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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로봇 전쟁 시나리오

오늘날 우리는 군용 로봇에게 너무 많은 능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년 8월 미 해군의 무인항공기(UAV) 조종사들이 조종하고 있던 무인 헬리콥터 'MQ-8 파이어 스카우트'가 메릴랜드 상공에서 교신이 두절됐다.

이 기종은 지상과의 교신이 두절되면 최초 이륙 장소로 귀환토록 프로그래밍돼 있었지만 정작 방향을 선회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었다. 이에 미군은 즉각 연방항공국(FAA)과 북미 방공사령부(NORAD)에 비상을 걸어 F-16 전투기로 무인기의 수도 진입을 막고자 했다.

이후 이 무인기는 백악관을 수㎞를 남겨 놓은 지점에서 교신이 이뤄져 안전하게 귀환됐다. 며칠 후 이 사건을 다룬 한 언론의 기사제목은 이랬다. '변절한 UAV가 미국 수도 상공을 배회하다'.

당시 파이어 스카우트 무인 헬리콥터는 비무장 상태였다. SF영화 속 로봇들처럼 인간을 위험한 존재로 결론짓고 제거에 나설 만큼의 지능과 자율성을 갖춘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 미군을 위시한 세계 각국의 군 당국은 전력의 상당부분을 인간이 아닌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층 똑똑하고 자율적인 로봇 개발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펜타곤의 구매·기술·물류 담당 애쉬튼 카터 차관은 "현대의 군 체계는 일찍이 상상해 본 적 도 없고 전례도 없는 높은 수준의 '자율화'를 수용하고 있으 며 이는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군이 이 영역에서의 기술적 진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율화 태스크포스팀의 창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무어의 법칙

로봇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는 이미 지대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은 지상과 공중에서 약 2만대의 로봇과 원격조종무기를 사용하고 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파키스탄에 정기적으로 UAV를 잠입시켜 알카에다 조직원들과 군사 목표물을 공격한다.

또한 미 의회는 오는 2015년까지 모든 군용 차량의 3분의 1 이상을 무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미 공군이 매년 배출하는 UAV 조종사는 이미 유인폭격기와 유인전투기 조종사를 합친 숫자보다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 공군이 발행한 보고서 '기술의 지평'에 따르면 미 공군의 과학연구 목표는 "현재보다 더욱 월등한 자율성을 병기에 부여하고 더 폭넓은 자율의사 결정을 컴퓨터의 연산속도로 신뢰성 있게 해내는 것"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현재 인간이 담당하고 있는 모든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무인화시스템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미 공군 소속 한 고참 엔지니어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전 미 육군 첨단무인항공기시스템센터 크리스토퍼 찰리 소장 역시 "공상과학과 과학의 차이는 타이밍"이라며 고도의 지능을 가진 로봇병기의 출현이 결코 공상이 아님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군 조직이 이토록 놀라운 속도로 무인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에도 아직 어떤 나라도 로봇과 관련한 운용원칙이나 군용로봇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영국 셰필드대학의 노엘 샤키 교수는 "각국은 로봇시스템을 손에 넣자마자 일선 배치에만 매진하고 있다"며 "로봇 병기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지금껏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P.W. 싱어 박사는 저서 '전자 전쟁무기: 로봇공학 혁명과 21세기 분쟁'에서 로봇과 원격조종 병기는 과거에 화약, 기계화, 핵병기가 그러했듯 전 세계의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은 무어의 법칙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칩의 집적도가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처럼 로봇 병기의 지능과 합리적 사고력, 적응 능력도 빠르게 고도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와 비례해 로봇 병기의 파괴력이 커질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능과 자율성을 지닌 로봇 병기에 갑 자기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미 공군 수석과학자인 워너 댐 박사는 이런 말로 할리우드식 로봇전쟁 비전에 반박했다.

"모두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그려진 기계의 인간 정복 시나리오를 가장 두려워하지만 진정한 위험은 따로 있습니다." 여기서 진정한 위험이란 인간이 독점해왔던 핵심 임무들을 수행할 수 있는 군용 로봇 시스템의 개발에 성공, 대다수 임무를 이관했는데 로봇의 능력이 이를 수행하기에 부족했음을 너무 뒤늦게 깨닫는 상황이다.

