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 기자 psr@sed.co.kr
사진제공: KIMS 재료연구소
어느 화가의 그림일까?
이주호, 소재와 빛으로 그린 나노 수묵화
어느 동양화가가 그린 수묵담채화일까?
그렇게 보이겠지만 사실은 아니다. 이 녀석의 실체는 ‘산화아연 나노와이어’. LED,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 산화아연을 10억분의 1 크기의 아주 미세한 나노와이어로 만든 후 30만배의 배율로 단면을 관찰한 모습이다.
마치 화선지에 그려낸 한 폭의 난(蘭)을 보는 듯 뜻밖의 운치에 젖게 만드는 이 작품이 이번 공모전의 대상을 차지했다.
바닥을 뒹구는 초코볼
김세윤, 힘의 균형
카펫 위를 뒹구는 먹다 남은 초코볼 쯤으로 보이는 이 놈은 ‘CuCrO2’라는 소재를 확대한 것이다.
구리 기반의 산화물이며 LED, 태양전지 등의 개발에 쓰인다. 모양이 독특하다고?
카펫처럼 펼쳐진 바닥과 그 위에 앉은 덩어리 모두 힘의 팽팽한 균형에 의해 자신들이 가진 특수한 형상대로 자라난 것이다.
막대기와 돌멩이
이성민, 코어쉘 구조의 나노입자
긴 막대기와 자잘한 돌멩이처럼 보이는 물체들이 한데 엉켜 있다. 중심부 물질과 주변부 물질이 서로 다른 이 같은 구조를 전문용어로 ‘코어쉘(core-shell)’이라 한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은나노 입자’. 세탁기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친구다. 은을 미세한 가루로 만든 은나노는 살균과 항균 기능에 탁월한 효과를 지녀 웰빙 소재로도 각광 받고 있다.
비생명체의 세포
장성훈, 살아 숨쉬는 금속조직
그 모습이 어딘가 낯익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물학 관련 책자 속에서 한번쯤 맞닥뜨리게 되는 세포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러나 이는 세포가 아니라 ‘철-구리’의 모습이다. 철과 구리를 생각하면 갈색으로 녹이 슨 금속의 모습이 떠오르지만 이렇게 크게 놓고 보니 살아 숨쉬는 녹색 생명체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모기알? 파리알?
차희령, one layer nanobead
산란력 좋은 어느 날벌레가 낳은 알은 아닐까?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이 녀석은 비교적 우리와 친숙한 소재인 ‘은’이다. 은을 확대했더니 이처럼 일정한 패턴이 나타났다.
얼핏 봐서는 곧 부화할 모기나 파리의 알 같지만 이것이 우리의 손과 목에 걸려 있는 반지와 목걸이의 진짜 모습이다.
얼굴 없는 유령
강민규, 구리 나노 입자 산화 방지 코팅
흐느적거리는 유령 같기도 하고, 길고 두터운 털로 온 몸뚱이를 가린 삽살개 같기도 하다. 또 어떻게 보면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인 같기도 하다.
이 희귀한 녀석의 실체는 ‘구리 나노 입자’다. 구리는 은 다음으로 열과 전기가 잘 통해 실생활에 널리 이용되는 소재다.
특히 나노 수준에서의 구리는 값비싼 금 나노나 탄소 나노를 대신해 다양한 촉매제로 활용된다.
아름다운 깃털
김대현, 뉴런과 흡사한 모습을 가진 산화알루미늄 번들
거위나 오리의 털이냐고? 아니다.
얼핏 새의 깃털이 가닥가닥 갈라진 모양으로 보이지만 이 녀석은 ‘양극산화알루미늄(AAO)’.
즉, 알루미늄을 양극산화(anodization) 시킴으로써 알루미늄의 내식성과 표면경도를 향상시킨 것이다.
뭐든지 만들 수 있는 팔색조 금속답게 그 내면은 어떤 소재보다 아름답고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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