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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크루스 범죄 예방 실험

THE SANTA CRUZ EXPERIMENT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범죄 발생 전 미리 예방하는 게 가능할까. 범죄 문제를 데이터 문제로 변환, 21세기에 걸맞은 혁신적 절도예방시스템을 구현한 도시를 소개한다.

BY KALEE THOMPSON
PHOTOGRAPHS BY CODY PICKENS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스에서는 작년 한해 160대의 자동차와 495회의 주택 절도가 발생했다.

인구 6만명의 소도시 범죄율로 이 정도면 평균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산타크루스의 경찰력이 직면해 있는 문제가 숨어 있다.

산타크루스 경찰국(SCPD)은 2001년 이후 104명의 직원 중 10명을 감원했지만 그동안 시의 인구는 5,500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결국 SCPD는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리고 이는 산타크루스만이 아닌 모든 미국 경찰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 난맥상의 타개를 위해 SCPD는 올 여름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는 전술을 바꿨다. 최신 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 경찰력의 효용성을 높이기로 한 것.

이를 위해 SCPD는 방대한 범죄 데이터와 정교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범죄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간대와 장소를 예측하고,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경찰 배치 방법을 찾기 위한 6개월간의 실험에 돌입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 볼 수 있는 이런 접근방식을 ‘예측적 치안활동’이라 부른다.

특히 산타크루스의 이번 실험은 1990년대에 지도와 통계 테이터를 통해 범죄를 추적했던 최초의 데이터 범죄예측분석시스템인 뉴욕경찰의 ‘컴스탯(CompStat)’ 이래 데이터 주도형 예측적 치안활동의 커다란 진보를 상징한다.





예측적 치안 활동
지난 7월 1일 6개월의 일정으로 본격 개시된 야심찬 실험을 직접 확인하고자 필자는 최근 산타크루스를 찾았다. SCPD 본청에 도착하니 이번 프로그램 도입을 주도한 스티브 클락 부서장이 반갑게 맞아줬다. 간단한 수인사를 나눈 후 필자는 SCPD에서만 25년간 근무했다는 그를 따라 순찰차에 올라 오후 순찰에 동행했다.

“산타크루스에는 순찰 경관이 60명 있습니다. 이들은 몰러 박사의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주택 및 차량 절도의 발생확률이 높은 ‘핫스팟’을 중심으로 순찰을 하고 있죠. 도시 전체를 5개 구역으로 나눴는데 각 구역마다 최소 1대 이상의 순찰차가 항상 순찰을 돌고 있어요.”

기존의 SCPD 경관들은 범죄신고가 접수되기 전까지 어디를 어떻게 순찰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장 투입 전 점호에서 그날의 핫스팟이 표시된 지도를 전달받는다. 나가서는 이들 핫스팟이 위치한 블록을 한 시간에 2~3회씩 순찰한다. 최소한 산타크루스에서는 거리에 가급적 많은 경찰관을 배치, 막연히 시민의 안전을 기원하던 원시적(?) 치안활동의 시대는 끝난 것이다.

순찰차 속 필자에게도 산타크루스의 시내 지도 10장이 들려 있었다. 각 지도에는 오늘의 핫스팟 10곳이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었는데 그 넓이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좁았다. 가로와 세로 길이가 실제 거리를 기준으로 150m 정도에 불과하다. 동네나 블록이 아니라 특정지점을 ‘콕 집어’ 명시한 것이다.

지도 위에는 몇 가지 통계수치도 적혀 있다. 그곳의 범죄 발생 확률, 범죄 발생 확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 가택침입과 차량절도 중 더 확률이 높은 범죄의 유형이었다. 일례로 필자가 순찰 중이었던 린덴 스트리트의 지도에는 범죄 발생 확률 2.06%, 범죄 발생 시간대 오전 7시와 정오, 가택침입형 절도 가능성이 차량절도보다 3배 높다고 쓰여 있었다. 그때 클락 부서장이 입을 열었다.

