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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청음기 끝판왕

범고래의 귀를 모방한 수중 마이크

해양 연구, 항법, 해저 지도제작, 수중 표적 추적 등은 모두 음파, 즉 소리에 의존합니다.

수중으로의 정보전송에 음파만한 게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수중에서 발생하는 가장 작은 소리에서 가장 큰 소리까지 모두 들을 수 있는 궁극의 수중청음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수압이 1,000기압에 이르는 수심 10㎞에서도 청음기가 작동돼야 했는데 이 난제를 풀 열쇠를 고래의 귀에서 찾았어요.

범고래처럼 심해 잠수를 하는 고래 중 일부는 내이(內耳)의 압력을 주변 압력에 맞게 조절해 청력을 높인다는 점에 착안, 그와 동일한 기능을 갖춘 수중청음기를 만들었죠.

이 청음기의 센서에는 세 개의 실리콘 횡격막이 있어요. 각 횡격막은 두께가 머리카락의 100분의 1에 불과하고 물이 통과할 수 있도록 수천 개의 작은 구멍이 나 있고요.

수심이 깊어질수록 횡격막으로 더 많은 물이 들어와서 압력을 동조화시켜 센서의 청음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견됐어요.



물은 비압축성 유체이기 때문에 물이 횡격막 안쪽에 많이 유입될수록, 다시 말해 수심이 깊어질수록 음파가 횡격막에 닿을 때 횡격막의 진동폭이 줄어들었던 거죠.

실제로 바다 속의 가장 작은 소리라면 횡격막의 진동폭은 단지 0.00001나노미터(㎚)에 불과합니다. 이는 원자 직경의 1만분의 1에 불과한 길이여서 진동의 감지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어요.

하지만 결국 레이저로 이를 감지할 수 있음을 알아냈죠.

저희 수중청음기는 센서 안에 끝이 갈라진 광섬유 케이블이 들어갑니다. 광섬유 한쪽 가닥에 레이저가, 다른 한 쪽에 광학 탐지기가 연결되어 있죠. 레이저가 횡격막을 비추면 광학탐지기가 반사된 빛을 감지, 음향으로 해석해주는 메커니즘이에요. 이렇게 이 청음기는 160㏈ 범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소리부터 1톤의 TNT가 18m 밖에서 폭발하는 소리까지 왜곡 없이 듣는 겁니다. 저주파는 지구의 지진파, 고주파는 물 분자가 센서에 부딪치는 소리까지 청취가 가능합니다.

- 스탠포드대학 응용물리학자 오너 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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