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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로버 하회진 대표는 아무도 3D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2004년부터 입체영상에 몰두했다. 돈이 없어 월급을 주지 못해도 연구실의 불은 끄지 않았다. 그리고 2009년 영화 ‘아바타’가 대박을 터뜨린 후에는 3D 열풍을 타고 단숨에 숨은 강소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창업 7년 만에 전문가용 3D 모니터 시장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한 레드로버의 하 대표를 만나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회사의 대응전략을 들어봤다. 정운섭 기자 sup@hk.co.kr2시간 46분짜리 영화 한 편이 갖는 힘은 얼마나 될까. 2009년 개봉돼 전 세계 관객들로부터 사랑받은 영화 ‘아바타’는 상업적, 예술적 성공을 넘어 3D 산업을 이 끄는 새로운 기반을 닦았다. 이 엄청난 3D영화를 연출 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영화 제작 후반부에 이르자 그간 촬영하고 다 듬었던 3D 영상이 잘 구현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제작팀이 만든 3D 영상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모니터를 갖춰야 했다.
세계 최고 3D영상 제작팀이 선택한 모니터는 ‘트루3Di’. 레드로버가 만든 제품이었다. 그런데 세계최고 흥행작에 쓰인 모니터를 만든 회사치 곤 이름이 낯설다. 국내에서 3D 하면 삼성전자나 LG전자 아닌가. 레드로 버 하회진(44) 대표는 말한다. “저희 레드로버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 지도가 높습니다. 저희가 생산하는 3D 모니터는 요즘 국내 대기업들이 선 점하려고 경쟁하고 있는 3D TV와는 조금 다릅니다. 저희는 전문가용 3D 모니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3D TV는 일반 소비자 를 타깃으로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존 3D 구현 방식이 지닌 여러 단점들이 레드로버의 3D 모니터에선 나타나지 않습니다. 요즘 일부 대기업들이 서로 최고라고 주장하고 있는 3D 방식들은 모두 하나 이상의 단점을 지니고 있어요”
레드로버가 생산하는 모니터는 영화제작을 넘어 군사작전에 쓰이는 지형도를 만드는 과정에 사용되기도 한다. 항공우주장비 및 방위장치 제 작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 역시 레드로버의 모니터 를 사용한다. 인공위성을 통해 촬영한 지표면 사진들을 입체영상화시키 는 작업을 수행한다.레드로버 제품은 심지어 의사들도 사용하고 있다. 이른바 ‘라이브서저 리’라 불리는 3차원 실시간 수술 중계시설이다. 의사들은 수술 현장 화상 을 실시간 3D 영상으로 전달받을 수 있는 이 제품을 통해 효율적인 모니 터링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됐다. 3D 화면을 눈으로 바라보며 수술을 하는 3D수술시스템에도 어김없이 레드로버의 제품이 쓰이고 있다.이 제품의 강점은 뭘까? 하회진 대표는 말한다. “기존 3D 구현 방식이 지닌 여러 단점들이 저희 3D 모니터에선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 입니다. 요즘 일부 대기업들이 서로 최고라고 주장하고 있는 여러 3D 방식 들은 모두 하나 이상의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논란이 돼온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3D논쟁을 두고 한 말이다.실제 두 대기업이 강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3D방식들은 모두 일장일단 을 지니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세우고 있는 셔터글라스방식은 3D안경 렌 즈가 번갈아 가며 빛을 차단하는 구동방식 때문에 깜빡임 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착용자가 그에 따라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안경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반면, LG전자가 내놓은 편광방식은 풀HD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한계 를 지니고 있다. 삼성전자는 풀HD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LG전자는 깜빡임이 없고 안경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장단점이 확실하지만 3D 영상을 체감하는 소비자들은 별반 차 이를 못 느끼고 있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지난 3월 초 양사 모두가 열었던 3D TV 비교 시연회에 참석했던 기자 역시 결국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달랐다. 직접 3D 안경을 착용 하고 바라본 레드로버의 3D 모니터는 기존 3D 패널에 비해 더 밝고 선명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3개월 전에 체험한 3D 기술과 비교하기엔 기 간이 다소 길다고 볼 수 있다.)어떤 방식일까 궁금해 하 대표에게 물었다. 그의 답변은 이랬다. “가장 큰 차이점은 두 개의 패널을 통해 3D 영상을 구현한다는 것입니다. LG전 자의 편광방식은 한 개의 패널을 반으로 나누어 영상을 내보내기 때문에 완벽한 풀HD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저희 광학식은 두 개의 패널을 이용해 인체의 두 눈에 각각 풀HD 화면을 전달하죠. 한쪽 눈은 거울에 반사시 킨 빛이고 다른 눈은 유리를 투과한 빛입니다. 두 빛이 각각의 눈에 인식 돼 두뇌에서 3D 영상이 합성되는 원리입니다. 또 셔터글라스를 쓰지 않으 니 깜빡임과 잔상현상도 없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3D기술 중에서 가장 선명하고 밝은 기술입니다.”
