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세계 최대 석유회사가 나아갈 길을 찾아낸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보다 더 복잡했던 적은 없었다. 석유 및 가스 탐사가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고, 각국은 탄소배출을 규제하고 있으며, 세계경제는 땅에서 뽑아 쓰지 않는 에너지로의 장기적인 전환을 시작했다. 지난 2년간 해리 브레켈만스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런 세계에서 쉘의 미래를 구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고객, 지역사회, 환경단체, 정치권 등 관계된 수 많은 사람들이 회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는 현 상황에서 그 일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
올해 46세가 된 브레켈만스는 네덜란드 출신 엔지니어로 근무경력의 대부분을 쉘의 지질학자나 이집트, 영국 지사와 헤이그 본사의 운영책임자로 보냈다. 모스크바에선 시베리아 서부지역 대규모 유전에 대한 쉘의 합작 회사를 운영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맡았던 회사의 전략관련 임무들이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감독하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의 생산을 관리하는 새로운 업무파악에 요긴할 것이라고 말한다. 브레켈만스는 최근 포춘의 제프 콜빈과 만나 바이오 연료가 중요하고, 전 세계 석유 사용량이 2040년 이전에 감소할 것이며, 쉘이 세계 최대의 시추선을 건조하는 이유는 더 많은 가스 탐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를 편집한 내용이다.
Q: 뉴스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올봄부터 유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경제 성장과 향후 성장 전망이다. 지난 몇 주 동안 경제가 나빠지고 성장률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겼다. 불안한 향후 전망은 에너지부문의 성장 전망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쉘은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전망이 밝은 지역과 어두운 지역은 어디인가?
단기전망도 매우 중요하지만 반드시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에너지 분야의 특징은 모든 것이 수년 단위가 아닌 수십 년 단위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2050년까지 인구성장과 경제력 증가, 특히 개발도상국, 그것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국에서의 변화로 비약적이고도 전무후무한 수준의 수요증가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이를 신규 대규모 유전 개발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 공급 측면의 현실과 종합해 보면, 최근 몇 년간 봐왔던 어려운 상황이 앞으로도 수십 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에너지든 새로운 에너지든 개발 가능한 모든 에너지원을 살펴볼 때 향후 년 동안 공급 확대에 가장 크게 기여할 지역은 어디인가?
몇 지역을 꼽아 볼 수 있다. 이라크가 중요하다. 향후 10년 안에 그곳에서 일일 생산기준 500만~1,000만 배럴이 추가될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양이다. 브라질 해상도 중요한 매장지다. 새로운 에너지원 중에는 캐나다의 중유 유전이 중요한 신규 생산지다. 서 아프리카 일부 지역도 여전히 전망이 좋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에너지 분야 사정은 어떤가?
좋은 질문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석유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했지만, 신규 생산량을 모두 합쳐도 앞으로 유례없이 빠르게 증가할 수요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 이런 상황이 향후 수십년간 지속된다면 전 세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에너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스다. 지난 10년간 북미에서 발견된 새로운 가스자원으로 가스의 총 가용매장량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풍력과 태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원을 합할 수 있는데, 언젠가는 중요한 자원이 되겠지만 규모의 경제에 이르기까진 시간, 그것도 수십 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바이오 연료, 풍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투자한 쉘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쉘과 같은 규모의 기업에게는 어떤 자원을 대량생산할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할 것이다. 대량생산할 수 없다면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어떤 자원의 전망이 밝다고 보는가?
맞는 얘기다. 스스로를 차별화하고, 우리가 가진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기술과 경쟁력으로 변화를 이끄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언급하고 싶은 분야가 가스다. 동종업체들 중에서도 쉘은 가스사업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 쉘의 석유와 가스 간 비중은 50대 50에 가깝다. 우리의 가스 부문은 향후 수십 년간 성장할 것으로 본다. 우리는 지금보다도 가스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가스가 발전용 연료로 사용되는 타 연료, 특히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저탄소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선두자리를 지키는 것이 반드시 해내야 할 매우 중요한 우리의 목표다. 향후 10년, 20년, 30년 후에도 쉘은 여전히 가스부문에서 선두에 있을 것이다. 가스가 최고 핵심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바이오 연료는 회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쉘은 최근 브라질에서 사탕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 합작회사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이로써 세계 최대규모의 바이오 연료 생산 및 유통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바이오 연료야말로 운송용 연료로서 화석연료에 대한 저탄소 대체에너지원이다. 우리는 꽤 단기간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로 제품 차별화와 대량생산을 달성해 전 세계 탄소 문제 대응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에탄올이 미국 시장에서 경제성을 가지려면 정부보조가 필수다. 이런 상황은 달라질 것인가?
