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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의 전장에서 혁신으로 생존하라"

아이리버는 MP3 하나만으로 단숨에 세계시장을 제패한 기업이다. 그 성공신화는 2004년 정점을 찍을 때까지 이어졌다. 그 후에는 애플과 같은 IT업계의 거인이 아이리버의 목을 죄며 매출과영업이익을 급격하게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리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9월 박일환 전 TG삼보컴퓨터 사장을 영입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스마트폰과 전자책이라는 신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포춘코리아가 글로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이리버가 어떤 새로운 생존전략을 짜고 있는지 파헤쳐 봤다.
이권진 기자 goenergy@hk.co.kr

아이리버 박일환(53) 사장은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기도 전에 아이리버 식구들을 미리 만나 인사를 나눴다. 지난 8월 2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아이리버 하우스에서였다. 아이리버본사 직원 180여 명이 운집한 회의장에 박 사장이 나타났다. 그는 말했다. “아이리버의 주력 제품인 MP3 플레이어와 전자사전이 시장에서 굉장히 위축된 것이 사실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잇달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내놓으면서 시장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한 탓도 있습니다. 이제 아이리버만의 독자적인 생존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할 시기입니다.”

이날은 아이리버의 3분기 홈미팅이 함께 열린 자리였다. 아이리버의 홈미팅은 다음 분기를 대비해 경영전략을 구상하는 공개회의의 성격을 띤다. 홈미팅에선 대외적인 기업공시나 신제품 출시시점 등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을 결정한다. 박일환 사장의 인사말은 당장 4분기 경영성과만을 염두에 둔 경영지침이 아니었다. 박일환 사장은 아이리버의 회생을 진두지휘할 무거운 책임을 지고 CEO에 중용된 인물이었다. 단기적인 먹거리보다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아이리버의 성장동력을 하루 빨리 키워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었다. 또 그것이 그가 9월 1일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 서둘러 전 직원을 만나려고 했던 이유였다.

전략기획팀 정재경 과장은 말한다. “아이리버는 지난해 약 1,072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년에 비해 25%가량 줄어들었죠. 불과 6년 전만 해도 아이리버의 매출은 4,500억원 이상이었어요. 그때는 워낙 MP3가 불티나게 팔려나갔으니까요.” 2004년 아이리버의 MP3 플레이어 모델은 세계시장 점유율 11%를 차지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특히 아이리버의 MP3, 전자사전, PMP 3총사가 성공신화를 이끌었다. 이들 제품은 2004년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IT업계의 흐름을 앞서 내다보고 이들 3총사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사정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었다. 삼성과 애플 등 IT업계의 빅플레이어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아이리버 같은 중소업체는 시장의 흐름은커녕 작은 변화를 감당하기에도 힘에 부치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박일환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앞으로 아이리버는 지난 2년여 간 유지해온 경영전략을 계속 이어갈 겁니다.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사업 분야를 전자책, 스마트 기기 쪽으로 더 확대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신속하게 마련할 것입니다.” 박일환 사장이 제시한 경영 키워드의 핵심은 사업다각화와 수익의 안정화였다. 특히 박 사장의 생존 방정식은 전임 CEO들의 경영전략과 결과물을 십분 고려해 만든 전략이었다. 10년 사이 온탕과 냉탕을 경험한 아이리버는 어떤 체질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걸까.

삼성전자는 전자책 사업에서 갤럭시S와 갤럭시 탭 쪽으로 사업을 완전히 돌려버렸다. 하지만 아이리버는 식어버린 한국시장에서도 커버스토리를 뜯어고치지 않았다.

