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 수 없는 지구
언제까지나 지구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약 20억 년 후 태양이 팽창, 지구의 바다를 증발시켜 버릴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그나마 이 재앙은 그전에 우리가 멸망하지 않았을 때나 성립한다. 현재 안드로메다 은하의 이동 궤적상 수십억 년 내에 우리은하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궤도와 이동경로가 겹치는 직경 1,600㎞의 소행성 중 3분의 1은 언젠가 지구와 충돌한다. 그 충돌위험은 30만 년에 한 번꼴이다.
실제로 지난 1989년 3월에 지구가 6시간 전에 지 나간 지점을 직경 1㎞의 소행성이 통과하기도 했다. 만일 충돌이 일어났다면 핵폭탄 1,000발에 해당하는 타격이 가해졌을 것이다.
인류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10여 개의 소행성을 추적 중인 미국 라이프보트재단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소행성 충돌로 지구가 대파국을 맞을 확률을 러시안룰렛에 빗댔다.
"처음 방아쇠를 당겼을 때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다면 다음에 자신의 머리를 날려버릴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다음에도 발사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같은 위협에 맞서 인류는 인 공적 수단을 활용한 지구 탈출을 검토하게 됐다. 그리고 이는 먼 미래에 나 현실화될 일이 아니다.
이미 인류가 매년 소비하는 자연자원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은 2030년경 인류의 자원소비량이 지구 두 개가 필요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아울러 국제 인도주의 조직인 재난역학연구센터(CRED)에 따르면 지난 10 년간 지구를 덮친 가뭄, 지진, 폭우, 홍수는 1980년대의 3배며 데이터가 처음 수집된 1901년의 54배에 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 및 기후변화가 극심한 물 부족, 해안지대의 수몰, 광범위한 기근을 유발할 수 있으며 치명적 전염병, 핵전쟁, 기술의 오남용 역시 인류 문명을 붕괴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이렇듯 오늘날의 인간이 지구에 가하고 있는 위협을 생각하면 지구 환경의 회복을 위해서는 인류 전체가 오랫동안 지구를 떠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또한 앞서 열거한 위협 중 그 위험성이 과장된 것은 하나도 없다. 유명 군수산업체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엔지니어이자 라이프보트재단 우주이민위원회의 위원인 티해머 토스 페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공룡의 멸종은 어디까지나 우주 이민을 떠날 정도의 문명을 일으킬 지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인간과 공룡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또한 뉴욕대학의 화학자 로버트 샤피로 교수가 창설한 문명구조 연합(ARC)은 "인류는 파국적 종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문명을 그대로 복제한 다음, 안전한 방식으로 우주에 옮겨 인류의 문화·업적·전통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5년 미 항공우주국(NASA) 마이클 그리핀 전 국장도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미국의 우주프로그램 목표를 설명한 바 있다. "만약 인류가 앞으로 수십만 년 아니 수백만 년을 더 생존하고자 한다면 다른 행성으로 가서 살지 않으 면 안 됩니다.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지구에 사는 사람 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달인가, 화성인가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할까. 갈 수 있는 곳은 아주 많다. 우주에 인류의 생활터전을 세우고자 하는 1만 2,000여 명의 열성 회원을 거느린 전 미우주학회(NSS)는 인류가 일단 생활자원이 갖춰진 행성에서 살게 될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 NASA는 지난 2000 년 2억 달러를 들인 연구 끝에 인간의 DNA를 파괴하고 암을 유발하는 고에너지 우주선(宇宙線)으로부터 안전한 달의 지하 깊숙한 곳 또는 크레이터 안에 우주식민지 건설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달에 원자력 발전소, 태양발전소 등을 설치해 현지에서 직접 탄소, 실리콘, 알루미늄 등 생활에 필요한 자원을 채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NSS도 지난 2008년 '우주 정착 로드맵'이라는 보고서에서 달을 우주 이민의 첫 정거장으로 삼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얼음)이 있어 영구 기지, 호텔, 심지어 카지노 같은 위락 시설도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주 이민 옹호론자들 가운데 달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도 있다. 달은 지구에서 가깝고, 사람이 다녀온 적도 있지만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위성이 달보다 훨씬 많은 물과 탄소, 질소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태양계에서 화성은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갖춘 유력한 후보지다.