우리가 투자한 시설에서 반드시 사탕수수 기반 에탄올을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보조금 없이도 유럽과 북미에서 에탄올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물론 전체 에너지 가격 동향의 영향을 받겠지만, 바이오 연료가 경제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쉘은 최초의 부유식 LNG 플랫폼 건조 floating liquefied-natural-gas platform를 시작한다. 이것이 대당 100억~120억달러로 완성되면 현재 가장 큰 항공모함보다도 규모가 더 큰 세계 최대의 부유식 생산설비가 될 것이다. 그럴 가치가 있는 이유는?
우선 그 자체로서도 경이로운 공학의 결정체이다. 내가 엔지니어 출신이어서 이 사업에 대해 정말 흥분할 수밖에 없다. 이 선박은 어마어마하고 놀라운 구조물로 길이만 해도 축구장 4개를 넘는다. 적재용량을 다 채웠을 경우 그 무게가 세계 최대 항모의 6배가 넘는다.
가스사업의 특징 중 하나는 상당량의 가스전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시장까지의 운송비 때문에 그동안 많은 유전에 경제성이 없었다. 부유식 LNG 생산설비는 한번 설계해 건조하면 반복해 사용할 수 있다. 경제성의 공식이 한순간에 바뀌면서 그동안 개발을 미뤄왔던 상당수의 유전이 경제성을 갖게 된다.
가장 먼저 사용될 곳은 호주 북서 해상의 프렐류드 Prelude 유전이다. 지금까지는 개발할 수 없었던 유전 중 한 곳이었다. 몇 년 이내에 이런 유형의 기술을 이용해 다른 대체 에너지원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너지 산업은 엄청난 기술혁신이 필요한 분야다. 쉘은 게임체인저 프로세스 the game-changer process라고 불리는 혁신기법으로 유명하다. 그건 어떤 것인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특이한 아이디어 개발에 힘쓰도록 하는 기법이자 마음자세를 말한다. 아이디어를 인큐베이터에 넣고 추가 예산을 들여 모의실험을 실시함으로써 조직논리에 흡수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아이디어가 발전하고 꽃피우도록 만드는 것이다. 부유식 LNG 플랫폼의 일부 부품도 이런 게임체인저 프로세스를 통해 개발되었다.
다른 예를 든다면?
전통적 형태의 석유 및 가스개발 사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술로 유정을 저류층으로부터 격리시키는 팽창식 패커 swellable packer라는 장치가 있다. 현재 우리 연구원 중 한 사람이 장난감 가게에서 우연히 찾아낸 재료를 이용하고 있다. 흔히 아는 장난감인데, 작은 동물 모양으로 물통에 넣으면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같은 방법을 이용해 유정 내에 삽입하는 슬리브 sleeve *역주: 시추 장비가 통과하는 관를 조여 준다. 액체에 닿으면 형태를 만들고 부풀어 저류층 주변을 봉합한다. 매우 저렴하고 간단한 방법이다.
쉘의 장기 전망을 보면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040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런 전환의 계기는?
2040년까지, 길면 2050년까지 가스 수요는 증가할 수 있다. 석유의 경우엔 비용과 화석연료 사용을 압박하는 환경의 지속가능성 문제 때문에 그보다 먼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비록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더디기는 해도 풍력과 태양에너지와 같은 대체에너지의 중요성이 증가할 것이다.
석유 정점 가설 peak oil hypothesis을 어떻게 평가하나? 기본적으로 맞는 말인가?
사람들은 공급 측면에서 석유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셰익 야마니 Sheikh Yamani *역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전 석유장관의 그 유명한 “돌이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저 더 나은 것으로 이동하는 것뿐이다. 화석연료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석유나 가스자원이 고갈되기 전에 대체에너지로 옮겨갈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2040년에 수요가 반드시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수요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이 2030년, 2040년, 혹은 2050년이 될 것인지는 수요와 공급 간 상호작용의 결과로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한 대체에너지 체제로 전환할 때까지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이 충분할 것으로 본다.