전자책 시장의 다크호스
“앞으로 아이리버의 사업은 MP3 플레이어에서 전자책 중심으로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 박일환 사장의 전임자였던 이재우 전 사장이 2010년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이재우사장이 자신한 아이리버 전자책의 제품명은 ‘커버스토리’였다. 모든 종이책의 겉표지 노릇을 커버스토리가 하겠다는 의지였다. 아이리버 상품기획 파트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한국의 전자책시장 붐은 삼성전자가 조성했죠. 2009년 7월 무렵입니다. 삼성전자가 파피루스라는 전자책 단말기를 선보였습니다. 아이리버의 커버스토리도 덩달아 주식시장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했죠.” 당시 주식시장에선 전자책 테마주가 떠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불 붙은 국내 전자책 시장에 찬물을 확 끼얹은 곳이 있었다. 다름 아닌 삼성전자였다. 파피루스 출시 이후 1년 만에 사업 철수를 선언해버린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자책 콘텐츠 제작업체의 한 사장은 말한다. “삼성이란 브랜드를 믿고 단말기를 구입한 사람들이 많이 황당해했죠. 시장에서 많은 수요가 확산되던 시기였어요. 삼성이 시장을 키우다 버린 셈이었죠.” 삼성전자는이 시기에 전자책 사업에서 스마트폰 갤럭시S와 태블릿PC 갤럭시 탭 쪽으로 사업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하지만 아이리버는 식어버린 한국시장에서도 커버스토리를 뜯어버리지 않았다.

사실 아이리버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다. 아이리버의 전자책 사업은 출발부터 국내시장보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삼성전자의 정책 결정에 따라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국내 사업에 올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리버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1’에서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HD’를 공개했다. 아이리버 커버스토리의 후속작이었다. 무엇보다 스토리HD는 단말기 사양 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768times;1024 해상도의 고화질 6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화면이 선명했다. 미국 IT전문지인 PC 매거진은 “세계에 있는 6인치 e북중 최고의 대안”이라고 스토리HD를 평가하기도 했다.

스토리HD는 전 세계적인 히트 상품 아마존 킨들을 경쟁 모델로 삼고 있다. 킨들 킬러를 자처한 아이리버는 기술력과 디자인을 효율적으로 변형하며 대항마를 키워가고 있다. 전작 커버스토리에서 쿼티 자판 대신 터치스크린을 채용해 사이즈를 줄였다면, 스토리 HD는 고화질 구현을 위해 터치스크린을 빼고 다시 쿼티 자판을 장착했다. 사용자가 장시간 화면을 봐야 하는 전자책의 특성을 고려한 변화였다.

이미 전자책은 아이리버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잡고 있다. 정재경 과장은 말한다. “세계시장은 매년 2배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리버 전자책 사업의 매출 가운데 80%는 해외시장에서 나오고 있어요. 유럽, 북미, 중국, 일본 등에서 신사업의 싹을 길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이리버는 전자책 사업분야에서만 약 10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10%에 달하는 액수다. 올해는 20% 매출 비중을 예상하고 있다. 주력 제품군인 MP3와 MP4의 비중이 지난해 38%인 것과 비교하면, 아이리버가 전자책에 거는 남 다른 기대를 알 수 있다.

아이리버의 전자책 사업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견고한 연합 진영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아이리버의 스토리HD는 구글과의 합작품이다. 구글북스가 구글의 전자책 콘텐츠를 제공하면 아이리버가 단말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약 300만 권이 넘는 전자책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스토리HD는 구글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라는 얘기다. 아이리버 UI팀의 이재일 부장은 말한다. “스토리HD가 미국의 타깃 매장에서 7월부터 동시 출시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태블릿 PC와 전자책 시장이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죠. 스토리HD의 성공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봅니다.” 타깃은 한국의 이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매장이다. 미국 전역에 1,700여 개의 타깃 매장이 들어설 만큼 거미줄 같은 유통망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마존 킨들이 70% 가까이 점유한 미국 시장에서 스토리HD가 단기간에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구글과 타깃의 지원사격은 적진에 뛰어든 아이리버의 약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리버는 한국에서도 우군을 보유하고 있다. 스토리 HD는 아이리버와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6월 합작으로 중국에 설립한 L&I 일렉트로닉 테크놀로지의 첫 양산품이기도 하다. 정재경 과장은 “LG디스플레이가 원가경쟁력 있는 단말기의 패널을 제공하면 아이리버는 제품개발과 디자인을 전담해 스토리HD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아이리버는 구체적으로 한국 시장에 전자책 단말기를 공략하는 전략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아이리버는 최근 웅진그룹 북센과 콘텐츠 협력 차원에서 공동 설립한 북투의 사업을 정리했다. 누적되는 수익성 악화가 원인이었다. 아이리버는 앞으로 전자책 콘텐츠 사업을 중단하고 단말기 사업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아이리버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기업이다. 아이리버의 전자책 사업 돌풍이 언제 한국시장에 상륙할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바닐라폰의 강점은 풍부한 학습 콘텐츠다. EBS TV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3,500여 개의 EBS 강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신입생
아이리버는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리버 3총사의 신제품 수를 대폭 줄였다. 아이리버가 교육 시장에서 특화된 IT제품을 제조하고 있지만, 자칫 신제품 하나가 저조한 판매를 보이면 다음 신제품출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리버 상품담당 관계자는 말한다. “졸업입학 시즌은 교육 시장에서 가장 큰 성수기입니다. 아이리버는 이 시기에 매출의 50% 이상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제품이나 내놔도 다 팔린다는 건 아니죠. 아이리버가 호황기였던 시절에는 MP3만 하더라도 매년 10개가 넘는 신모델을 선보였어요. 하지만 올해는 단 3종만 출시했습니다. 솔직히 삼성이나 코원과 같은 경쟁사와 차별화해서 제품을 내놓아도 시장의 반응을 장담할 수가 없어요. 매번 줄타기를 하는 심정입니다.” 이는 IT업계를 강타한 스마트폰, 태블릿PC의 태풍과 무관하지 않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MP3와 전자사전, PMP 기능까지 흡수해버렸기 때문에 아이리버는 신제품 출시에 대해 더욱 예민해졌다.