화성 탐사 및 이주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 화성학회(MS)의 로버트 주브린 회장은 "과거 해양탐험시대로 비유하면 달은 그린랜드, 화성은 북미 대륙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달과 달리 화성에는 약간의 공기가 있고 지구 대비 40% 정도의 중력도 있어 우주선(宇宙線) 방호 력이 높다.
또 NASA의 화성궤도탐사선 오디세이는 2002년 화성에서 대륙만 한 크기의 얼음을 발견했으며 화성 표면에 직접 착륙한 피닉스 로봇도 2008년 화성에서 얼음의 존재를 확인했다. 화성의 토양에는 충분한 탄소가 있고 낮 기온이 종종 영상 21도까지 올라가 따뜻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식물을 기를 수도 있다.
덧붙여 화성의 환경을 지구화시키는 것도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화성 지하의 얼음이나 다른 소행성에서 구한 얼음을 물로 변환해 얕은 바다를 만든 다음, 인간이 숨쉬고 우주선도 차폐해 줄 대기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주브린 회장은 말한다. "별을 만드는 것보다는 별에 적응하는 편이 훨씬 쉽습니다.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직접 미 대륙을 만들어야 했다면 어땠을까요?"
궤도상의 우주 식민지
하지만 이 모든 방안은 SF계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제시한 '행성 쇼비니즘', 즉 맹목적 행성 만능주의일 수도 있다. 혹시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에 우리가 원하는 기능의 거주지를 만든다면 어떨까.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해도 궤도상에 그만큼 큰 거주지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물자를 전량 지구에서 쏘아 올리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 대안으로 지구가 아닌 근지구 소행성에서 채굴한 자원으로 물자를 충당하는 방법이 있다. 근지구 소행성은 태양계의 어떤 행성보다 다양한 토질과 넓은 지표를 보유하기 때문이다.
1974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물리학자 제라드 오닐 박사도 실린더 모양의 직립식 대형 궤도 상 우주식민지 설계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 이 식민지는 축을 중심으로 분당 1회전하여 인공 중력을 생성한다. 또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또 다른 실린더 형식민지와 연결, 토크를 상쇄시키는 형태다.
무중력의 우주공간에 떠있는 이들 식민지는 수천 ~ 수백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오닐 박사의 우주식민지 크기도 길이가 32㎞, 내부 면적은 1,300 ㎢이나 됐다.
우주 이민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 중인 NASA 에임즈연구센터의 알 글로버스 박사는 오닐 박사의 구상이 넓은 내부시설과 끊임없이 비추는 햇살, 그리고 실린더의 회전축 부근에 무중력 레크리에이션 공간까지 갖춘 멋진 곳이라고 말한다. 다만 이곳에서는 근친혼 방지를 위해 거주자의 숫자를 최소 150 명 이상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거주자의 유전자 다양성이 낮아질 경우 사전에 저장해 놓은 DNA를 이용해 풀을 넓히는 것이 가능하다. 이 같은 지구궤도 우주식민지의 최대 이점은 꼭 궤도에만 머무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식민지 인근의 소행성 자원이 고갈됐거나 태양의 팽창을 피해야 할 때는 원자로나 태양 돛의 동력으로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도 있다.
태양계 밖 행성 중 지금껏 인류가 발견한 것은 총 500여 개다. 그중 인간 생명을 지탱할 대기가 있다고 확인 된 곳은 아직 없다. 하지만 이들 행성은 거의 모두 지난 10년 동안 발견됐다.
