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잖아 민간우주여행 시대가 열리겠지만 한동안은 돈을 주체하기 힘든 극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초고가 럭셔리 여행 상품에 머물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금 당장 두 눈으로 환상적인 별과 우주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게다가 엄청난 중력 가속도를 감내하며 지구 궤도를 탈출해야 할 필요도, 가족과 자녀를 떼어놓고 가야 할 필요도 없다. 바로 천문대를 통해서다.
우리나라에도 일반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별나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국립, 민간 천문대들이 30여 개소나 존재한다. 각 천문대에서는 단순히 별과 행성의 관측을 넘어 가족과 연인들을 위한 흥미롭고 다양한 천문우주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명실공히 별나라 여행사인 셈이다.
별난 세상에 지치고, 별 볼일 없는 세상에 지루한 사람들을 위한 별 볼일 많은 곳. 그곳이 바로 천문대다.
경북 영천시와 청송군과 경계를 이루는 보현산 정상 해발 1,124m에 자리 잡고 있는 보현산 천문대. 한국천문연구원 산하 국립 천문대 인 보현산 천문대는 1996년 4월 개관 이래 별과 성단, 은하의 형성 및 진화에 관한 연구에 주력해 왔다.
또한 최근에는 고분산에셀분광기(BOES)를 개발하며 외계 행성계 탐색 등 새로운 연구분야 개척에도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국가 천문 연구를 위한 국립 천문대인 만큼 일반인 관람객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행성 120개 발견 성과
이곳의 가장 큰 자랑은 1.8m 구경의 광학망원경과 4채널 태양 망원경(태양 플레어 망원경)이다. 이중 광학망원경은 영천 시내에 떨어져 있는 100원짜리 동전을 식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를 갖춘 국내 최대 천체관측 장비로 우리나라 천문우주과학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보현산 천문대에서 관측된 첫 영상은 1994년 7월에 있었던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목성 충돌 장면. 전 세계의 망원경이 이 희귀한 장면을 찍기 위해 모두 목성으로 망원경의 기수를 돌린 가운데 보현산 천문대도 충돌 장면의 성공적인 촬영에 성공했다.
이렇게 광학망원경을 이용해 국내 연구진이 올린 천문학적 성과는 하나 둘이 아니다. 지금껏 발견한 소행성만 120개나 된다. 또한 이를 토대로 광학 천문 연구분야의 논문 다수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저널에 게재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보현산 천문대의 광학망원경은 새로운 만원권 지폐에 그려지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뒷면 배경인천상열차분야지도의 좌측이 혼천의, 우측이 광학망원경이다.
일반인 출입은 통제
현재 보현산 천문대는 광학망원경동, 태양망원경동, 코팅·공작동, 방문객센터, 연구관리동, 연구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천문대 본관 건물 앞 입구에는 유리로 된 방풍실이 있다. 바람을 막아 주는 통로 역할을 하는데 바깥쪽 입구는 항상 열려 있고 안쪽 입구는 항상 닫혀 있다.
1층에 들어서면 관측실, 간 이주방, 화장실, 분광실험실이 있으며 2층에는 기기보관실 및 BOES 분광실이 있다. 3층은 통풍실로서 열을 발산하는 망원경 전자부가 망원경 아래에 붙어 있기 때문에 관측 시 사방의 창문을 열어 자연 통풍을 유발, 열기가 4층의 망원경 돔 내로 전달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망원경의 점검 및 수리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태양망원경동의 경우 관측실과 망원경 돔으로 구성된다. 관측실에는 망원경 제어 컴퓨터 및 자료 획득 컴퓨터 가 있고 비디오 자료를 실시간 녹화 및 시청할 수 있는 비디오와 모니터가 구비돼 있다.
망원경 돔은 슬라이드식 개방형 레일을 따라 천장이 개폐되는 형태다. 망원경의 제어는 PC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위한 망원경 제어 PC는 다른 관측 기기와 독립돼 있으며 현재의 망원경 위치 및 시간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초당 1회 관측기기로 전송한다.
좌표계산 프로그램, 자동 추적 장치채용
망원경에 부착되는 관측기기는 각각의 고유한 제어 컴퓨터로 구동되는데 망원경 방위각은 남쪽이 360도며 이곳을 기준으로 ±270도까지 회전이 가능하다. 고도 축은 0~95도까지 이동할 수 있지만 실제 관측 시에는 안정을 위해 16.4~89.5도까지만 운용하고 있다.
관측자가 원하는 천체의 좌표를 적경(赤經)과 적위(赤緯)로 입력하면 망원경 제어 PC가 현재의 시간과 가대 모형을 보정, 방위각과 고도 좌표로 변환하게 된다. 이를 거친 지향 정밀도는 2초 이내다.
