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한 번 퍼지면 지역공동체는 붕괴되고 만다. 1889년 에티오피아에서는 우역 때문에 95%의 소가 몰살돼 인구의 3분의 1이 아사(餓死)하기도 했다.
올 여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바로 이 우역이 지구상에서 박멸됐음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천연두에 이어 인위적으로 멸종된 두 번째 전염병이 되는 것이다. 우역은 1만년 전 인더스 강 인근에서 소를 가축화하면서 처음 나타났다.
이후 훈족, 몽골족을 따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왔고 철도산업의 부흥에 맞춰 신속히 확산되면서 1870년대에는 유럽에서 소를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가축과 야생동물들의 피해도 컸으며 20세기에 들어서도 버펄로, 영양, 기린 등이 다수 희생됐다. 그러던 중 1950년 영국 수의병리학자인 월터 플로우라이트가 케냐와 나이지리아에서 우역 연구를 시작했고 마침내 1960년대에 부작용 없이 평생토록 면역력을 제공하는 저렴한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이 백신은 1962년부터 1969년 사이에만 아프리카 전역에서 1억회나 접종됐다. 이렇게 사라진 줄 알았던 우역은 10여년 후 다시 나타났다. 1980년대 석유로 떼돈을 번 나이지리아가 늘어나는 쇠고기 수요를 수입으로 충당하던 중 소말리아에서 우역에 걸린 소가 수입되면서 우역이 대유행한 것.
이를 계기로 아프리카연합과 유엔은 보건종사자와 마을의 리더들을 훈련시켜 가축에게 예방주사를 놓고 감염징후를 살피도록 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철저한 교육훈련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와 동시에 과학자들은 우역 바이러스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 우역에 여러 변종이 있음을 파악했고 이에 힘입어 천연두의 마지막 도피처이기도 했던 동아프리카의 오지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우역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FAO에 따르면 우역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은 2001년 10월 케냐의 야생동물에게서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FAO는 이 세상에 우역에 감염된 동물은 단 한 마리도 없다고 믿는다. 70년에 걸친 싸움 끝에 인류는 우역 바이러스를 실험실의 냉동고에 가둬놓은 것이다.
선전포고
1761년 수의학자 클로드 부르는 프랑스 리옹에 세계 최초의 수의학교를 열었다. 개교목적은 우역의 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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