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3D 방송프로그램 '김치왕'의 박찬수 감독을 만나 그 궁금증을 풀어봤다.
이기원 기자 jack@sed.co.kr
아바타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던 당신. 그런 당신에게 남들 앞에서 잘난 척할 수 있는 팁 하나를 알려줄까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유의미한 입체감을 발견하고 실제로 작품에 도입한 사람은 누구일까.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입체감
바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다재다능함을 뽐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는 "먼 것은 색이 변하고, 경계가 흐려진다" 며 사물이나 색채의 윤곽선을 흐리게 하여 원거리감이나 공간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깊이감을 더해주는 '스푸마토(Sfumato)'라는 공간원근법을 완성시켰다.
또한 "원근법이 없으면 그림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박찬수 감독은 "우리가 오브젝트를 3D로 입체감 있게 볼 수 있는 것은 많이 알려졌다시피 좌안과 우안에 각기 다른 시각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이라며 "두 개의 정보를 뇌가 조합해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D 영화 용 카메라의 렌즈가 두 개인 것도 이와 동일한 이유에서다.
박 감독은 또 "3D 영화용 카메라는 렌즈의 배치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우리 눈처럼 두 렌즈가 좌우로 나란히 붙어 있는 수평식(side by side)과 위아래로 약간 어긋나게 배치된 직교식(half mirror based)이 있다"고 밝혔다.
전자는 원거리 촬영, 후자는 근거리 촬영에서 상대적 강점이 있다고 한다.
2D의 3D 전환
하지만 3D 영상이라고 3D 카메라로 촬영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2D로 찍어놨던 영상물을 3D로 변환시킬 수도 있다. 문제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 2D 영상에 나오는 모 든 오브젝트들을 트리밍해서 일일이 두 개의 장면으로 만들 어야 하는 탓이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일까 의문이 든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TV는 1초에 30프레임, 영화는 24프레임의 정지된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보여줘 동영상을 구현한다.
하나의 프레임 속에도 인물, 사물, 배경 등에 무수한 오브젝트들이 존재하는 데 프레임 하나당 평균 20개의 오브젝트를 트리밍 작업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1초의 2D 영상을 3D로 변환하는 데도 TV는 600개, 영화는 480개의 트리밍이 필요하다. 1분이면 각각 3만 6,000개, 2만 8,800개다.
그런데 TV프로그램이나 영화는 대개 1시간을 훌쩍 뛰어 넘는다. 속된 말로 무지막지한 '노가다'가 요구되는 셈이다.
박 감독은 "이 때문에 애당초 3D로 촬영하는 것보다 2D의 3D 전환 작업에 드는 돈이 거의 두 배나 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미 드림웍스나 월트 디즈니는 기존의 자사 작품들을 모두 3D로 변환 중이며 여기에는 벤허, 십계 같은 고전 대작 영화들까지 포함돼 있다. 현재 'E.T'와 '해리포터' 그리고 '300'은 3D 샘플이 나와 있고 변환작업 완료에는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3D 영화관 3만 개소 돌파
아바타의 영향일지는 몰라도 지난해 전 세계 3D 상영관은 3만 개를 돌파했다. 이중 중국이 넓은 땅과 막대한 인구수를 자랑이라도 하듯 무려 7,560개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 한다.
6,000개 정도인 미국보다도 많은 수치다. 정부 차원의 투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720개가 존재한다.
극장수에는 밀리지만 다행스럽게도 TV쪽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올 3월 영국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세 번째로 스카이라이프에서 3D 시험 방송을 시작한 것. 이는 2015년을 3D방송의 원년으로 삼고 정부에서 4,500억 원을 투자한 덕분이다.
영화 쪽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두사부일체'와 '해운대'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영화 '7광구'를 3D로 변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를 감독한 김용화 감독도 차기작 '고릴라'를 3D로 제작하기 위해 현재 할리우드 측과 접촉하고 있다.
박 감독은 "이 같은 노력들이 이어져 향후 국내 3D 기술력과 노하우가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가 신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INTERVIEW] 박찬수 감독
국내 최초 3D방송 '김치왕'을 만든 사나이
우리나라 최초로 3D 영상을 촬영했다고 들었다.
100% 3D로 촬영한 국내 최초의 TV 방송을 제작했다. 촬영한 후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몇몇 오브젝트들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했다. CG 부분이 20% 정도 된다.
김치를 소재로 택한 이유가 있다면?
뽀빠이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우리가 어릴 적 얼마나 시금치를 싫어했나? 그런데 뽀빠이를 보고 시금치를 먹었 듯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김치를 먹게 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정리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시나리오를 넣었고 정부 지원금 2억 2,000만 원을 받아 제작했다.
힘든 점은 없었나?
촬영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려면 촬영 내내 3D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처음에는 꽤 힘들었다. 하지만 눈이라는 게 간사해서 금방 적응이 됐다.
이제는 오히려 일반 2D 화면이 밋밋하게 보이고 어색하다.
3D 영화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2000년대 초반까지 광고 프로듀서였다. 우연히 영화계로 입문한 뒤 앞날을 고민하던 중 할리우드의 3D 영화 제작 소식을 듣고는 '앞으로는 입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안에 김치왕을 극장판으로 제작, 상영하려 한다. 특히 중국이 요즘 3D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진출을 결심했다. 곧 계약하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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