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선거 기간 내내 오세훈 전 시장의 토건 사업과 전시성 사업에 대한 단절을 부르짖었다. 박원순 시장의 등장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글 강선원 한국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 landind@naver.com
2012년 서울시 부동산가격은 올해보다 심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동안 급등했던 전세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더불어 다소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 11월 10일 발표된 2012년 서울시 예산안을 보면 서 울 부동산 시장의 전조를 읽을 수 있다. 한강예술섬, 서해뱃길사업, 지천 운하사업은 예산배정을 받지 못했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강변북 로 성산대교∼반포대교 구간 확장 사업은 유보되었다. 상암DMC IT콤플렉 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립 사업은 완공 시점을 내년에서 2013년으로 늦추기로 했다.
박원순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과속 개발 방지 및 시기 조절을 위한 순 환정비방식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 업이 더뎌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반영되면서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속락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 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최근 13 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1.44% 하락했다.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은 박원순 시장 당선 이 후 2달간 매월 1억여 원씩 떨어졌다.
남유럽 재정위기도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 되며 전 세계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확산시키고 있어 경기회복이 둔화될 전망이다. 대외적 악재와 박원순 시장의 등장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 침체 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지금보다 더 침 체될까? 여러 가지 요인을 분석해 전망해 보기로 하자.
-> 대외적 경제여건이 가장 큰 암초
내년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대내외 경제요인이다. 이는 긍정적 작용보단 부정적 요인이자 불확실성이 큰 변수 로 서울의 주택경기 회복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을 4%로 내다보고 있다. 민간연구소 는 3.5~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여 경기 회복세가 둔화된다는 것이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불 안정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에 서 디폴트가 발생하는 최악의 경우가 나타나면,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고, 유럽전역에 금융위기가 확대되어 실물경제 회 복세가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OECD는 2011년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경기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 도로 하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국내 수 출도 둔화돼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민간 소비의 낮은 증가세, 기업들의 설비투자 악화 등으로 인해 내수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국내 경제성장률이 3% 초 · 중반대에 그칠 것이라고 민 간 경제연구소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렇듯 부정적인 대외적 경기전망은 매 수세 회복지연으로 나타나 부동산 시장에도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기 둔화로 자금 수요가 크지 않아 금리 상승 압력은 완화될 것 으로 예상된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금리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올해처럼 금리인상에 따른 매수세 감소로 부동산 시장이 위 축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계부채종합대책에 따른 가계대출 억제 및 축소가 주택수요자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은행권 손실 보전 및 가계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할 가능 성은 있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의 억제 및 기존 대출의 회수로 인한 가계 부실화와 매물 증가, 금리 인상에 따른 악성주택 증가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보금자리주택의 지속적 공급도는 부정적 요소다. 요지에 싼 가격으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은 민간분양아파트 공급을 저해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켜 부동산 시장 침체에 큰 역할을 해왔다. 다만 서울 강남, 서초, 하 남 미사지구 등 도심과 가까운 지역의 공급이 주를 이뤘지만, 내년부터는 2~3차 지역의 공급이 시작되어 서울지역 부동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다 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취득세 감면시한 종료도 주택거래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정부 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4.6%인 취득세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1.9~3.5% 감면했다. 현재 1주택자가 85㎡ 이하 주택을 구매할 경우 취득 세는 1.1%이지만 내년부터는 4.6%로 환원된다. 이에 따라 주택구매 시 취 득세 부담이 급격하게 커져 매수 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입주물량 내년에 반토막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긍정적 요인으론 우선 신규 입주물량 감소를 들 수 있다. 지난 2008~2010년 주택공급 감소로 2011년부터는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문제가 더 악화된다. 서울시는 2010년 3만5,573가구, 올해 3만 3,305가구인 서울시 신규물량이 내년에는 1만5,526가구로 반토막 날 것 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이미 사업승인을 받은 재개발?재건축단지의 멸실(철거, 재해, 자연 도괴 등에 의해 건축물이 없어지는 것)까지 더해지 면 신규주택 공급이 더욱 차질을 빚을 것이라 전망된다.