관측 대상의 좌표는 직접 좌표값을 입력하거나 카달로그 파일을 만들어 그 파일명과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관측 대상이 여럿인 경우 두 번째 방법이 좋은데 이 경우 기준 시간의 변경이 가능하다. 행성의 좌표계산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정확한 좌표계산을 위해서는 정확한 시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GPS 수신기가 곁들여져 있다.
이렇게 망원 경 제어 PC는 네트워크로 정확한 시간을 읽는다. 이외에도 망원경은 장시간 노출을 대비, 자동 추적 장치를 가지고 있다. 추적 시야는 약 1분이며 약 10초 마다 한 번씩 전체적인 추적 상태를 점검해 보정하게 된다.
홈페이지 boao.kasi.re.kr
문의 054-330-1000
[INTERVIEW] 보현산 천문대 전영범 대장
"네 번째 토요일에 만나요"
Q. 보현산 천문대만의 주력연구 분야와 대표적 성과는
보현산천문대는 국내 광학 천문관측의 중심지로 항성, 성단, 성운과 은하 등의 생성과 진화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 기상 여건에 맞는 분광 관측과 변광 천체 탐색을 주 연구 분야로 볼 수 있다. 대표적 연구성과는 소행성 120개를 발견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11개에는 한글 이름이 부여됐다.
우리나라 과학 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분들 중 조선시대에 속한 9명 최무선, 이천, 장영실, 이순지, 허준, 홍대용, 서호수, 김정호, 이원철과 천상열차분야지도 제작에 기여한 유 방택까지 10명의 이름을 따 소행성을 헌정했다. 이외에도 새로운 초신성 및 퀘이사를 발견했으며 최근 3 년간 1.8m 망원경을 이용한 SCI 급 연구 논문 31편이 발간됐다.
Q. 일반천문대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보현산천문대는 순수 연구용 천문대다. 따라서 천문대 내의 망원경은 모두 관측 장비가 붙어 있어 육안관측은 불가하다. 일반인들이 찾아와 외관을 볼 수는 있지만 불빛으로 인해 관측에 방해를 받을 수 있는 야간에는 출입이 제한된다.
Q. 일반인 관람은 전혀 불가능한가
4월 이후 10월까지 매 4주째 토요일에 공개행사를 운영 중이다. 이때 천문대를 찾아오면 재미있는 천문 강연과 망원경 견학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때에도 야간 출입은 불가능하며 낮 동안 공개행사에 참여한 후 산 아래에 있 는 보현산 천문과학관에서 밤하늘의 별을 관찰할 수 있다.
다만 7월과 8월은 정비기간이라 망원경이 분해돼 있어 공개행사를 진행할 수 없고 겨울에는 도로 진입로 안전문제로 공개행사를 치르지 않는다.
▩ 국내 최초 이동식 천문대 '스타-카'
천문우주는 청소년들의 관심이 비교적 높은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천문관측시설의 시·공간적 제약으로 실제 체험을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이동식 천문대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스타-카(Star-Car)는 국내 최초의 이동천문대 차량으로 과학관이나 천문관측시설이 없는 낙후지역을 위해 마련됐다. 천체관측용 260㎜ 반사망원경과 130㎜ 굴절망원경, 관측돔 2개 등이 설치돼 있으며 주간에는 태양 흑점, 야간에는 달을 비롯해 금성, 화성, 토성 등 태양계 행성과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소외·낙후 지역과 병원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다양한 일반인과 학생, 아이들을 위한 신명나는 별 관측 체험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박필호 한국천문연구원장은 "스타-카는 천문관측시설이 없는 낙후 지역이나 과학문화의 상대적 소외 지역을 찾아가 우주관측 체험을 제공하는 움직이는 천문대"라며 "태양, 달, 행성의 모습을 실제 관측함으로써 책보다 쉽게 천문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천문우주과학 체험의 장 '스타캠프'
한국천문연구원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름 및 겨울방학 기간에 '스타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이 캠프는 우리나라 최고의 우주문화 공간이 펼쳐진 천문연의 첨단 시설을 활용, 천문우주과학을 즐기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첫째 날 천문학자의 천문우주 특별강연을 듣고 연구원 내 견학을 실시하게 된다. 견학이 끝나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내 첨단과학관으로 이동, 한국천문연구원 부스를 관람한 후 돔영상관에서 천체영상관람을 한다.
또한 천문우주 테마파크인 꿈돌이랜드에서 놀이기구도 타고 과학도 배우며 야간에는 별자리 강연과 함께 천체관측을 할 수 있다. 이튿날에는 국립중앙과학관을 방문, 별자리 영상 및 우주와 관련된 영상을 보고 다시 천문연으로 돌아와 수료식을 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된다.
스타캠프는 초등학생 4학년 이상 및 중학생을 대상으로 1박 2일간 진행되며 방학 중 총 4회, 학기 중에는 매월 넷째 주말마다 열린다. 한 회당 정원은 총 30명이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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