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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마일 행군'을 지속하라


불확실성과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왜 몇 몇 기업들은 번창하고 다른 기업들은 좌 초하는 걸까? 격동의 사건에 휘말리고, 우 리가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거대 한 힘의 공격을 받았을 때, 왜 어떤 기업 은 놀라운 실적을 내고 어떤 기업은 저조 한 실적을 내는 걸까? 생존하는 경영전문 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짐 콜린스 Jim Collins가 신간 '위대한 선택G reat By Choice'을 통해 그 해답을 내놓았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 '성공하는 기업들의 8 가지 습관 Built to Last'등 기업 경영의 바이블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짐 콜린스의 이 책은 2002년부터 시작한 9년간의 연구 결과를 통해 나 왔다. 그와 공저자 모텐 한센 Morten Hansen은 격랑의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 나온 성공한 기업의 공통분모를 추출하기 위해 총 2만400개 기업을 11 단계 과정을 통해 걸러냈다. 그리고 마지막 기준까지 통과한 최종 7개 기 업.저자들은 이들 기업이 동종업계 평균보다 최소 10배 이상 성장했다 는 점에서 '10X'라고 불렀다.과 극단적인 실패를 경험한 비교 대상 기 업의 사례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그들이 발견한 건 성공한 기업의 CEO가 그렇지 못한 기업 CEO에 비해 더 창의적인 것도, 더 지적 자산이 풍부한 것도, 더 카리스 마적인 것도, 더 야심이 있는 것도, 더 행운이 따른 것도, 더 많은 위험을 추구한 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들은 통제와 무통제의 패러 독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주변 세계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양상을 통제 할 수도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다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통제할 수 없는 힘이나 우연한 사건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 다. 그들에게 나타나는 3가지 중요한 특징은 철저한 규율, 경험적인 창의 성, 생산적인 편집증이었다.

저자들은 성공방정식의 해법으로 꾸준한 '20마일 행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남극점 탐험에 성공한 로날드 아문젠과 실패자 로버트 스콧을 예로 들었다. 이들 두 사람은 1911년 비슷한 시기에 남극점 근처 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탐험 여정과 방식은 크게 달랐다. 아 문젠은 날씨와 상관없이 매일 20마일을 목표로 행군을 지속했다. 스콧은 날씨가 좋을 땐 지칠 때까지 걸었고, 나쁜 날엔 불운을 탓하며 텐트에 앉아 시간을 허비했다. 비슷한 체력, 유사한 날씨 환경에서 다른 행동양식을 보인 셈이었다. 그렇다면 결과는? 역사책에서 알 수 있듯이 아문젠의 완벽 한 승리였다. 아문젠은 스콧보다 34일 먼저 남극점에 깃발을 꽂았고, 낙담 한 스콧과 대원들은 귀환 길에 얼어 죽고 말았다.

이런 비유는 저자들이 연구한 기업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우스웨 스트 항공의 예에서도 그런 사실이 발견된다. 이 기업은 1971~2002년까 지 항공업계를 강타한 모든 악재를 뚫고 위대한 기업의 모범 사례가 되었 다. 1972년 이 기업 주식에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30년 후 1,200만 달 러.같은 기간 평균 주가 이익률의 63배.가 되었을 정도로 엄청난 성장 을 이룩했다. 그렇다면 사우스웨스트는 어떻게 이런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은 어려운 시기에도 꾸 준한 목표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고, 좋은 시기에도 무리한 노선 확장을 시도하지 않는 등 놀라운 자기 통제력을 발휘했다. 이와 비슷 한 성공 법칙은 의료기기 업체 스트라이커와 보험회사 프로그레시브 인 슈어런스에서도 나타났다고 저자들은 분석했다.



지속적인 '20마일 행군'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건 다음 3가지 때문이 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첫째, 악조건 속에서도 높은 실적을 거둘 수 있 다는 신뢰의 구축이다. 신뢰는 동기를 부여하는 연설이나 카리스마 있는 연설, 거창한 사기 진작, 근거 없는 낙관론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기준과 실천 의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둘째, 격동의 시기에 재앙을 낮춰 준다. 예기치 않은 난관에 대비하려면 피로가 쌓이지 않을 정도로 몸을 꾸준히 움직여 체력을 비축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20마일 행군은 자기 통제에 도움이 된다. 성장의 기회가 유혹을 할 때나 어려운 시기를 맞 닥뜨렸을 때나 모두 자기를 억제하거나 채찍질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혁신을 넘어 초혁신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대에 지속적인 자기 노력과 통제를 강조하는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공감을 일으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은 있다. 노키아, 모토롤라, 코닥 등 초일 류 기업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비즈니스 대변혁의 시대에도 성공한 기업 들이 가지는 공통 DNA는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편집장 정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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