전세가의 지속적인 상승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듯하다. 지속적인 전세가 상승과 매매가 하락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를 상회 하는 단지들이 나오면서 전세 수요자의 매매수요자 전환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택경기 활성화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 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정부발표에서 보았듯이 대내외적 경제 여건과 시장 심리가 살아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선 큰 효력을 미치기 어려 울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대선도 긍정적인 요인 중 하나다. 다만 지난 지방선거와 10.26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것처럼 복지가 주요한 정책과제로 떠오르면서 지 역개발공약 등 부동산 시장에 자극을 줄만한 내용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내년 선거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는 줄어들겠지만 지역에 따라 국지적 파급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총선보다 는 대선의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재개발 이 주요 공약이었으나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주민들이 재개발을 원 치 않았던 지역도 많았다. 재개발구역을 신규 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 개발 이슈에 따른 부동산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야권에서 의회나 대권을 장악할 경우 오히려 부정적 요소로 작용 할 가능성이 있다.
-> 패러다임의 변화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패러다임의 전환시대를 맞고 있다. 자본이 익(Capital Gain*) 시대에서 소득이익(Income Gain) 시대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주택보급률 증가, 1~2인 가구 증가, 고령화 사회 진 입, 저출산과 인구감소 등 사회구조적 변화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따 라서 향후 부동산값, 특히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 박해졌다.
박원순 시장의 등장으로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울 시정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 향을 미치는 쪽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보면 서울시 주택정책은 공공임대아파트의 대거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기 3년 내 8만 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공공 임대아파트를 비롯한 초소형 원룸텔, 1~2인 가구 임대주택 등을 확대 공 급할 예정이다. 이렇듯 임대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되면 전세가는 안정을 찾을 수 있겠지만, 민간부분 분양이 어려워지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한강르네상스사업에 대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음에 따라 그동안 추진 했던 전략정비구역과 유도정비구역 등의 사업시행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이 되었다. 합정·여의도·이촌·압구정·성수 등 5곳의 전략정비구역 중 주 민들의 반대가 심한 여의도와 압구정 전략정비구역은 개발계획이 변경되 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들 지역의 개발계획이 변경되거나 폐 지된다면 강남발 가격하락이 전역에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른다.
망원(합정), 당산(양평), 반포, 구의· 자양, 잠실의 유도정비구역은 장기 사업으로 구상되었던 곳으로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만약 전략정비구역이나 유도정비구역 내 주민들이 사업폐지를 주장해 폐지될 경우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지분가격 하락은 물론 주변지역에도 연쇄 부담이 가중돼 다세대주택과 토지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뉴타운사업 지구로 지정된 241곳 가운데 주민들의 사업추진 의 지가 없어 현재까지 조합추진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70여 곳을 비롯해 주 민들의 반발이 심한 곳은 지구지정이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 주택가격 상승세 반전
대내외 경기전망과 각종 변수를 종합해 봤을 때, 2012년 서울시 부동산가 격은 올해보다 심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동안 급등했던 전 세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더불어 다소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와 선거라는 변수도 서울시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물량 감소와 전세가 상승으로 인해 주택구매가 증가할 수도 있 지만, 경기변수와 가계대출 억제 등이 제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 시각의 접근보단 근본적 시각에서 접근해 야 한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서라도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적 응해 나가야 부동산이 블루오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Capital Gain: Income Gain과 상대적인 개념이다. 부동산을 매매했을 때의 매매차액(양도차액)을 말한다. 즉 Income Gain이 부동산을 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이라면, Capital Gain은 일정기간 보유하였다가 처분하였을 때 발생하는 매매수익을 말한다. 이 차액에 대해 과세하는 것을 양도소득세라 한다.
강선원 대표는 누구 ...
한국부동산투자연구소 강선원 대표는 현재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에서 ‘국토 및 주택개발 최고경영자 과정’ 교수로 활약 중이다.
경매 전문 회사 지지옥션에서 토지분야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강 대표는 건국대학교 부동산아카데미와 SH공사 직원 대상 토지개발과정에도 출강했다. 저서로는 ‘땅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109 가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