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무역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트릿지(Tridge)'가 벤처투자업계에서 3조 6000억 원 규모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 농식품 분야 스타트업 중 처음 ‘유니콘’ 에 등극했다. 트릿지는 방대한 농식품 무역 데이터를 활용해 독보적인 가격·품질 정보를 제공하며 농수산물 거래량을 폭발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회사측은 창업 7년 만인 올 해 매출액 1조 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31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트릿지는 2000억원 이상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회사측은 최종 투자 유치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최대 3000억에 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릿지의 시리즈D 투자 유치는 최근 국내 D자산운용사가 500억 원 가량의 투자를 약정하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탈(VC)과 해외 대형 투자기관도 트릿지에 대한 투자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돼 빠르면 오는 5월 중 투자 유치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릿지가 이번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3조 6000억 원 정도로 평가돼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말하는 ‘유니콘’ 기준을 훌쩍 넘어서게 됐으며, 투자액이 최종 납입되면 올 하반기 트릿지의 몸값은 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릿지가 지난해 하반기 포레스트파트너스에서 700억원을 투자받으며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6000억 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1년이 채 되지 않아 6배 넘는 성장세를 기록한 셈이다. 2015년 출범한 트릿지는 이듬해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30억 원의 첫 투자를 유치하며 이름을 알렸다.
트릿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농·축·수산물 무역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서울대 기계공학부 졸업 후 미국 미시간대에서 금융공학 석사를 받은 신호식 대표가 원자재 투자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했다. 트릿지는 직접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수만 종의 농·축·수산물 거래를 중개하고, 구매자가 플랫폼에서 주문을 넣으면 현지 농장 실사, 계약 협상, 운송, 세금 처리 등 무역 업무를 대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트릿지는 경쟁자가 없을 만큼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데 설립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서비스를 구상하고 개척한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월매출 200억 ~300억 원을 올리고 있는 트릿지는 최근 가파른 성장세로 조만간 월 매출 1000억 원 달성이 예상되고, 올 해 매출도 1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트코를 비롯해 월마트·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와 켈로그·돌(DOLE) 등 식품업체들이 주요 고객사다.
트릿지가 현재 수집하고 있는 농산물 품목은 총 15만 종에 이르고 설립 후 약 7년간 쌓은 가격 데이터도 5억 건 이상에 달한다. 인공지능(AI)을 통해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고 있으며, 일부는 현지 전문가들이 직접 도매 시장 등을 발로 뛰며 정보를 얻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별다른 경쟁사를 찾기 어려울 만큼 트릿지의 경쟁력은 차별화돼 있다는 평가다.
트릿지의 한 관계자는 “방대한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농산물 풀필먼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하고 투자 제안들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