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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이재민 마을

대형 홍수를 피해 나무 위로 피신한 거미들

작년 여름 파키스탄에 최악의 홍수가 밀려들었다. 1,100명의 사망자와 2,000만명의 이재민을 낸 이번 홍수의 피해는 거미들에게도 미쳤다.

수백만 마리의 거미들이 홍수를 피해 자신의 집을 떠나 나무 위에 거대한 이재민 마을을 형성한 것. 원래 거미들은 웬만한 자연재해에는 나무 위로 도망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홍수는 너무 강력했고 기간도 오래 지속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국 애크런대학의 생물학자인 토드 블랙리지 박사에 따르면 몇몇 거미들은 매일 거미줄을 친다. 때문에 수많은 거미들이 한 곳에 거주하는 상태에서 몇 주가 지나면 신드(Sindh) 지역에서 촬영된 이 사진에서처럼 거대하고 두툼한 거미줄 막이 생긴다. 다리 8개 달린 이재민들의 공동작품인 셈이다.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작년 12월 이재민 구호를 위해 이곳을 찾은 영국 국제개발부(DFID)의 러셀 왓킨스다.



"실로 상상조차 못했던 규모였어요. 수십 ㎞에 걸쳐 수천 그루의 나무와 덤불들이 거미줄 범벅이 돼 있었죠. 정말 으스스한 광경이었습니다."

한편 거미들과 달리 모기의 생태는 이상하리만큼 영향이 없었다. 당초 전문가들은 범람한 물이 모기들에게 거대한 산란장이 되면서 개체수의 급증을 우려했지만 현지인들은 모기의 숫자가 이러한 예상보다 훨씬 적다고 말한다.

혹시 거대한 거미줄들이 모기 덫 역할을 한걸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곤충학자 존 김니그 박사는 "그런 면도 없지는 않겠지만 기후의 급격한 변화는 거미 보다 모기들의 생태 악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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