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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하수를 식수로 마신다

NANO FILTRATION SYSTEM

화장실의 하수를 정화한 물 한 잔. 과연 그 물을 자신 있게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싱가포르의 셀라판 라마 나단 전 대통령은 실제로 그 물을 단번에 들이켜며 "물맛 좋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처럼 버려지는 하수를 식수화 하는 '물 재생'이 환경보호와 물 부족 사태 해결의 청부사로 꼽히며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것은 나노기술이 접목된 나노 여과막(나노 분리막).
지식경제부는 작년 8월 신성장 동력산업 중 8개를 산업집적활성화법 시행규칙상 첨단업종으로 추가했는데 나노 여과막도 그중 하나다.


자료제공_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분리막은 물과 불순물의 분리에 쓰인다. 막에 물을 통과시켜 용존 오염물질을 걸러내는데 이를 막 분리법이라 한다. 현재 정수, 하수 및 폐수 처리, 해수 담수화 등의 공정에 활용되고 있으며 한번 사용하고 버린 하수를 정화해 깨끗한 물을 얻는 이른바 '뉴워터(NEWater)' 프로젝트의 요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뉴워터는 왜 필요한 것일까. 우리가 버린 하수와 오·폐수는 2차 오염을 통해 수자원 고갈과 물 부족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따라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속적인 산업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묘책은 이의 재활용밖에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하수도 자원이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국내 하수발생량은 하루에만 2008년 기준 171억1,310만ℓ에 달한다. 18.9ℓ짜리 사무실용 생수통 9억545만5,026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이렇듯 하릴없이 버려지는 하수를 전 처리한 후 나노 분리막을 거치면 곧바로 생명수로 환골탈태해 안정적 수자원 확보 차원에서 그 효용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모든 물 부족 국가들에게 가뭄 속 단비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껏 물의 여과공정에 주로 사용하던 막은 미세한 오염물질의 분리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나노 분리막은 막의 구멍 크기가 나노급(1 ㎚=10억분의 1m)이어서 사람이 먹어도 무방한 수준의 여과능력을 발휘한다.

일반적인 하수 처리는 여러 공정을 거친다.

먼저 여과기로 덩어리 형태의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하지만 물에 녹아 있는 용존 오염물질은 이 방식으로 제거할 수 없다. 때문에 화학약품과 결합해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화학적 처리공정이 이어진다.

물론 이렇게 해도 미처 분해되지 않았거나 화학반응에 의해 새로 생성된 오염물질이 녹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박테리아 등 미생물을 물에 넣어 분해시키는 생물학적 방법도 필요하다.

반면 나노 분리막 시스템은 이 모든 공정을 단 한번으로 끝낼 수 있다. 나노 분리막은 중앙이 비어있는 가느다란 튜브 형태로서 나노 크기의 수많은 공기구멍이 형성된 고분자층이 표면을 덮고 있다. 덕분에 미세한 오염물질에 더해 대장균, 기생충 같은 병원성 미생물까지 걸러낸다.

게다가 유해물질을 가두거나 물질의 원자 일부를 포획해 흡착시키므로 아무리 더럽고 냄새나는 물이라도 나노 분리막을 통과하면 즉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된다.

나노 분리막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모든 물 부족 국가들에게 가뭄 속 단비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안성맞춤
보통 하수 처리시설의 규모는 작을수록 좋다.

아파트 단지나 공장처럼 기존의 대형설비 도입이 어려운 곳에도 보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노 분리막 시스템은 더욱 매력적이다.

이 시스템은 미생물 분리를 위한 별도의 침 전조가 필요 없기 때문에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그만큼 경제적인데다 고층 빌딩 등의 내부에 설치해 건물 내에서 발생한 하수를 화장실 용수나 조경용수로 재활용하기에도 제격이다.

이런 이유로 인구밀도가 높고, 국토가 넓지 않은 우리나라나 홍콩,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서 나노 분리막 시스템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스템인지라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도 이미 하루 수십만톤 규모의 플랜트가 수십기 가동되고 있지만 말이다.

사실 막 분리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오염된 강물을 정화하고 하천에서 식수를 얻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그것이 오늘날의 나노 분리막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

분리막은 구멍의 크기에 따라 마이크로막, 울트라막, 나노막, 역삼투막으로 구분된다. 보통 상·하수의 처리, 담수와 하수의 재활용 전 처리 공정에 마이크로막과 울트라막이 사용되고 나노막과 역삼투막은 담수와 하수의 재활용에 주로 쓰인다.



