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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바다에 배를 띄우자

공기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곳에 엉뚱한 유독성 가스가 가득 차 있을 수도 있다

지난 2007년 7월 버지니아의 농장주 스콧 쇼월터는 막힌 배관을 뚫기 위해 거름 구덩이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잃고 쓰러져 결국 사망했다.

농장 일꾼들, 스콧의 아내와 두 딸 등 그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사람들도 모두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참사를 일으킨 범인은 유독성 메탄(CH4) 가스였다. 거름 구덩이 속에 CH4가 가득 차 있었던 것. CH4를 과다 흡입하면 사람은 숨이 막혀 호흡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혈류 속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일까. 아니다.

혈류 내 이산화탄소(CO2)의 과다 축적이 그 원인이다. 게다가 CH4는 무색·무미·무취의 가스다. 때문에 질식 당사자는 자신이 실신하기 전까지 뭐가 잘못됐는지 절대로 알지 못한다. 질식성 가스의 무서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폐쇄된 공간에 무색의 가스가 채워진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 가스는 마치 액체와 유사한 성질을 지닌다. 따라서 밀도가 다른 가스들을 층층이 쌓을 수 있으며 그 위에 배(?)를 띄우는 것도 가능하다. 6불화유황(SF6)은 이런 실험에 제격이다. 보통 고전압 장비의 스파크 방지 가스로 쓰이는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밀도가 공기의 5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실험에서 필자는 유리 어항에 SF6를 천천히 주입한 뒤 뚜껑을 제거하고 몇 분 동안 놔둬서 SF6가 고이도록 했다. 그리고 드라이아이스 연기를 살짝 뿜은 다음 쿠킹 호일로 만든 배를 띄우자 마치 마법처럼 공중에 떴다. 이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준다.



겉보기에 안전해 보이는 정화조나 우물, 갱도 등에 이 같은 유독 가스가 채워져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이 의식을 잃을 때뿐인 만큼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주 의
SF6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흡입하면 폐의 바닥에 고인다. 이를 체내에서 제거하려면 머리의 위치를 폐보다 낮추고 심호흡을 해야만 한다.

가스의 바다
사진 속 실험은 규모만 작을 뿐 얼마 전 필자가 일본 TV방송에서 시연했던 것과 동일하다. SF6를 채운 수조에 드라이아이스 연기를 뿜은 것은 공기와 SF6의 경계를 육안으로 명확히 보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느껴지는 신비로운 효과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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