 내재화 작업도 본격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미래차·반도체연대·협력협의체’에서 현대차그룹은 토종 팹리스 및 파운드리 업체와 지난해 12월 회동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위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력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크게 4개 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만간 계획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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