MP3 같은 자신의 주력 모델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아이리버가 최근 과감한 변신 하나를 시도했다. 바닐라폰이라는 아이리버 최초의 스마트폰을 공개한 것이다. 바닐라폰은 3.5인치 LCD화면과 안드로이드 2.2 OS를 장착한 40만 원대 초반의 중저가형 모델이다. 삼성, LG,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고사양 스마트폰들과 비교하면 성능은 조금 뒤처지는 스마트폰이다. 이재일 부장은 말한다. “1년 넘게 준비했습니다. 사실 안드로이드폰 기반 제품은 시간과 돈이 많이 투자되는 까다로운 분야죠.” 사실 바닐라폰의 2.2 OS는 현재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안드로이드 3.0OS의 과거 버전이다. 아이리버 같은 중소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OS버전에 맞게 인력을 한꺼번에 집중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아이리버가 바닐라폰을 통해 스마트폰 전쟁에 뛰어든 이유가 있었다. 바로 틈새시장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닐라폰의 강점은 풍부한 학습 콘텐츠다. EBS TV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3,500여 개의 EBS 강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이리버의 충성고객은 중middot; 고등학생들이다. 바닐라폰은 이러한 틈새시장 을 공략하는 스마트폰이란 얘기다. 아이리버는 스마트폰의 거인들과 정면 승부를 펼쳐 간신히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아예 이길 수 있는 싸움판을 만들어 전장에 뛰어들었다.이재일 부장은 바닐라폰에 대해 “아이리버만의 차별화된 기능과 디자인, 가격을 한꺼번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아이리버는 전자책에 이어 스마트폰에서도 구글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자랑한다. 아이리버는 구글의 GMS(GOOGLE MOBILE SERVICES)인증을 받아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G메일, 유튜브 등을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GMS 인증을 받은 곳은 삼성, LG, 팬택 등 대기업군에 한정돼 있다. 중소기업 가운데 GMS를 받은 곳은 아이리버와 앤스퍼트 단 두 군데다. 정재경 과장은 말한다. "GMS 인증을 받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신청만 해놓고 승인을 기다리는 기업이 수두룩하죠. GMS 인증을 못 받으면 껍데기만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아이리버의 스마트폰 사업 역사에선 LG그룹과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닐라폰은 LG유플러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만든 두 번째 작품이다. 지난 7월에는 태블릿PC 아이리버 탭을 출시했다. LG는 자신들의 옵티머스탭 출시가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판단하고 교육시장에 특화된 아이리버탭의 공동개발을 적극 지원했다. 이 밖에도 지난 2010년에는 LG전자와 청소년을 겨냥한 피처폰 프리스타일을 함께 선보였다. 누적 판매 10만대를 올리며 수익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렸다.