군 간부, 로봇 설계자, 기술 윤리학자들과 수십 차례의 인터뷰를 거친 끝에 필자는 현재의 로봇 병기 프로젝트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파악했다. 하나는 로봇에게 지금보다 우수한 지능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들 스마트 로봇에 대한 인간의 통제권을 지금과 같이 유지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댐 박사의 걱정은 첫 번째 계획이 잘못됐을 때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는 두 번째 계획의 실패에 대해서도 고심해야만 한다.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지능을 가진 로봇을 개발했는데 그에 맞는 제어체계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로봇에게 인간 고유의 핵심영역을 빼앗기는 비극적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는 탓이다. 그때가 정말 찾아온다면 인간은 로봇이 장악하고 있는 세상을 더 이상 이해할 수도, 지배할 수도 없게 된다.

로봇의 진화

군수업체들은 더욱 빠르고 지능적이며 강력한 로봇을 만들고 있다. 이외에 또 어떤 기능이 이식되고 있을까.






보스턴 다이내믹스 빅독 : 인간을 따라 험지를 20㎞ 가량 이동할 수 있는 사족보행 짐 운반 로봇

하니웰 XM156 : 수직이착륙과 제자리비행이 가능한 감시·정찰용 소형 무인항공기

로보틱 테크놀로지 EATR : 기계톱이 달린 로봇 팔을 지녔으며 잎사귀가 붙은 나뭇가지나 낙엽으로부터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얻는다.

삼성테크윈 SGR-1 : 우리나라 휴전선에 실전 배치된 중무장 경계로봇. 침입자 식별 및 유탄 발사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ViRob : 인간의 정맥, 동맥과 같은 좁은 통로에서 이동할 수 있는 초소형 로봇

브리검영대학 WiSAR : 황무지 탐색구조용 UAV. 사람의 흔적을 찾아 실종자의 이동경로를 예측한다.

미 공군 아누비스 : 저격용 소형 UAV. 타격 가능 시간이 짧은 표적을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신속 공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카디오로보틱스 카디오암 : 길이 1㎝, 무게 85g 수술용 스네이크 로봇. 최소한의 절개로 심장 등 내장 기관 수술이 가능하다.





스위스 로잔공과대학 SMAVNET : 수 십 대의 초소형 UAV를 활용, 어떤 전장 상황에서도 신속히 완벽한 통신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UAV 프로젝트.

독일 DLR 찌르기 로봇 : 인체의 연조직 부상 연구용 로봇. 칼, 가위, 스크루드라이버 등으로 사람을 찌르거나 벨 수 있다.

웨스트잉글랜드대학 SlugBot : 정원의 민달팽이 제거 로봇. 외부 동력 공급 없이도 잡은 달팽이를 부패시켜 얻은 연료로 움직인다.

류블랴나대학 / 엡손 펀치 로봇 : 산업용 로봇을 개량한 것으로 인간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연구하기 위해 산업용 로봇을 개량해 만든 구타 로봇. 강도를 높여가며 사람을 때린다.

인간보다 인간적인 로봇

작년 여름 필자가 오하이오주 소재 라이트 패터슨 공군기지에 위치한 미 공군연구소(AFRL)를 방문했을 때 그곳의 과 학자들은 자신들이 개발 중이던 한 시스템의 시연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탐지와 회피(Sense and Avoid)'로 명명된 이 시스템을 UAV에 장착하면 내장센서가 다른 항공기의 접근을 감지, 충돌을 회피할 수 있다고 한다.

당시 연구팀은 여러 각도에서 다수의 항공기가 UAV에 접근하는 상황을 설정,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었다. 연구팀의 바람대로 오는 2015년 실용화가 이뤄진다면 UAV는 전투상황에서의 기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UAV 의 자유로운 미국 영공 비행이 가능해진다.

현재 FAA는 안전상의 이유로 UAV가 미국 영공의 민항기 노선에서 비행하는 것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탐지와 회피 알고리즘이 채용된 UAV는 이 제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온타리오 호수 상공에서의 성공적 실험이 촬영 된 동영상에는 UAV를 향해 접근하던 한 항공기 조종사의 음성이 들려왔다.

"저 UAV는 마치 실제 조종사가 조종하는 것처럼 움직입니다." 비단 동영상 속 UAV가 아니더라도 이미 미군 병사들은 몇몇 특수상황에서 로봇이 인간과 동등하거나 명백한 우위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일례로 UAV는 인간 조종사 가 감내할 수 없는 고속비행이 가능하며 수일 동안 쉬지 않 고도 훌륭히 작전을 수행한다.