이 때문에 일부 천문학자들은 2264년까지 지구와 거의 유사한 생활조건을 갖춘 외행성 발견 확률이 95%나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작년 9월 NASA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후원하는 '릭-카네기 태양계 밖 행성 관측' 프로젝트에 참여한 천문학자들이 지구에서 2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에서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폐쇄된 우주 식민지 내에서 주민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식민지가 지구궤도에 있든, 수백 년에 걸쳐 외행성으로 이동해야 하든 큰 상관이 없다. 우주를 떠돌며 인류의 세대를 이어갈 '세대우주선'은 근처의 소행성과 혜성으로부터 자원을 채취하며 우주를 여행해 나갈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어디로 가야할지를 알았다면 다음은 어떻게 갈 것인가의 문제다.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지구 중력권을 이탈하는 것이다. 미국의 SF 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어딜 가더라도 우주선을 궤도에 올려놓기만 하면 이미 반쯤은 여행이 끝난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비용에서도 드러난다.
우주왕복선의 1회 발사비용은 약 4억 5,000만 달러. 그리고 1파운드(454g)의 화물을 궤도상에 보내려면 1만 2,0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 요금의 대부분은 지구 중력을 뿌리치고 첫 수백㎞를 나아가기 위한 로켓 연료비다.
이런 강력한 첫 장애물을 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엔지니어들은 로켓이 필요 없는 발사시스템을 꿈꿨다. 이와 관련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 미 해군은 '고고도 연구프로그램(HARP)'의 일환으로 거포를 사용해 궤도에 화물을 쏘아 올리는 방식을 연구했다. 같은 시기, 미국 버지니아 소재 데이터 어소시에이션의 물리학자 드렉티드먼 박사도 슬링게이트론(slingatron)이라는 우주 발사 시스템을 구상했다.
이는 초대형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물체를 지구중력권이탈 속도까지 가속시키는 장치다. 이 외에 많은 엔지니어들은 우주 엘리베이터의 건설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엘리베이터는 지면 과 연결된 약 10만㎞ 길이의 강력한 케이블을 따라 우주와 지구를 오고 간다.
지난 2000년 NASA 진보개념 연구소(NIAC)는 로스알라모스국립 연구소(LANL) 출신의 과학자인 브래드 에드워즈 박사에게 57만 달러의 자금을 주고 이 기계의 제작법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의 핵심은 태평양에 건설한 수상 구조물과 약 10만㎞ 상공의 위성 사이에 케이블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엘리베이터를 달아 각종 화물을 옮긴다는 계획이다.
연구 결과 에드워즈 박사는 1,400만 달러 이하의 금액으로 우주 엘리베이터를 제작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놨다. 단, 나노기술의 발달을 통해 케이블에 필요한 매우 가늘고 강력한 튜브를 만 들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였다. 우주선에 실을 화물의 중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더욱 현실적인 방법도 있다.
미국 LA의 디자인 컨설턴트 메이드인 스페이스의 대형 3D 프린터 기술이다. 이는 지구에서 가져온 자재나 재활용한 우주쓰레기를 3D 프린터에 넣어 인공위성 및 우주선 제작을 위한 물자를 현지에서 직접 만들자는 계획이다. 물론 이 프린터를 어떻게 우주로 가져갈지는 아직 검토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나노기술의 혁신도 이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분자나노기술 분야 과학자이자 작가인 존 스토스 홀 박사는 인류가 전도체와 전선에 엄청난 양의 구리를 사용하고 있음을 언급한다. 우리가 분자 단위에서 물성을 조절할 수 있다면 구리 없이 순수한 탄소로부터 흑연 전도체를 생산, 트랜지스터 및 컴퓨터에 사용할 수 있 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보다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
이러한 일련의 기술에 힘입어 지구궤도를 탈출했다고 치자.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주 먼 거리의 우주 여행을 하려면 화학연료를 쓰는 로켓 보다 성능이 좋은 엔진이 필요하다.