“주택침입은 대개 주인들이 직장에 근무 중인 낮 시간대에 발생합니다. 주택침입 핫스팟을 순찰할 때는 각 가정의 현관문과 앞마당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해요. 창문의 블라인드가 창밖으로 나와 있지 않은지도 핵심 관찰대상이죠. 이는 누군가 집 안에 있다는 증거니까요.”

순찰 중 우리는 승용차 좌석에 앉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순찰차가 옆을 지날 때 좌석에 살짝 몸을 파묻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 바퀴 돌고 와서도 계속 있는지 봐야겠네요. 햄버거는 보통 집안의 부엌에서 먹자나요. 물론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중이거나 열쇠가 없어서 아내를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죠. 단지 저 양반이 이 동네 사람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하면 안돼요.”

“범죄 예측은 일기예보와 같아요. 날씨는 예측하고도 손 쓸 방도가 없지만 범죄는 다르죠.”

지진학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몰러 박사의 연구실은 산타클라라대학의 한 건물 지하에 있다. 그곳에서 7부 반바지에 만화 그림 티셔츠를 입은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교수보다는 학생, 혹은 록커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사실 그는 ‘아이딜리스츠’라는 밴드의 베이스 주자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몰러 박사는 필자에게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산타크루스의 범죄율 통계를 보여줬다.

각각의 범죄가 일어난 곳의 정확한 위치와 좌표가 엑셀 파일에 정리돼 있었고 각 좌표 옆에는 범죄일자와 시간, 범죄유형 코드가 적혀 있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4,300여건의 범죄가 모두 기록돼 있어요. 숫자 1은 주택 침입, 0은 차량 침입 범죄를 의미합니다.”

지난 10년간 미국 내 재산범죄는 29%, 폭력범죄는 39%나 감소했다. 미 전역의 범죄 데이터 집계가 이뤄진 1973년 이래 최저 수치다.

이 같은 범죄율 감소는 인구의 고령화, 범죄자 투옥률 증가, 마약 투여자 감소 등 여러 요인의 산물이다. 그러나 대다수 범죄학자들은 뉴욕 경찰국의 윌리엄 브래튼 전 서장에게 가장 큰 공을 돌린다.

그는 앞서 언급한 ‘컴스탯’을 통해 경찰 업무에 비교통계 데이터를 접목한 선구자다. 컴스탯은 몰러 박사의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최근 발생 범죄 데이터를 수집, 지도에 표시하여 순찰 활동의 효용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단지 몰러 박사의 알고리즘은 컴스탯과 달리 두개의 사건이 벌어진 위치와 시간도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로 이용한다. 이 데이터에 근거해 해당 범죄나 후속범죄의 위험도를 평가하며 다양한 보조데이터에 힘입어 후속 범행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알아낸다.




내일의 범죄를 알려드립니다.






몰러 박사는 과거 UCLA 대학에 있을 때 산 페르난도 밸리 지역의 범죄 자료를 토대로 자신이 개발한 알고리즘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그에 따르면 컴스탯의 지도와 비교해 최소 20%, 최대 95%나 많은 범죄를 더 정확히 예측해냈다.

“일반인들에게 지진 예측에서 기인한 범죄 예측 기법이 이해하기 쉽지는 않을 거예요. 지진은 물리학적이고 범죄는 사회학적이니까요. 하지만 이 모델은 꽤 유연합니다. 마치 전염병의 확산을 예측하듯 범죄의 확산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요.”

실제로도 유행성 질병 전문가들은 현재 지진학자들의 모델로 전염병 전파를 예측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도 지진학적 모델 도입이 늘고 있는 상태다.

“기업들의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은 전염성을 띱니다. 도미노현상처럼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되죠. 특정 사건이 다른 사건의 발생 확률을 높이는 경우라면 어디든 이 모델을 적용할 수 있어요.”

범죄 분야의 팝타르트
몰러 박사의 범죄 예측 알고리즘은 산타크루스의 과거 범죄 자료를 근간 데이터로 삼는다.

