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T 등 사용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으며 물질을 변화시키거나 신물질의 개발에도 필수적인 실험장치로 꼽힌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가속기는 포항 방사광가속 기가 유일하다. 하지만 양남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의료 용 중입자 가속기가 설치되고 있으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에 중이온가속기 설치가 결정되는 등 새로운 가속기의 건설 이 속속 예고돼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내 독자 기술로 중입자·중이온 가속기 구축의 핵심 원천기술과 대 용량 선형 양성자가속기 개발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국내 가 속기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마련될 전망이다.
ECR 이온원, 가속에너지 획기적 증진
먼저 원자력연구원은 중입자 가속기와 중이온 가속기에 필 수적인 중이온 다가이온 빔을 발생시킬 수 있는 ‘마이크로 파 전자 공명(ECR) 이온원’을 개발했다. 또한 이를 통해 다 가이온 빔의 인출에 성공했다.
ECR 이온원은 오는 2015년 완성을 목표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의료용 초전도 중입자 가속기의 핵심부품 일 뿐만 아니라 전 과학계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국제과학비 즈니스벨트의 핵심 연구시설이 될 중이온 가속기 구축에도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원천기술로 평가된다.
ECR 이온원의 역할은 이렇다. 강력한 자장 속에 플라즈 마를 가두고 고주파 전자공명 현상을 통해 전자들을 집중 가열, 그 온도를 수십 keV(수억℃) 이상으로 높인다. 이렇게 하면 원자가 다가이온으로 변환되는데 이를 선별적으로 추 출해 가속기에 공급해준다.
즉 ECR 이온원을 사용하면 가 속기의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고도 가속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중이온 가속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이라 불린다.
연구팀은 해외에서 개발된 동일 기종보다 강력한 자장 구조를 창출하기 위해 전자석과 영구자석 등 복잡한 자석 들의 구조를 최적화 배치했다. 이를 통해 다가이온 발생 영 역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자장 구조를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확보한 기술이 중이온 가속기 의 이온원 설계·제작에 직접 적용 가능함은 물론 반도체 생 산 공정, 나노 공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구개발을 주도한 오병훈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융합공 학기술개발부장은 “초전도 자석을 사용해 자장의 세기와 고 주파의 주파수를 높이는 등 과학비즈니스벨트에 설치 예정 인 중이온 가속기의 최종 요구 성능에 부합하는 이온원 개 발을 위한 후속 연구를 계속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용량 선형 양성자가속기 2013년 본격 가동
대용량 선형 양성자가속기 개발의 경우 미국과 일본에 이은 세계 세 번째 쾌거다. 양성자가속기는 수소원자에서 전자를 제거한 양성자 이온을 빛의 속도로 쏘아내는 장치로 이번 원자력연의 가속기는 1초당 약 12경(12만 조)개의 양성자를 빛의 43% 수준인 초속 13만㎞까지 가속할 수 있다.
이 가속기가 설치·운영되면 초당 10경개 이상의 양성자 를 가속시켜 다양한 분야의 이용자들에게 동시에 대량 공급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반도체 초정밀 가공, 다양한 성능 의 플라스틱 제조, 나노 입자 제조 등 미래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채소·화훼류의 신품종 개발, 동위원소 생산, 암 치료 연구 등에도 상당한 기여가 예상된다.
원자력 연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경주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내 에 이를 설치해 오는 2013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가속기가 본격 운영되면 IT 분야에서 고효율 전력 반 도체와 고성능 반도체 소재(웨이퍼) 제조 기술, BT분야의 식물 돌연변이 유발 기술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 기술 의 발전 및 신기술 개발에 기여가 예상된다.
또한 우주항공 (ST) 분야에서 우주 부품 내방사선(耐放射線) 시험 기술, 의료 분야에서는 양성자 암 치료 연구나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기술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는 양성자 가속기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게 됐다. 최 병호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장은 “개발 성공 후 최 근 경쟁적으로 양성자 가속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EU, 중국, 인도 등이 기술 제공 요청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국제 협력을 제안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또 “100 MeV 양성자 가속기 뒷단에 초전도 가속기 기술 적용해서 1,000 MeV까지 에너지를 확장, 중 성자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펄스형 중성자원’을 구축하 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성자는 물질 속의 수 소, 탄소, 산소 같은 가벼운 원자를 찾아내는 좋은 눈의 역 할을 하기 때문에 펄스형 중성자원이 구축되면 우리는 양 성자와 중성자 2개를 함께 갖춰 진정한 원자의 세계를 보고 만질 수 있게 된다. 그만큼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과도 대등 한 경쟁이 가능해진다.
용어설명
● 중이온 가속기
수소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원소들을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 다른 원자의 핵에 충돌시키는 과정 등을 통해 펨토 미터(1천조 분의 1m)의 세계를 연구하는 거대 과학 장비. 원자핵이나 소립자(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를 관찰하거나 새로운 입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중입자 가속기
중이온 가속기의 일종으로 탄소 이온을 빛 속도의 70%로 가속한 뒤 환자의 몸속으로 쏘아 암세포를 파괴하는 첨단 의료 장비. 주변 세포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암세포 등의 특정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어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 중성입자빔·고주파 가열장치
토카막의 플라즈마를 핵융합이 가능한 1억℃ 이상의 초고온으로 가열하기 위한 중성입자빔 또는 고주파를 플라즈마에 입사시켜 플라즈마 내의 전자 또는 이온의 온도를 높이는 장치.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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