작년 11월 파퓰러 사이언스는 전 NASA 우주비행사인 프랭클린 창 디 아즈 박사의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그는 내장식이온 엔진을 사용하는 로켓을 개발 중이다. 디아즈 박사는 현재의 로켓 기술로는 화성에 가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리지만 자신의 로켓을 사용하면 40일 내에 도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본은 알루미늄박막을 입힌 폭 14m, 두께 0.0075㎜의 플라스틱 태양 돛을 펼쳐 태양에서 날아오는 광자의 압력을 받아 비행하는 우주탐사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탐사선은 작년 12월 금성을 지나쳤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 의하면 지금은 태양 주위를 돌고 있으며 다시 금성 궤도로 돌아와 5 년간 비행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핵융합 엔진의 실용화에 성공할 경우 달이나 다른 천체에서 구한 미래 에너지원인 헬륨3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또 NIAC는 지구와 화성 사이를 오가는 소행성에 우주선이 편승해 여행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우주선은 연료를 절약하면서 지구와 화성을 불과 6~10개월 만에 여행할 수 있다. NASA의 우주선 추진체 연구책임자였으며 성간 비행을 실현하기 위한 과학자, 엔지니어, 언론인들의 모 임인 타우재단을 설립한 마크 밀리스 박사는 한층 진보된 방법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놓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웜홀을 이용한 공간이동, 공간을 일그러뜨려 거리를 단축시킴으로써 광속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하는 워프 항법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는 레이저 기술의 발전으로 적어도 잠시 동안은 우주 워프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만큼의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실험을 통해 우주 워프 개념의 타당성을 이론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NSS의 마크 홉킨스 박사는 자기복제나노봇을 소행성에 보내 표면에 구멍을 내고 자원을 채굴한다든지, 달이나 멀리 떨어진 행성에 보내 산업문명을 건설토록 함으로써 향후 그곳에 정착할 사람들을 위한 터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이러한 문명건설 나노봇에 인간 DNA를 포장해서 보내면 적절한 시기에 현지에서 인류를 증식시키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홉킨스 박사는 현재도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계속 진화중이며 이를 부정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나아가 언젠가는 인간이 감수성을 지닌 기계를 설계해 인간의 본질을 기계 속에 업로드 시킨 뒤 먼 우주로 떠나보낼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그런 기계를 실은 우주선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태운 우주선보다 크기가 크지 않아도 된다. 인체에 유해한 우주선을 막는 기능도 필요 없고 거주 구역은 물론 사람이 다리를 뻗을 공간도 필요 없다. 성별도, 신체도 없는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것이 그리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홉킨스 박사는 이렇게 지적한다. "우리는 낭만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민간 우주 개발 시대
한편 미국 워싱턴주립대의 천체물리학자 더크 슐츠 마쿠크 교수는 얼마 전 '우주론 학술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현재의 경제적·기술적 능력으로도 유인 화성탐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화성에 보낸 우주비행사들이 귀환하지 않고 정착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지만 말이다. 그의 생각은 소수의 화성 정착민을 실은 우주선을 화성에 보낸 뒤에 무인 우주선으로 보급품을 정기적으로 전달하면서 매 4~6년마다 추가 정착민들을 꾸준히 보내 화성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렇게 20년이 지 나면 인류는 화성에 영구기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가 나간 지수주일 만에 마쿠스 교수나 논문을 함께 쓴 공저자들은 100통이 넘는 이메일을 받았다. 개중에는 16세의 청소년도, 65세의 노인도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지금 당장이라도 화성에 갈 준비가 돼 있다고 피력했다.
현재 우주 이주를 위한 기술적 진보 대부분은 민간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작년 12월 인터넷 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창업자 엘론머스크가 세운 우주산업체 스페이스X는 재사용 가능한 7인승 캡슐의 시험비행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 회사는 또 지금 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ISS로 화물을 수송해주는 계약을 NASA와 체결했다.