화석연료 사용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에도 쉘이 성장하고 번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2040년 이후에도 일부 화석연료는 계속 사용될 것이다. 여전히 가스의 비중이 높을 것이다. 세계 시장의 규모를 고려해 볼 때 쉘의 사업 여지는 아직 충분한 것으로 본다.
2040년 혹은 그 이후에도 바이오 연료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다. 쉘은 다른 저탄소 에너지원도 연구 중이다. 수소는 우리가 오랫동안 연구했고 현재에도 연구 중인 분야다. 수소가 단기간에 유의미한 생산규모까지 이르기는 어렵겠지만, 향후 수십 년 내에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쉘이 구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참여하길 원하는 사업분야다.
우리는 자동차 전기화 분야에서의 역할도 고민 중이다. 아직은 수익성 있는 사업방안을 찾지 못했으나 쉘의 역량으로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사업 안을 만들어낼 것으로 본다.
도시화도 우리가 앞으로 에너지 문제에 대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혹은 비효율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쉘은 도시지역에서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런 연구성과가 우리에게 수익성 높은 중요한 사업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2050년까지 세계인구의 4분의 3이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는향후 30년간 인구 백만 명 규모의 도시가 매주 하나씩 새로 생겨나는 것과 같다. 그건 근본적으로 좋은 소식인가, 나쁜 소식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예측되는 숫자들이 어마어마한데, 쉘이 많은 전문가들과 진행한 공동연구에선 도시화가 에너지 수요 증가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도시지역 거주민이 비(非)도시지역 거주민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많다. 하지만 도시들이 어떤 형태로 개발되는가에 따라 에너지 사용량 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 고밀도로 잘 설계되고 운영되는 상대적으로부유한 도시와 마구잡이식 저밀도 개발이 이뤄지고 운영도 잘 되지 못한 도시 간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에너지 소비량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채택하는가가 긍정적인 도시개발이 될 것인지, 아니면 험난하고 부정적인 것이 될 것인지에 큰 영향을 준다.
이 문제에 있어 자동차 전기화가 매우 중요하다. 전기자동차가 장기적 유행을 이끌지,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편리성과 비용, 기술과 같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물론 이런 요인들은 상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미래에 사람들이 이동성을 생각하는 방식에서 전기차가 일정한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만은 확신한다. 다만 다양한 해법이 공존하는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최근 방문한 일부 도시에서 하이브리드와 압축천연가스(CNG), LNG, 전기차량이 운행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연기관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아직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은 20년 내에 태양에너지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귀하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의 의견 어디에 잘못이 있는 것인가?
태양에너지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에너지원 중 하나다. 하지만 어떤 에너지원이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십 년이 소요된다고 말하고 싶다. 이는 최근에 끝난 자체 연구결과로도 입증할 수 있다. 새로운 에너지원이 시장점유율 1%를 달성하는 데 30년이 소요된다. 가스의 경우가 그랬다. 가스 중에서도 LNG가 그랬다. 원자력과 바이오 연료, 풍력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이 경제성을 얻어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수용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태양에너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점유율 1%에 도달하기까지 30~40년의 기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그의 이론에는 반박의 여지가 있다. 다만 미래에 태양에너지가 한 축을 이룰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탄소배출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그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주장하는 바다. 포괄적인 제도가 합의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지만, 각국 정부가 직면한 이슈들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면 어려운 일이라는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달간 진행된 내용은 주로 지역 또는 지방 차원의 조치들이었다. 지난 12개월 동안 제정된 법률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탄소배출과 환경영향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향후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과제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속도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고 대답할 것이다.
THE LEADERSHIP SERIES 예전 ‘C-Suite Strategy’에서 제목을 바꿔 선임 기자 제프 콜빈이 진행하는 최고 경영자들과의 최신 인터뷰이다. 이번 호 인터뷰의 편집된 동영상은 물론 찰스 슈왑, 제프 이멜트(GE)와 A.G. 래플리(P&G), 전임 뉴욕 시 교육감 조엘 클라인, 핌코 사의 모하메드 엘-에리안, 휴매나의 CEO 마이클 매컬리스터 등과 제프 콜빈 기자가 나눈 인터뷰 내용도 fortune.com/leadership에서 만날 수 있다.
번역 홍철진 indier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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