또한 일부 군용 로봇은 사람 보다 월등히 빠르게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를 조준 사격하며 명중률도 높다. 현재 미 육군은 영화 '스타워즈'의 R2D2 로봇과 비슷하게 생긴 소형 로봇을 실험 중이다. C-RAM으로 불리는 이 로봇은 레이더를 사용해 아프가니스탄의 그린존이나 바그 람 공군기지에 떨어지는 포탄을 탐지, 격추하는 용도로 개발되고 있는데 명중률이 70%에 이른다.

공군 과학자들의 경우 기상위성의 데이터로 항공기의 진로를 순식간에 바꿔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는 로봇 조종사에 대해서 논하고 있 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부터 조종사의 방향감각이 상실됐을 때 항공기의 지상 충돌을 방지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F-16 전투기에 채용될 예정이다.

다만 아직은 이러한 기계의 능력에는 인간의 노동이 수반된다. 실제로 미 공군 자료에 따르면 전투형 UAV 'MQ- 1 프레데터' 1대의 운용에 평균 68명이 동원된다. 이들 대부분은 매번 비행 시마다 UAV가 보내오는 대량의 데이터 처리 작업에 투입된다. 펜타곤이 UAV의 센싱 시스템을 9개 센서를 사용하는 기존 '고르곤 스테어'에서 센서 368개의 '아르고스(ARGUS)'로 전환 하려해 데이터 처리 인력의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펜타곤은 최근 스마트센서의 활용을 시작하고 있다. 이 센서는 동작감지 알고리즘을 통해 어떤 데이터가 중요한지를 스스로 결정하며 광활한 사막에서 표적이 나타나더라도 불과 몇 분 만에 관련 정보를 전송한다. 지금은 정보 전송에 19시간이나 걸린다.

세계적 로봇 공학자인 미국 조지아텍의 로널드 아킨 교 수는 특정한 규제가 주어진 상황이라면 무장 로봇이 인간보다 더욱 도덕적으로 군사작전을 실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그의 연구팀은 '윤리제어장치(Ethical Governor)'라는 프로토타입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이를 탑재한 로봇은 교전수칙에 포함돼 있지 않은 목표를 살상 할 수 없도록 통제된다.

또한 살상구역 밖의 목표를 공격하지 않으며 공격목표 주변에 대한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한다. 게다가 로봇은 근본적으로 복수심, 자기방어 욕구, 공포, 히스테리를 느끼지 않는다. 필자는 작년 9월 아킨 교수를 만나 이런 얘기를 들었다. 이때는 마침 펜타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3명을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한 미군 병사 5명을 기소한지 며칠 뒤였다.

"로봇은 이미 인간보다 강하고 빠르며 똑똑합니다. 로봇을 비인간적이라 볼 이유가 무엇입니까. 전투상황에서 인간 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병사는 현재의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입니다."

신뢰성을 확보하라

AFRL 보안구역에서 필자는 자동화 공중급유 시스템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을 통해 UAV는 난기류가 몰아닥치는 상황에서도 공군 급유기에 접근, 30분 만에 재급유를 마쳤다. 미 공군은 지난 60 년간 유인항공기로 공중급유를 해왔다.

공중급유 초기인 6·25전쟁 당시에는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걸쳐 제트전투기와 폭격기에 급유를 했다. 이러한 공중 급유에 힘입어 군 당국은 작전범위 확장에 필요한 항공기와 공군기지의 수를 줄일 수 있었고 항공기는 연료 대신 더 많은 무기를 탑재한 채 이륙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중급유를 위해서는 두 항공기가 근접비행을 해야 했고 적정 거리를 조절하는 것은 늘 인간 조종사의 몫이었다.



노스롭 그루먼과 여러 기관이 공동 개발 중인 자동화 공중급유 시스템은 무인화를 추진 중인 미 공군의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현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 시스템의 알고리즘을 정밀화하면서 UAV를 대신해 리어제트기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다.

