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성능을 몸소 체험할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일반 시내주행인지라 회사 방침상 현지 교통시스템이 익숙지 않은 기자에게는 운전석이 아닌 보조석이 제공됐지만 혼다 본사를 중심으로 도쿄 미나토구 인근을 약 30분간 시승할 수 있었다.
도쿄=박소란 기자 psr@sed.co.kr
본사 현관에서 첫 대면한 FCX 클래러티의 느낌은 평범했다. 수소연료전지차임을 알리는 문구 하나 없어 외관만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쿠페형 세단일 뿐이었다. 이를 눈치 챈 듯 동승한 안도 아케미 혼다 기업홍보부 주임은 "그린카는 대체로 녹색과 청색을 많이 쓰지만 FCX 클래러티는 가넷이라는 보석을 이미지화한 적색으로 도색됐다"며 "세련미를 우선시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에는 일본 패션협회 유행색 정보센터가 우수한 자동차 색상에 수여하는 '오토 컬러 어워드'의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실내 공간은 여타 세단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다. 연료 전지시스템의 소형화를 이룬데다 이를 차량의 전·후방이 아닌 바닥부에 배치,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덕분이다. 아케미 주임은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의 발 아래에 연료전지가 있다"며 "크기가 반 수저통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운전자가 핸들 옆의 파란색 '파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시동이 걸린 것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아무런 미동도, 소리도 없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장점 중 하나인 정숙성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시속 40~50㎞를 유지하며 달린 지 5분여가 지났을 무렵, 작은 경고음이 들렸다. 차를 잠시 갓길에 세운 후, 아케미 주임은 수소와 산소의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 하는 수소연료전지의 특성상 출발 직후 약간의 발열반응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FCX 클래러티의 최고 시속은 160㎞.
직선도로에 접어들어 급가속을 했지만 물의 없이 부드럽게 시속 80~90㎞에 도달했다. 물론 이때도 시끄러운 엔진음은 들을 수 없었다. 수소 소비량을 표시하는 속도계 중앙의 '수소 볼(H2 ball)'이 청색에서 오렌지색으로 바뀐 게 유일한 변화였다.
주행성능과 함께 FCX 클래러티는 편의사양도 최상급이다. 일본 내 모든 수소충전소의 위치가 입력된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자동주행하는 감응순항제어장치(ACC), 충돌방지시스템(CMBS), 후방감시카메라 등을 채용해 운전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또한 각 좌석의 온도를 개별 제어하는 온도조절 시트의 경우 옥수수로 만든 바이오 직물소재를 사용해 수소연료전지차의 친환경성을 배가 했다.
결론적으로 FCX 클래러티는 시승 내내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의 소음이나 진동과는 무관했다. 안정적 주행성능과 안락함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 특히 무공해 자동차답게 드라이브를 마치고 혼다 본사로 돌아왔을 때 자동차의 배기구에서는 사람이 먹어도 괜찮다는 깨끗한 물 몇 방울만이 배출되고 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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