하지만 이 알고리즘은 절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와 관련한 사건이라면 무엇에든 적용이 가능하다. 반면 지진학자들이 특정 지진을 예측할 수 없듯이 그의 알고리즘도 특정 사건을 예측해 막을 수는 없다. 영화에서처럼 언제 어디서 범죄가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해 경찰을 미리 배치해서 범인을 잡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몰러 박사는 알고리즘에 의해 순찰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경찰은 도시 전체를 지켜야 해요. 문제는 범죄가 시간별·장소별로 균등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죠. 이 점에서 범죄 예측은 일기예보와 다를 바가 없어요. 날씨는 예측을 하고도 손 쓸 방도가 없지만 범죄는 그렇지 않죠.”

미국의 법집행기관이 예측적 치안 활동의 개념을 처음 잡은 것은 소매상들을 통해서였다. 일례로 2004년 월마트는 10년간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 허리케인이 닥치기 직전에 배터리, 생수, 플래시라이트의 판매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것이 그리 놀랄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분석을 통해 알아낸 것 중에는 매우 의외의 것들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악천후를 앞두고 팝타르트 과자의 매출이 치솟는다는 점이었다.

2009년 LA 경찰국(LAPD) 찰리 베크 서장과 함께 경찰기관지에 ‘예측적 치안 유지 활동: 월마트와 아마존에서 배우는 불황기 방범 활동 비결’이라는 논문을 공동 게재한 심리학자 콜린 맥큐 박사의 말이다.

“대부분의 재산 범죄는 기회를 엿보며 이뤄지고 범행 동기의 다수는 마약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예요. 범죄자들도 어찌 보면 다른 유형의 소비자인 셈이죠. 마약 값이 오르면 재산 범죄가 늘어나는 당연한 상관관계 외에 우리는 범죄 분야의 몇 가지 팝타르트를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경찰서의 범죄 분석가로 일하던 2003년, 그녀는 허리케인 이사벨이 미국을 덮친 뒤 수주일간 발생한 범죄데이터를 분석하다가 악천후 뒤에 묻지마식 총기 사건이 늘어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왜 그런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해요. 하지만 그런 일을 예측하고 가장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알아낸다면 경찰은 필요한 준비를 갖출 수 있죠.”

리치몬드 경찰서는 맥큐 박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그녀가 지목한 범죄 예상 지역에 순찰 경관들을 다수 배치했고 사고 발생률은 무려 47%나 하락했다.



범죄 업로드
산타크루스 경찰서 911 콜센터의 순찰 관리자 데본 맥마흔은 실시간으로 범죄를 추적한다.

소비자와 범죄자
소매상들의 고객 소비 트렌드 예측은 매출증대와 직결된다. 사법기관은 어떨까. 범죄피해 예방에 더해 적지 않은 예산이 절약된다. 더 적은 경찰력으로 효과적인 치안유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범죄를 예방한다면 아무도 잡아들일 필요가 없어 국가 예산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맥큐 박사는 연말에 50명 이하의 경관만을 배치, 1만5,000달러의 인건비를 절약한 리치몬드 경찰서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우리에게는 범죄자들을 검거해 일정 사법 절차를 거쳐 투옥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예산, 그리고 그 과정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소매상들은 또 공간문제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매장 내부로 어떻게 물건을 옮길지, 어떻게 진열할지 말이다. 맥큐 박사는 경찰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말한다. 악당들이 이 도시를 어떻게 활용할지, 치안 유지 자산을 어떻게 배치해야 더 많은 범죄를 막을 수 있을지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언젠가 경찰들은 특정 은행의 특정 지점에 강도가 들지 능숙히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를 위한 데이터 분석에는 과거 범죄자들의 행동 이력이 포함된다. 차량 절도라면 어떤 차량이 주로 절도의 대상이 됐는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 또한 해당 범죄자와 유사한 행동양식을 보인 다른 범죄자의 기호도 함께 분석된다. 월마트도 이들 사이의 관계를 알아냄으로써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양의 팝타르트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왜 악천후 전에 팝타르트의 소비가 증가하는 것일까. 월마트도 알지 못한다. 정확히 말해 굳이 알 필요도 없다. 그 사실을 미리 알아채고 적절히 대응하면 그만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범죄자들이 왜 총을 쏘고, 자동차를 훔치는지는 지금 당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범죄 예상 시간과 장소만 정확히 예측하면 된다.