"록히드마틴이 장장 6개월 만에 제품 검토를 마치고 최종 납품 승인을 해주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록히드마틴 관계자가 실용성에 대해 아주 흡족해하더군요”이렇게 좋은 기술인데 왜 일반 소비자는 접하지 못하고 전문가만 혜택 을 누려왔던 것일까. 레드로버의 이 3D 기술이 대중화되지 못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4K급* 해상도를 지닌 3D 모 니터 한 대 가격이 자그마치 1억5,000만 원에 이른다. 제임스 캐머런쯤은 돼야 집에 몇 대 놓고 영화 제작이건 감상이건 할 수 있을 가격 수준이다. 저렴한(?) 3D TV 값이 150만 원이라 치면 100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부피가 크다는 점이다. 두 개의 패널이 직각으로 맞붙 어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외관이 커다란 과일 상자를 연상시킨다. 부피가 크고 투박한 디자인이 대중의 기호에 부합되긴 어렵겠지만, 작업이 우선 인 전문가 눈에는 오히려 장점으로 보일 수 있다.하회진 대표는 말한다. “록히드마틴이 장장 6개월 만에 제품 검토를 마 치고 최종 납품 승인을 해주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록히드마틴 관계자 가 실용성에 대해 아주 흡족해하더군요. 광학식 3D 모니터는 구조상 모양 이 박스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는데, 저희는 외관에 신경쓰기보다는 오히 려 박스 내부를 밀실 형태로 만들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의 간섭을 최 소화시켰거든요. 최종 승인 회의를 마치고 건물을 나오는데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가더라고요.”록히드마틴을 비롯해 국내외 수많은 3D관련 기업과 기관에 제품을 납 품하며, 레드로버는 전문가용 3D 모니터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딱히 경 쟁기업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는 이들도 있지만 일각에선 고개를 젓는 사람들도 있다.한국전파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 성화됐다고 보기엔 이릅니다. 활성화된다고 해도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에 대해선 의문이 생깁니다. 어느 산업분야를 놓고 봐도 전문가 시장에는 한 계점이 존재해왔으니까요. 지금이야 그들만의 리그라지만, 언제 갑자기 포 화상태가 될지는 모르는 일 아닙니까.”물론 이런 상황은 하 대표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입체촬영용 카메라리그 시스템(3D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조합하는 장비), 교육·의료 용 입체현미경, 3D 입체프로젝터와 같은 다양한 하드웨어 영역을 꾸준히 개척하면서도 한편으론 소프트웨어 분야에 역점을 두고 있다. 3D 제작 소 프트웨어에서 다양한 방송용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해 토 털 3D 솔루션 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하 대표는 말한다. “3D 장비 같은 하드웨어를 설명회에서 시연하다 보 니, 저희 3D 모니터를 통해 보여줄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저희 제품의 강 점을 가장 잘 살려내기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저희가 직접 만드는 게 가장 효율적이죠. 제품 구석구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외주업체가 아니니까요. 2006년에는 3D게임도 만들어 문화관광부 장관상도 받았습 니다. 하다 보니 노하우도 생기고 자신감도 슬슬 생기기 시작했어요.” 이런 레드로버의 사업 확장은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기보단 기업이 다음 성장을 위해 자연스럽게 밟게 되는 수순에 가까워 보인다.그 수순 중 하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D 입체 프레젠테이션 소프트 웨어 ‘True 3D PT’다. 이 제품은 누구나 쉽게 3D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와 호환된다. 올 상반기 론칭해 판매를 시작했다. 레드로버 장혜령 홍보팀장은 말한다. “3D로 준비할 수 있는 입체 파워포인트가 지닌 장점은 설명할 필요가 없 을 만큼 많을 겁니다. 대학은 물론 대기업 쪽에서도 활용되고 있어요. 이프로그램 하나만 있으면 한 20분 정도 투자해서 다양한 3D 콘텐츠를 만 들 수 있죠. 개체 사이를 얼마나 떨어뜨려 보이게 할지, 어떤 입체감을 줄 지 등등 세세한 조정이 가능합니다.”