이와 관련 AFRL에는 장병들의 공중급유시스템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가 구비돼 있다. 필자도 퇴역한 보잉 KC- 135에서 떼어낸 공중급유장치 통제석에 앉아 직접 급유장치를 조작해 볼 기회를 잡았다. 관측창 밖에는 실제 비행중인 급유기에서 보일 법한 풍경이 스크린을 통해 비춰졌으며 이윽고 UAV 1대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 UAV는 GPS의 도움을 받아 급유기를 쫓아오더니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편대 비행을 시작했다. 급유 통제관이 해야 할 일은 오른손으로 급유봉을 조작, UAV의 연료탱크 위로 위치시킨 후 왼손으로 급유봉을 늘려 UAV의 연료탱크와 연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급유봉은 한 번도 UAV 근처에 도달하지 못했고 급유는 실패로 돌아갔다. 필자에게 급유시스템의 조작은 분명 어려운 임무였으며 필자보다는 기계가 훨씬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들의 위험천만한 실수

물론 로봇들이 언제나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88년 페르시아만을 순찰하던 미군 순양함이 이란 여객기를 격추, 탑승자 290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순양함의 자율화 레이더시스템이 이 여객기를 전투기로 착각하면서 생긴 비극이었다.

AFRL의 과학자들은 기계를 너무 맹신하면서 벌어진 이런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07년에는 소형탱크 모양의 무인전투로봇(SWARDS)이 이라크에 처음 배치됐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수된 일이 있었다. 이를 놓고 로봇이 아군에게 총을 겨눴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또한 이라크에 배치된 포병무기 방어시스템 C-RAM도 미군 헬리콥터를 로켓탄으로 오인해 조준한 적이 있다. 다행히 사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왜 사격하지 않았 는지가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지난 2006년 이라크에서 귀환한 어느 병사는 자신이 사용했던 지상 로봇이 멀정히 이동하가다도 제멋대로 길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조종사에게 되돌아왔으며 심지어 제자리에서 돌기도 하는 등 여러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싱어 박사 또한 같은 해 SWARD 로봇이 제작사의 중역들 앞에서 성능을 시연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제자리를 뱅글뱅글 돈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 로봇의 기관총에는 실탄이 없었기에 별다른 사고는 없었지만 지난 200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육군훈련장에서는 자율형 방공포가 갑자기 제멋대로 포구를 돌려대며 500발의 탄을 발사, 9명의 병사가 사망하고 14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사고에서 알 수 있듯 자율성을 지닌 지능형 로봇의 개발보다는 그 로봇이 항상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다. 미 공군의 '기술의 지평' 보고서에 도 "자율형 시스템의 신뢰도 측정 기준 개발이야말로 무인화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가장 큰 기술적 장벽"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로봇 개발사들은 지상과 하늘에서 로봇의 정상 작동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실제 전장과 완벽히 동일한 상황을 구현해 실험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돈도 많이 든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이를 보완할 수 있으나 상상력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로봇들이 온갖 변수가 판을 치는 실제 임무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AFRL의 제어과학분과 기술자문인 다니엘 톰슨 박사도 로봇의 자율성이 과거 자동비행 수준에서 적응형 자율비행 제어의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로봇의 학습능력도 증대되면 서 로봇이 어떤 동작을 취할지 예측하는 게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그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는 기술을 제어할 도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로봇의 기술적 불완전성은 정치적 영향과도 관련이 있다. 남보다 우월한 지능과 성능을 갖춘 로봇으로 전술적 우위를 점하려는 국가들은 충분한 실험이 실시되지 않아 통제불능의 위험을 안고 있는 자율형 시스템이라도 선뜻 일선 배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붕 위의 관망자

미국 외에도 현재 군용 로봇을 개발 중인 국가는 무려 43개국에 달한다. 그리고 국제무인기기 시스템협회(AUVSI)에는 총 6,000개의 기관·단체·기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의 윤리·첨단과학 그룹 리더인 패트릭 린 박사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숴 버리는 멍청이 로봇을 만드는 것만큼 쉬운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야심에 가득 찬 군국주의 국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모두 쓸어버리는 로봇을 개발, 전쟁을 확대시키는 사태가 발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예일대학 기술·윤리 연구그룹 의장인 웬델 웰라치 박사의 경우 "로봇에는 실제로 분별력, 유연성, 적응성이 없는데도 사람들은 그런 것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는 특히 자신의 로봇 제품을 과대광고하기 좋아 하는 군수사업체가 잘 저지르는 착각이라는 게 그의 판단 이다. 그는 또 "자율형 시스템의 진정한 위험성은 이들이 사용돼서는 안 될 상황에 사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군대에서 인간이 수행하기에 힘들고, 더럽고, 위험 한 임무를 원격조종 기계에게 맡긴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이후 자율형 시스템이 도입되며 기계에게는 갈수록 까다로운 임무까지 맡겨졌다. 그리고 우리는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구분치 못하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멍청한 UAV들이 지금껏 파키스탄의 민간인을 무려 1,000명이나 살상했다는 비참한 현실과 직면해 있다.

