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신묘년 한 해가 끄트머리를 향해가고 있다.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올 연말에는 어떻게 자산관리를 해야 할까? 김영호 하나은행 골드클럽 PB부장에게 그 노하우를 물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현재 운용 중인 자산을 크게 떼어내 새로운 곳에 투자하거나 소위 몰빵투자 하는 것은 위험하다"
2011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자산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올해는 일본 대지진, 미국 더블딥 논란, 유럽 재 정위기, 태국 홍수와 같은 일이 끊임없이 터진 한 해였다.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금융시 장은 여전히 불안감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맞춰 자산을 어떤 방향으로 운용해야 할지 큰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연말에 우선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소득 공제 상품이다. 소득공제 상품은 절세효과가 높 아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제약도 많다. 한 해 납입액과 분기별 납입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해라도 먼저 시작하는 편이 유리하다. 12월이 가기 전에 가입하면 내 년 1월에 가입하는 것보다 소득공제를 한 번 더 받을 수 있다. 내가 놓치고 있는 소득공제 상품 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소득공제 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나?
대표적인 상품이 연금저축이다. 연금저축의 경 우 1년에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 다. 지난해 300만 원 한도에서 100만 원이 늘었 다. 분기당 납입할 수 있는 금액은 300만 원까 지다. 올해 안에만 가입하면 당장 30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55세 이후에 돈을 받을 수 있다. 돈이 묶이므로 1년에 딱 400만 원만 입금하는 게 좋다.
소기업 · 소상공인 공제부금은 영세한 개인사 업자를 위한 소득공제 상품이다. 소기업, 소상 공인이 매달 낸 일정 부금을 폐업, 질병, 부상 등 으로 퇴임해야 할 시점에 목돈으로 지급해준다.
공제부금에 납부한 금액 모두 소득공제를 받는 다. 단 연 한도가 300만 원까지다. 일반 금융상품과 달리 압류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특징이다. 가게 를 운영하는 사람이 세금을 내지 못해 다른 자산이 압류되더라도 소기업·소상공인 공제부금만큼 은 보호를 받는다. 소상공인을 위한 퇴직금인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운영하며, 하나은행에서 판매대행을 맡고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무주택 세대주인 근로자가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불입한 금액 중 4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월 납입액은 10만 원이 한도이고, 연 최고 48만 원까지만 소득공 제를 받는다. 또한 질병, 상해, 사망 등 보장성 보험료는 전액에 대해 연 1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를 챙긴 후 나머지 자산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앞서 말했듯이 중장기적인 금융시장 전망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 소득공제가 해마다 적용 가능한 일반적인 재테크 전략이라면, 나머지 포트폴리오는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다만 현재 운용 중인 자산을 크게 떼어내 새로운 곳에 투자하거나 소위 몰빵투자 하는 건 위 험하다. 자산관리에서 균형은 생명이다.
포트폴리오는 수익성 자산, 안정성 자산, 유동성 자산이 고루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수익성 자 산으로는 주식이나 펀드, 회사채 등이 있고, 안정성 자산은 정기예금, 양도성예금증서, 환매조건부채 권, 유동성 자산은 MMF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 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 등이 있다. 이들 세 자산을 고루 보유하되, 경기 전망에 따라 조금씩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올바른 자산 관리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혹시 혹 금융자산이 많다면 종합과세를 고려해 포트폴리오 방향을 짜야 한다. 이자소득과 배당 소득이 4,000만 원 이상인 사람은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이율이 5%인 예금이나 채권을 예로 들면, 약 8억 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종합과세 대상에 오르게 된다.
수익성, 안정성, 유동성 자산 간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재조정해야 하나?
금융시장을 살펴보면 내년 초 큰 고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2~3월 중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 만기 가 무더기로 돌아온다. 요즘 유럽 경기가 그리스 국채 때문에 어렵다. 하지만 내년 초에 오는 이탈리 아와 스페인 국채 규모는 2~3배가 넘는다.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안정성 자산 비중을 높이고, 펀드나 주식 같은 수익성 자산은 낮추는 게 좋다. 그리고 위 기 때 주식을 싸게 살 기회가 올 수 있으니, 단기에 투자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 비중을 미리 준비하 는 게 좋다. 안전성 자산인 정기 예금의 경우, 경기 부진 때문에 내년 초에도 금리가 오르기 어렵다.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오히려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기예금은 3개월이나 6개월짜리보 다는 1년짜리가 낫다. 1년 정기예금 이자가 3개월짜리보다 0.5%포인트 이상 높다. 3개월씩 여러 번 연장하는 것보다 1년짜리를 이용해 이자소득을 높일 수 있다.
단기상품은 ABCP 같은 상품이 좋다. ABCP는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예를 들 어 A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때 A건설은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은행 등에서 차입하고, 나중에 분양대금을 받아 이를 갚는다. 이때 A건설사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은 건설사의 대출채권을 담보로 어음을 발행하는데 이것이 ABCP다. 현재 3개월짜리 우량기업 ABCP 수익률이 4.1% 정도로 정기예 금 1년짜리 수준이다. ABCP를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내년에 올지도 모를 주식시장 기회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주식시장 전망은 어떠한가?
주식시장은 내년 초 유럽발 악재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무난하게 넘어갈 수 도 있다. 악재가 이미 노출되어 있어 시장도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긍정적 요인 이 많다. 기업실적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고,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의 매수 여력이 양호하 다. 국가 신용등급 상향이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그러므로 시장에서 돈을 완전히 빼지 말고, 주가상승에 편승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려야 한다.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월급날 자동이체를 하는 것보다 주가가 빠지는 날을 기다려 적립하는 편이 수익률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증시가 특별한 요인으로 인해 급락하 는 경우엔 유동성 자금을 납입해 보다 높은 수 익을 거둘 수 있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 지수연동예금(ELD)이나 하락폭이 일정수준 이하인 경우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가연계 증권(ELS)에 가입해 주가 상승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외 주목할 상품은 무엇이 있나?
얼마 전 폐막된 G20 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 회 복을 위해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을 가속화하 자는 공동선언문 행동계획이 발표됐다. 투자자 들은 위안화 절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기 회를 찾아봐야 한다. 위안화 예금, 원금추구형 위안화 파생연계증권, 중국 본토 주가지수펀드 (ETF) 등의 상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중국 본 토 ETF에 투자할 때 환 헤지를 하지 않으면 주 가상승에 따른 이익과 위안화 상승에 따른 이 익을 모두 볼 수 있다. 리스크가 크지만, 위안화 절상이 예상되는 만큼 해볼만한 투자다.
금값이 한동안 올라가다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금은 위기 때마다 주목받는 안전 자산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금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와 중국에서 귀금속 수요 가 증가하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매수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금값이 상승할 가능성 이 크다. 금 가격 지수에 따라 이익을 볼 수 있 는 금 지수연계 파생상품결합증권(DLS)과 파 생형 펀드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