레드로버의 사업 확장은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기보단 기업이 다음 성장을 위해 자연스럽게 밟게 되는 수순에 가까워 보인다
레드로버에서 요즘 특히 눈에 띄게 성장하는 분야는 콘텐츠다. 이미 소기의 결실도 맺었다. ‘볼츠앤블립’이라는 3D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다. 레 드로버가 캐나다 유명 스튜디오인 쿤박스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제작 한 이 애니메이션은 지난해 4월 프랑스를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스페인, 호주, 캐나다 등 세계 150여 개국에 방영됐다. 이 외에도 진행 중인 프로 젝트는 많다. 이 회사가 지난해 말 쿤박스와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에 서 제작 중인 ‘더 넛 잡 The Nut Job’은 총제작비가 4,500만 달러에 이르는 극장용 4D 입체 애니메이션이다.장두규 콘텐츠제작본부장은 말한다. “‘꼬마유령 캐스퍼’, ‘토이스토리 2’의 제작에 참여했던 베테랑 연출가 피터 레페니오티스가 더 넛 잡의 감 독을 맡았습니다. 2012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한창 제작이 진행 중인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글로벌 프런티어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습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젠 매출 비중 역시 하드웨어 분야와 소프트웨어 분야가 4대 6정도 비율로 역전된 상황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분야 매 출이 최근 3년 사이 급격하게 성장하며, 레드로버의 매출 역시 우상향 곡 선을 그려왔다. 2008년 45억 원에 머물던 매출은 2009년 107억 원에 이 어 2010년에는 28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8억 원을 거뒀다. 올 1분기 매출액만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한 92억6,000만 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상태다. 이대로라면 올 목표치인 매출 400억 레드로버의 사업 확장은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기보단 기업이 다음 성장을 위해 자연스럽게 밟게 되는 수순에 가까워 보인다 원 역시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말 그대로 ‘폭풍성장’ 중이다. 하 대표는 말한다. “아무도 3D에 주목하 지 않던 시절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어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제야 시기가 온 것이죠. 아바타가 몰고 온 3D 열풍이 계속 이어지면서 시의적절 하게 저희가 준비해온 것들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이제 레 드로버는 방송장비부터 소프트웨어는 물론 콘텐츠 제작 능력까지 갖춘 글로벌 3D 솔루션 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시장 확대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3D서 비스 시장 규모가 영화와 게임 분야에서만 2008~2012년 8,300억 원에 서 2013 ~ 2017년 3조6,000억 원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방송 부문도 2013~2017년 5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 로 내다봤다. 하지만 레드로버가 그리는 미래가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거 대자본이 하나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3D TV 방송 진흥 센터의 한 관 계자는 말한다. “대기업들이 대놓고 나서고 있지만 않을 뿐, 이미 힘 있는 콘텐츠 제작사들과 연계한 3D 콘텐츠 사업을 시작한 상황입니다. 대기업 내부에 이미 3D 콘텐츠 관련 전담팀이 존재하는 것만 봐도 이 시장의 성 장성을 짐작할 수 있지요. 세계 시장은 기존 주자들의 탄탄한 입지로 진 입 장벽이 높은 상황입니다. 중소기업이 생존하기 점점 척박해져 간다고 볼 수 있어요."
하회진 대표 프로필 출생
1966년 학력: 홍익대 금속공학과 경력: 실리콘테크 기획실장, 2004년 ~ 레드로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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