아이리버의 스마트폰 개발 계획은 박일환 사장 체제에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일환 사장은 TG삼보컴퓨터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대표를 역임하며 기술 혁신과 수익 개선을 이끌어 왔다. 박 사장에게 태블릿PC는 낯선 영역이 아니다. TG삼보컴퓨터 사장 시절 비록 시장에서 실패를 경험하긴 했지만, MID라는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MID는 태블릿PC와 비슷한 개념으로, 단말기를 휴대하면서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기기다. 박일환 사장은 컴퓨터 회사가 가진 노하우와 장점을 통해 태블릿PC 시장을 철저하게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진 아이리버 스마트 기기 판매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의 탄탄한 연대와 정확한 시장공략을 이어간다면, 아이리버에게도 스마트 기기 시장의 기회가 넓게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혁신적인 아이리버 MP3를 디자인한 이노디자인과 2000년대 중반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쏟아지는 제품 속에서 아이리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용단이었죠”

아이리버의 디자인경영
“2000년 초반만 해도 기업 간의 디자인 격차가 상당히 컸습니다. 일부를 제외한 한국기업에게 디자인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전이었죠. 아이리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디지털에 디자인경영을 본격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젠 기업 간의 디자인 파워 격차는 현격하게 줄었어요. 겉으로 보면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이제 자신만의 디자인 정체성으로 승부를 낼 시기가 왔습니다.” 이재일 부장의 설명이다. 애플이 맥 컴퓨터를 시작으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까지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일관되게 유지해온 애플만의 디자인 철학 때문이었다. 애플의 디자인은 단순함과 디테일로 요약될 수 있다. 아이리버도 여전히 자신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아이리버의 2세대 디자인에선 심플과 모던을 키워드로 삼았다. 2010년 아이리버는 디자인팀 인력의 80%를 교체하면서 아이리버 3세대 디자인 시대를 열었다. 3세대 디자인의 핵심 키워드는 심플(Simple), 액센티드(Accented), 컨투어드(Contoured)다. 아이리버 디자인팀의 한 관계자는 설명한다. “초창기엔 이노디자인이라는 업체와 협업을 통해 1세대 아이리버 디자인을 구축했습니다.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이리버 MP3도 바로 이 시기에 탄생했죠.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노디자인과 결별했어요. 쏟아지는 제품 속에서 아이리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죠. 디자인경영을 중시하는 경영진의 용단이었습니다.”

올해 아이리버는 기업부설연구소로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렇다고 디자인 전담조직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디자인팀을 별도 부설기구로 마련해 디자인 역량을 집중하고 개발하자는 것이다. 현재 아이리버의 디자인 전담 인력은 20명이다. 올해 디자인 총책임자로 LG전자 정보통신 디자인부문과 글로벌 디자인업체 HaA Design의 서울지사장을 역임한 신현용 씨를 디자인 부문장으로 새로 영입했다.

아이리버는 제품 설계와 제작 과정에 디자이너가 참여할 정도로 디자인 부문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 이재일 부장은 말한다. “회사의 기본적인 방침 중 하나는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걸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디자인 부서와 기술, 마케팅 부서 간 의견마찰이 생겼을 때 디자인의 중요성부터 다시 논의하는 식이죠.”

아이리버는 요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2의 케이스를 만들며 스마트폰 액세서리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아이리버는 이 부문에서 약 138억 원의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최근엔 스마트폰 케이스 외에도 보호필름, 거치대, 배터리 등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KT 경제경영연구소가 밝힌 2010년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은 약 2,445억 원 규모다. 이 연구소는 올해시장이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난 5,0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재일 부장은 설명한다. “정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앞으로 스마트폰의 다양한 액세서리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할 계획입니다.”

아이리버는 이제 과거의 아이리버가 아니다. 1999년 창사 이후 대부분의 창립멤버들이 회사를 떠났고, 아이리버 성공신화의 주역인 창업자 양덕준 사장도 2008년 새롭게 다른 회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아이리버는 위기 이후에도 심기일전하며 재기를 노려왔다. 박일환 사장은 아이리버 대주주인 보고펀드가 2007년에 600억 원을 투자한 후 다섯 번째로 회사의 경영을 맡는 CEO가됐다. 박 사장의 사장 선임은 혁신적인 제품 출시와 수익성 향상이라는 점에서 최적의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두 가지 히트상품을 내놓았다고 아이리버의 지속적인 성장을 확신할 순 없다. IT업계는 잠시도 진화를 멈추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일환 사장과 임직원들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이리버가 공룡들이 군웅할거하는 전쟁터에서 승전고를 울리려면 남보다 빨리 자기를 혁신하고 시장에 대응하는 길 외에는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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