치안 유지와 관련해 미국 경찰 체계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SCPD만 해도 2개조로 업무를 운용한다. 1조는 일요일에 근무를 시작, 수요일에 끝내고 2조는 수요일에서 토요일까지 근무한다. 하루 3교대며 4개월마다 근무 순번이 바뀐다. 이런 상황에서 경관들은 근무 시간이 다른 동료들과는 만나기도,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다. 한 경찰서 내에서조차 소속원들의 지식이 통합되지 못하는 셈이다.

또한 모든 경찰서에는 상대적으로 경계심과 노련미가 부족한 신참들이 존재한다. 퇴임이 임박한 경관들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수집하는 체계적 시스템도 없다. 게다가 노련한 경관이라도 컴퓨터처럼 매번 명확하게 자신이 가진 정보를 분석하지 못한다. 인간의 두뇌는 3~4개 이상의 변수를 동시에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은 감정의 영향을 받으며 지각 능력 역시 외부 영향에 취약하다.

“범죄자의 다음 표적 예측은 소매점이 고객의 구매 성향을 예측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평화로운 우범지대
산타크루스의 린덴 스트리트 주변 지역은 평상시 경관들이 반드시 순찰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만한 곳이 아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린덴 스트리트를 떠나기 전, 클락 부서장은 순찰차에 장착된 컴퓨터에 오늘 순찰한 루트를 기록했다. 6개월의 실험이 끝난 후 그동안 축적된 기록들은 몰러 박사의 범죄 예측 소프트웨어의 효용성 평가에 사용된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도심에 위치한 3층 주차장 건물이었다. 클락 부서장에 의하면 이 곳은 늘 요주의 순찰지역으로 표시돼 있다고 한다.

“그곳이 절도에 얼마나 취약한지 곧 알게 될 겁니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고 도망칠 출구는 아주 많죠. 가방을 메고 들어와서 주차된 차량의 창문을 깨고는 지갑을 꺼내 사라지면 돼요.”

다행히 주차장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긴장감을 내려놓고 인근 지역의 순찰까지 마치고 나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저녁 순찰조의 투입이 이뤄졌다. 예상한대로 무전기의 호출음도 점차 빈번해졌다. 차량 도난, 공중화장실에서의 폭행, 그리고 신속히 발견됐지만 해안에서 8세 여아의 실종 신고도 있었다.

그날 필자가 출동한 사건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깡마른 한 여성이 유일했다. 그녀의 혐의는 소매치기였다. 경관들이 사건 내역을 기록하고 있는 동안 필자는 피해자인 대학생과 얘기를 나눴다. 지도와 통계 데이터를 이용해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취재 중이라고 설명하자 대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꼭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네요.”

작년 10월 펜타곤과 해병대 모병소, 해병대 박물관에 9㎜ 권총 총격이 가해지는 사건이 있었다. 새벽 시간대여서 사상자는 없었지만 테러 가능성이 대두되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당시 맥큐 박사는 미 국토안보부 (DHS)와 협력해 총격 사건 예상 지역을 예측하는 ‘스나이퍼 선호 모델’을 만들고 있었는데 군 시설에 집착한 듯한 이번 사건 때문에 그녀의 프로젝트는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됐다.

“모델 구축에 있어 두 가지 유형의 데이터에 의존해요. 과거의 총기 난사 사건과 모든 표적 주변의 지역 정보에요. 지역 정보에는 지형, 심지어는 각 지역의 사회경제 정보들도 포함시켰죠. 사고 덕분에 정부 고위관료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얻을 수 있었어요.”

누군가가 자주 가는 곳을 알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과거에 총기 난사를 당한 표적의 특징을 자세히 살피면 다음번 타깃의 추정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범죄 분석관들의 주 업무다.

“범죄와 테러리즘은 카펫 밑에 숨어 있는 거품과 같아요. 한 사건이 벌어지면 그 자리에 많은 경찰력이 투입되지만 거품은 이내 다른 곳으로 이동하죠. 범인이 움직이기 전에 선수를 치는 게 관건이에요.”