패트릭 린 박사는 이렇게 주장한다. "굳이 먼 미래가 아 니더라도 금융, 군사 등의 분야에서 모든 인간의 일상사가 인간보다 정보처리능력이 뛰어난 컴퓨터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컴퓨터의 실수가 주식시장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영화 '터미네이터'의 시나리오가 완전히 허튼 소리는 아닙니다." 전쟁이 보다 빠르고 복잡해질수록 기계의 지배에 굴복하지 않기란 더욱 힘들어 진다.

예를들어 기술적으로는 사람이 C-RAM의 발사를 중지시킬 수 있다. 다만 그러려면 단 0.5초 내에 상황을 판단, 조작을 행해야 한다. 하지만 기계가 표적에 대한 정보를 멀리 떨어진 원격 조종사에게 전달하고 조종사가 사격 명령을 내리길 기다리는 동안에도 금쪽같은 몇 초가 사라진다.

인간은 자율화 시스템의 초인적인 업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인간은 갈수록 기계의 감독자나 보조자로 전락하고 있다. 더 이상 결정권자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미군식으로 표현하자면 '지붕 위의 관망자'가 되어 가는 것이다.

제어권의 유연한 전환

AFRL의 연구자들은 자율화를 '전부 아니면 제로(all or nothing)'라는 식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필요에 따라 자율화의 정도를 조절하는 것, 다시 말해 각 사안 별로 인간이 결정권이 커질 수도 기계의 결정권이 커질 수도 있는 자율화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설명이다.

AFRL 엘렌 파울리코우스키 소장은 "우리의 목표는 자 동화를 통해 인간의 판단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지 결코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며 "인간의 생각이 배재됨으로써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면 그 시점에서 자동화는 멈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기계의 의사결정 과정에 이 정도로 개입할 수 있으려면 인간과 기계간에 엄청난 협조와 소통이 요구된다.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를 '로봇 3원칙'으로 표현한 바 있다. 로' 봇은 사람을 해치거나 해칠 수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사' 람을 헤치는 것이 아니면 사람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앞의 두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를 보호한다'가 그것이다.

하지만 인간과 로봇의 협동을 연구하고 있는 오하이오 주립대 데이비드 우즈 교수는 이 정도의 원칙적 접근으로는 전장에서 로봇이 직면하게 될 무수한 물리적, 도덕적 문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대신 로봇이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제어권을 즉각 인간 또는 다른 시스템의 로봇에게 이관하는 백업체계 구축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특별한 상황에서 로봇의 통제권을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즈 교수가 주창하는 '제어권의 유연한 전환'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 라이트 패터슨 공군기지에서 필자는 한 조종사가 '경계심 유지 제어스테이션(VSCS)'이라는 독특한 인터페이스를 사용, 4대의 UAV를 동시에 조종하는 시뮬레이션을 참관했다.

대형 모니터 두 대에는 4대의 UAV가 각각 다른 색으로 표시돼 있었고 임무에 적용되는 비행정보와 전 술데이터, 센서 수신범위, 목표 위치 등 모든 정보가 스크린 가장자리에 나타나 있었다. AFRL 기술자문인 마크 드래퍼 박사는 이 모습을 지켜 보며 지상의 고정된 표적을 관찰하는 임무라면 조종사 한 명당 최대 12대의 UAV 조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UAV센서가 보내오는 정보의 수신 권한을 정보가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VSCS를 활용, 인간과 기계가 오류 및 이상상황을 감지 할 경우 통제권을 다른 곳으로 이양할 수 있는지의 확인에 초점이 맞춰졌다.

드래퍼의 말이다. "UAV 12대 중 1대가 갑자기 빈 라덴과 같은 특급 표적을 발견했는데 그 표적이 차량을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고 가정해 보죠. 이 경우 한 명의 조종사가 빈 라덴을 계속 추적하면서 다른 11대의 UAV까지 함께 조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때는 빈 라덴 추적 UAV의 통제권이 추적전용 유닛에 넘겨집니다. 그리고 임무가 완료되면 추적에 투입됐던 UAV의 통제권은 나머지 11대를 조종하고 있는 원래의 조종사에게 반납됩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미 공군은 현재 인간을 더욱 기계친화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약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수단을 사용해 인간이 기계와 더욱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군대가 진정, 각성, 민감성 상승 효과 등을 내는 약물 연구에 관여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UAV 조종사들은 실제로 UAV를 조종하며 한 UAV에만 집중하고 다른 UAV들은 신경을 쓰지 못하는 일명 '터널 현상'을 겪는다고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의 연구결과에서도 1대의 UAV를 맡고 있던 조종사가 2대의 UAV를 조종하게 되자 작업능률이 반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과 로봇의 전투