나아가 버진 갤럭틱,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등의 기업들도 지구 궤도 비행이나 ISS 단기체류 상품의 제안을 시작했다. 비글로우 에어 로스페이스는 2015년에 팽창식 우주 호텔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민간 우주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스페이스프론티어재단의 공동설립 자 릭 텀린슨은 인간은 그곳에 가지 않으면 안될 만큼 큰 이익이 있을 때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는 태도를 고수한다.
때문에 이 재단은 위험을 두려워하고 뚜렷한 방향 없이 움직이는 NASA는 언젠가 몰락할 것이며 민간 우주기업이 그 자리를 승계해 우주 개발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텀린슨 사장은 우주관광, 외계 행성 광물 채굴, 우주 태양 에너지야말로 지구를 떠나야 할 가장 큰 경제적 이유라고 본다. "우주 이주로 인해 돈이 생길 때 비로소 인간의 영구 우주 이주가 실현될 것입니다."
우주 이주는 존재론적 의무
하지만 미국 정부는 빡빡한 예산을 무릅쓰고 지구 이외의 거주지 탐색에 전력을 기울인다. 지난해 봄 오바마 대통령은 2025년까지 근지구 소행성, 2030년대 중반까지 화성 유인탐사를 실시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작년 10월 미국방위고등연구 계획국(DARPA)의 발표자료에는 NASA 에임즈연구센터와 합동으로 '100년 우주선'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100년 우주선을 가리켜 '성간 여행을 실현하는 우주 탐험의 다음 시대를 열 첫 발자국'이라 표현했다.
필자는 NASA 랭글리센터의 수석 과학자 데니스 부쉬넬 박사에게 우주 개발의 장래 전망에 대해 물었다. 그가 내놓은 답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그는 아직도 인간들은 우주선과 무중력이 인간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는 바가 너무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 방사능을 막아주는 우주복 없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법도 아직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마치 주문을 외우듯 이런 말을 반복했다. "경제성이 높은 것은 안전성이 없습니다. 안전성이 높은 것은 경제성이 없고요." 물론 적어도 현재는 부쉬넬 박사의 말이 옳다. 그러나 탐험이란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행위다.
오랫동안 NASA의 컨설턴트로 일해 온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캠퍼스의 물리학자 그레고리 벤포드 교수는 탐험에 따르는 위험과 보상을 저울질하다가 우주에 거주지를 세우는 기념비적 꿈을 이루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기 500년 전에 이미 미 대륙에 발을 디딘 바이킹족 탐험가 레이프 에릭손을 언급하면서 우주로 첫 발자국을 디딘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미국인들은 스스로 큰 발견을 해 낸 우주의 콜럼버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미국인이 우주의 레이프 에릭손이 될까 두렵습니다. 우주에서 몇 가지 사소한 일을 했지만 얼마 못가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만 그런 탐험가 말입니다." 언젠가 인간이 우주에서 살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연구자들과 엔지니어, 천문학자들은 인간의 우주 이 주는 존재론적인 의무며 인간의 자연스런 발전이라 여긴다.
또한 그들은 시간에 대해 매우 유연한 시각을 갖고 있다. 유인원은 건조지대로 나와 아프리카 사바나를 탐험했고 인간이 된 뒤에는 신대륙을 향해 닻을 올렸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식민지를 건설하거나 우주선을 타고 먼 우주로 항해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지구 탈출 시기가 언제가 되든 우주 이주 연구는 이주를 감행하기 전에도 지구에 즉각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지속가능한 거주구역을 설계, 가난한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한다거나 첨단 추진체계 연구를 통해 지구 내의 교통수단을 혁신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우주 태양에너지 연구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다. 소행성 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소행성의 귀중한 자원을 얻을 수 있으며 지구 근접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충돌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 타우재단의 마크 밀리스 박사는 "우주 식민지 개척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번영의 문제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도 우주 탐험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같은 탐험은 인류 공통의 이익을 위한 용감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밀리스 박사의 가장 큰 화두는 이렇다. 더욱 살맛나는 미래를 열어가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디에 가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사람인 것이,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이 기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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