다음 범행 장소?
맥큐 박사의 소프트웨어는 몰러 박사의 소프트웨어처럼 미래의 범행 예상 지역을 지도로 표시해 준다. 그녀가 스나이퍼 선호 모델로 찾아낸 정보를 정부기관에 보낸지 3일이 지나 총기 난사범은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이번 표적은 버지니아주의 한 사무빌딩에 있던 해안 경비대 모병소였다.

놀랍게도 이곳은 맥큐 박사가 꼽은 타깃에 포함돼 있었다. 버지니아주 북부에는 군사시설이 매우 많지만 그녀의 소프트웨어는 해당 모병소의 뒤편에 울창한 숲이 있고, 주변 고속 도로로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높게 평가했다. 범인은 이후 추가범행을 자제하고 숨어 있다가 올 6월 펜타곤 인근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체포됐다. 맥큐 박사가 가장 높은 범죄 가능성을 예견한 지역이었다.

주지하다시피 통계학적 관점에서 총기 난사범의 다음 표적을 예측하는 것은 커피 마니아가 다음에 방문할 카페를 맞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커피숍을 선택한다. 하지만 스타벅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차가 용이하거나 대중교통 및 도도로의 접근이 쉬운 점포를 찾게 된다. 스타벅스도 이 점을 간파하고 있다. 그래서 후보지역에 대한 인구학적 분석을 거쳐 상대적으로 고가인 자신들의 제품을 구매할 능력이 되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점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맥큐 박사는 현재 펜타곤이 이와 유사한 기법을 사용해 전쟁터에서 급조폭발물(IED) 공격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장소를 예보하려 한다고 밝혔다.

“테러범은 목표물이 반드시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곳에 IED를 설치하려 할 겁니다. 그 러려면 목표물의 일상적 행동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겠죠. 이는 범죄 예측과 수학적으로 매우 유사한 과정입니다.”

“어떤 경관들은 예측적 치안 기법을 자신들이 가진수사 기술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했죠.”



예측의 효과
산타크루스 경찰국은 예측적 치안활동을 도입한 첫달에만 전년 동기 대비 27%의 재산범죄 감소 효과를 거뒀다.

핫스팟을 찾아라
올 7월 예측적 치안 활동이 산타크루스에 처음 도입됐을 때 몇몇 경관들은 이를 부두교의 술법 정도로 치부했다. 데이터와 수학에 의존해 범죄와 싸운다는 발상은 다수의 경찰관들이 그동안 지녀왔던 개념과는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클락 부서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떤 경관들은 이런 기법을 자신들이 가진 수사 기술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했죠. 이 기법이 도입되면서 업무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경우도 많았구요.”

그러나 지금 이런 우려는 깨끗이 사라졌다. 기껏해야 150㎡ 정도의 지역을 1시간 동 안 순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예측적 치안 활동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적은 인원이지만 집중적·효율적으로 경찰력을 투입, 치안 유지에 나서면 엄청난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뉴욕 교통국은 모든 지하철 객차의 낙서 제거와 무임승차 근절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자 1996년쯤 지하철 내 흉악범죄 발생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산타크루스의 실험 결과는 희망적이다. 시행 첫달인 7월의 재산범죄는 전년 동기 대비 27%나 줄었다. 가히 괄목할만한 수준이다. 상반기 재산 범죄가 전년보다 25% 늘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핫스팟 내에서만 7명의 범죄자가 검거됐다.

7월에는 필자가 찾았던 주차장 빌딩에서 차 안을 훔쳐보던 여성 두 명이 체포됐는데 한 명은 마약의 일종인 메타암페타민 소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다른 한 명도 마약을 운반 중이었다. 8월말에는 린덴 스트리트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또 다른 핫스팟에서 거동 수상자를 발견, 검문을 했더니 며칠 전 절도당한 장물이 발견됐다.

이 같은 성과에 주목해 산타크루스에 이어 LA 경찰국도 올 연말쯤 몰러 박사의 알고리즘을 가지고 예측적 치안 활동 실험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곳의 말리노우스키 경감은 “시내 전역에서 여러 건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며 “일부는 폭력범죄, 일부는 재산범죄에 대한 실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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