일례로 삼투압보다 높은 압력을 가할 때 용액에서 순수한 용매가 반투막을 통해 빠져나가는 역삼투압 현상을 활용한 역삼투막은 소금이온(Na+, Cl-) 등 물 속에 녹아 있는 가장 작은 물질인 1가 이온까지 모두 제거하는 탁월한 성능을 지닌다. 최근 상수도 정화를 넘어 하수도 정화에도 역삼투막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블루 골드 광산
바닷물을 정제해 담수를 얻는 해수담수화는 '블루 골드'라 불리는 수자원 관련 기술 중 가장 현실적·효과적 대안으로 꼽힌다.

짜디짠 바닷물도 정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양은 약 13억8,500만 ㎦.

이 중 바닷물이 97%에 이르는 13억5,000㎦며 나머지 3%인 3,500만㎦만이 염분이 없는 담수(민물)다. 그나마 담수 중 69%에 해당하는 2,400만㎦는 빙산·빙하 형태여서 이용이 불가하다. 지하수는 담수의 29%인 1,000만㎦에 불과하고 호수, 늪, 강, 하천 등의 지표수와 대기 층에 존재하는 물은 나머지 2%인 100만㎦ 뿐이다.

참고로 육지에 내리는 비의 양은 매년 12만 ㎦로, 얼음을 제외한 전체 담수의 약 25%가 매년 새로운 물로 대체돼 바다로 흘러간다.

즉 지구 전체에는 물이 많지만 활용 가능한 담수는 겨우 48만㎦ 정도며 분포조차 고르지 못해 이곳저곳에서 물 부족 사태가 빈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류가 찾은 대안은 바다였다. 무한한 수자원인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 담수로 만드는 게 그것이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해주는 기술이 바로 해수담수화다. 이 점에서 해수담수화는 21세기의 '블루 골드'라 불리는 물 기술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 할 만하다.

현재 막을 이용해 해수를 정제, 식수나 산업용수를 생산하는 역삼투압 방식 해수담수화 시장은 중동을 위시하여 북미, 호주, 남미, 유럽, 중국, 인도, 아프리카 지역 등으로 확대 추세에 있다. 그런 가운데 2007년과 2008년 우리나라의 두산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서 대형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연속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는 역삼투압 방식 담수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경제의 밑천
원래 더럽혀진 물의 대부분은 별도의 인위적 조치 없이도 지구가 가진 자정능력으로 어느 정도 정화된다. 하지만 물 부족으로 인해 이 능력이 한계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 지구의 자정 능력 중 하나로 오염된 물과 맑은 물이 혼합되며 희석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오염된 물을 되살리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가령, 라면 국물 한 컵을 버렸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맑은 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5,000배에 달하는 750ℓ의 물과 희석해야 한다. 또한 된장국 한 그릇은 7,050배인 1,410ℓ, 소주 한 병과 우유 한 컵의 경우 각각 1만5,000배인 5,100ℓ, 3,000ℓ가 필요하다.



식용유는 어떨까. 단 한 스푼을 되살리는 데만 19만8,000배인 2,000ℓ의 물이 있어야 한다.

이런데도 음식물 찌꺼기나 더러운 물을 함부로 버릴 수 있나? 오늘날 물 부족은 식수난 차원을 넘어 인류의 삶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물 공황에 범세계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된 물 산업이 최근 갑자기 주목 받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처럼 물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대표적 기술이 첨단 나노 분리막이다.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 기관인 글로벌 워터 인텔 리전스(GWI)는 2007년 61억 달러였던 분리막 시스템 시장이 연평균 19.5%의 성장을 구가해 오는 2016년 303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적·경제적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얘기다. 미래는 기술 비전이 뚜렷한 첨단업종이 우리 경제의 밑천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을 모르고는 경제도 성장할 수 없다.

해수담수화
해수담수화 기술에는 바닷물을 끓여 발생한 수증기를 액화시키는 '증발 방식'과 삼투막에 통과시켜 염분을 제거하는 '역삼투압 방식'이 있다. 역삼투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정수기가 떠오르겠지만 이 기술은 본래 해수의 정제를 위해 개발된 산업용 기술이다. 최대 강점은 중금속과 불순물, 방사능 물질까지 걸러낼 수 있는 막강 정수 능력. 이 점에 주목한 정수기 업체들이 관련기술을 채용하면서 업계 판도를 바꿔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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