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긴축적) 본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기준금리 인상의 액셀을 밟는 동시에 시중의 돈을 걷어들이는 ‘양적 긴축’에도 나설 채비를 하자 코스피는 2700선이 무너졌고 환율은 달러당 1200원이 단숨에 뚫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고유가 충격도 현실화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초대형 종목 상장에 따른 수급 불안마저 번지고 있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내외부 복합 악재의 파도 앞에서 ‘돛단배’ 한국이 ‘퍼펙트스톰’에 갇혔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4.75포인트(3.50%) 내린 2614.49에 마감했다. 이날 하루 하락 폭은 지난 2020년 8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로 코스피가 2700선을 밑돈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은 32.86포인트(3.73%) 하락한 849.23에 거래를 마치면서 850선마저 깨졌다. 이로써 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7%, 12%나 떨어지며 전 세계 증시 중 하락률 1위와 4위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330조 원가량 증발했다.
이날 코스피 추락의 도화선이 된 것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었다.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친 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가 끝날지 모른다는 신호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가 1.876%까지 치솟았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을 넘어 1202원까지 올랐다. 이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 국내 양대 증시에서 2조 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주가 하락 압력을 키웠다. 증시 하방을 떠받쳤던 개인마저 5000억 원가량을 매도했다. 또 브렌트유는 7년여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 신규 상장으로 인한 수급 부담이라는 내부 요인까지 우리 증시를 옥죄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LG엔솔 상장으로 낮아질 코스피 장부가를 고려하면 후행 추정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해당하는 구간은 2450포인트 내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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