AFRL의 인간능률부서에서 필자는 왕관처럼 생긴 다소 생소한 시제품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조종사의 뇌 전기신호를 수신하기 위한 전극들이 다수 부착돼 있었다. AFRL 측 설명으로는 향후 다수의 UAV를 운용해야 하는 조종사들의 머리에 이를 씌우고 심박수와 안구운동을 정밀 측정할 예정이다.

이 장치는 착용자가 피곤한지, 화가 났는지, 흥분했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 만일 조종사의 집중력이 약해졌다고 판단되면 전두엽에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각적·자기적(磁氣的) 자극을 가하며 스트레 스 반응이 감지되면 인간 또는 기계 감독관에게 이를 알려 UAV의 통제권을 다른 사람에게 이관시키도록 한다.

VSCS의 시연이 끝날 무렵 그곳에 있던 10여 명의 엔지니 어 중 한 명인 밥 스미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 우리는 제 몫을 하는 기계의 개발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어려운 것은 인간과 함께 임무를 잘 수행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작년 9월 과학자, 정부 관료, 인권변호사, 군인 등 40명 이 독일 베를린에 모인 적이 있었다.



로봇무기제어국제위원 회(ICRAC)의 첫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영국 셰필드 대학 노엘 샤키 교수가 지난 2009년 공동 창립한 이 기구는 군용 로봇이 전쟁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있는 데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키고 적법한 표적과 전투원의 자격, 공격과 암살, 스파이 활동, 군사행위 등의 기준이 될 교전수칙을 시대에 맞춰 정비하는 것이 설립목적이다.

데이비드 우즈 교수는 이러한 논의의 장이 마련된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며 인류는 오래지 않아 UAV 간의 전투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투가 현대 의 공중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 즉 UAV들이 서로를 감시·추적하며 신호의 송수신을 막고 정보를 탈취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전투로 인한 위협이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미칠 가능성은 적어질 것이다. 하지만 샤키 교수와 많은 로봇연구자들은 로봇을 이용한 전투가 정착되면 전쟁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위험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쟁 도발의 문턱도 함께 낮아질 것을 우려한다.

실제로도 미국은 이미 민간 정보기구의 손을 빌려 파키스탄에서 비밀군사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4 년 이후 파키스탄 북서부에만 UAV로 총 196회의 공습을 벌였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의 출범 이래 공격 횟수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패트릭 린 박사는 "UAV가 없었다면 그런 공습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로봇 병기 때문에 예전에는 할 수 없었던 종류의 전쟁 수행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당시 ICRAC 회의 참석자들 대부분은 무인 병기 시스템에 대한 규제 실시와 전투형 자율 로봇 병기의 추가 개발 금지를 촉구하는 성명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샤키 교수는 그 간의 경험으로 볼 때 각국 정책결정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각 나라가 로봇 병기 기술을 발전시키는 이유는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고 이를 위해 자율 전투로봇은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 도구임에 틀림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세계 군 당국이 바라마지않는 자율 전투로봇은 언제쯤 개발될 수 있을까. 예일대학 웬델 웰라치 박사는 사람들은 자율 로봇의 발전 속도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전문가들은 20년 정도면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탑재 로봇이 출현할 것이라고 보지만 100년이 걸릴 것이라거나 영원히 개발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있는 등 전망이 분분한 것이 그 방증이라 설명한다. 이 분야의 첨단기술을 다루는 AFRL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제어이론 부서의 수장인 시바 밴다 박사는 "공군은 유인 항공기에 필요한 기준과 제원은 잘 알고 있지만 UAV에 대 해서는 아직 젖먹이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과연 이 난제를 누가 선도적으로 이끌며 풀어내야하는지조차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싱어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그가 펜타곤의 관료들에게 자신의 저서 '로봇과 전쟁'에 대해 브리핑하자 한 고위 전략전문가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러면 누가 이 모든 것을 위한 전략 을 세우고 조정해야 합니까?" 싱어 박사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모든 사람들은 그게 당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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