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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타고 달려볼까

[JOY RIDE] 닛산 알티마 & 큐브

큐브가 한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알티마 역시 국내 소비자들에게 재평가받고 있다. 닛산(日産)이 일본산(日本産) 자동차의 한국 공략을 주도하고 있다.

신기주 기자 jerry114@hk.co.kr

큐브의 천정엔 실내등을 중심으로 동심원이 수놓아져 있다. 별다른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멋이다. 대시보드라고 불리는 운전석과 조수석으로 이어지는 큐브의 선반 부분 역시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다. 구태여 그렇게 만들 이유는 없다. 그냥 운치다. 알티 마는 정반대다. 도무지 겉멋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알티마의 외관은 수 수하다. 내관은 검소하다. 간결하게 필요한 장치들만 나열해놓았을 뿐이 다. 닛산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와 비교해보면 더 티가 난다. 인피니티 는 한없이 요염한데 알티마는 무던히도 소박하다. 다 다르다. 모두 다른데 모두 닛산이 만든 차들이다.

닛산은 일본산이다. 닛산이 일본 자동차 회사란 얘기가 아니다. 닛산 (日産)이라는 이름부터가 일본 제품이란 의미다. 1934년 닛산이라는 이 름을 정식 사명으로 채택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도요타나 혼 다와는 또 다르다. 두 회사 모두 창업자의 성을 회사 이름으로 썼다. 닛산 에도 창업자는 있다. 1914년 최초의 일본차 닷토를 만든 하시모도다. 그러 나 1931년 당대의 대재벌 아유가와 오시스케가 하시모도의 자동차 공업 사를 인수하면서 끝내 자동차 산업을 등졌다. 대신 아유가와 오시스케는 하시모도가 만들었던 닷토의 뒤를 이은 일본의 국민차 닷산을 개발했다. 닷산(DATSUN)은 첫 번째 일본차 닷토의 이름과 일본을 상징하는 태양 을 합성한 이름이다. 닛산이란 이름부터가 일본산 자동차를 뜻한다. 닛산 이 처음 대량 생산한 자동차의 이름에도 일본을 대표하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실제로 닛산은 가장 일본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메이커다. 스스로도 일본 자동차 산업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닛산의 토시유키 시 가 COO는 일본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일본 자동차 산업의 선두는 도요타지만 일본 자동차 산업의 얼굴은 닛산이다.

큐브의 천정에 수놓아져 있는 동심원들은 일본의 정원을 형상화한 무 늬들이다. 분재와 수석들이 동심원을 이루면서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일 본식 정원은 인공미의 극치로 꼽힌다. 큐브의 대시보드는 일본의 히노키 자쿠지를 표현했다. 일본은 온천의 나라다. 자쿠지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일이야말로 가장 일본적인 휴식이다. 큐브는 박스카다. 사실 네모 반듯하 게 만들어서 실내 공간을 극대화한 소형 박스카야말로 가장 일본적인 차 종이다. 애 딸린 가족은 아무래도 실내 공간이 큰 차를 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본 소비자들은 작은 차가 주는 편리함과 경제성도 포기하기 싫 어했다. 큐브 같은 박스카가 모범 답안이었다. 반면에 미국 시장에선 애 딸린 가족 단위 소비자들을 위해 SUV가 만들어졌다. 미국 소비자들도 넓은 실내 공간을 원했다. 포기할 수 없었던 건 경제성이나 편리함이 아니 라 힘과 속도였다. 큐브엔 일본적인 시장 욕구와 일본적인 디자인이 깊이 배어 있다. 그래서 큐브야말로 진짜 닛산적인 차다. 2011년형 큐브는 각진 돌멩이가 시냇물에 마모돼서 조금 둥글둥글해진 모양을 형상화했다. 일본 답고 닛산다운 발상이다.

알티마도 마찬가지다. 알티마는 일본적인 실용주의를 보여준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2011년 최고의 패밀리 세단으로 알티마를 꼽았다. 타보 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언뜻 알티마는 밋밋한 차처럼 여겨진다. 디자인에 개성이 없기 때문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라는 생산 배경 탓에 알티마 를 자꾸만 르노삼성의 SM시리즈와 비교하려는 경우가 많다. 대신 알티 마의 진가는 내면에 숨겨져 있다. 달리기 시작하면 뜻밖에도 힘이 넘친 다. 어딘지 인피티니 M56에서 뿜어져 나오던 그때의 저력과 흡사하다. 서 스펜션도 단단하다. 패밀리 세단이라더니 오히려 스포츠 세단에 더 가깝 다. VQ 3.5 엔진은 다루기에 따라선 알티마를 머슬카처럼 중무장시켜준 다. 270마력 정도인데도 박력을 뽐낸다. CVT 무단 변속기는 알티마의 장 기다. 변속 충격이 거의 없다. 수동 운전을 하면 6단까지 마음껏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편안한 핸들링까지 더해진다. 중속이나 고속에서 느긋하 게 차체를 제어할 수 있다. 알티마는 옷매무새는 단정한 대기업 과장이나 부장님이신데 알고 보면 몸매는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인 일본 중년 남자 같은 차다. 대기업 간부가 화려한 머슬카를 탈 순 없다. 가족을 생각한다 면 실내 공간부터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땐 달려도 보고 싶다. 많은 일본 가장들이 느꼈을 법한 모순이다. 결국 알티마가 답이다. 닛산은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남성 소비자들을 겨냥해서 알티마를 만들 었고 적중했다. 알티마 역시 가장 일본적인 차란 얘기다. 가장 닛산적인 차란 뜻이다. 닛산은 가장 일본적인 차를 만든다.

닛산은 자동차 선수들 사이에선 Z카로 더 유명하다. 아저씨 차나 애 들 차 같은 가족용 차만 만드는 게 아니란 얘기다. 1960년대 닛산이 양산 한 240Z는 유럽형 스포츠 쿠페였다. 1960년대는 일본 자동차 산업이 도 약하던 시기였다. 2차 대전으로 괴멸 직전까지 갔던 일본 자동차 메이커 들은 한국전쟁 덕분에 부활했다. 1960년대 들어서면서 자동차 판매와 기 술에 자신이 붙으면서 앞다퉈 스포츠카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전 설로 불리는 도요타의 2000GT와 혼다의 S600도 그때 나왔다. 닛산 역 시 재규어의 E타입과 애쉬톤 마틴 DBS와 포드 머스탱을 뒤섞은 240Z를 내놓았다. 닛산은 그때부터 줄곧 일본 자동차 산업의 최전방에 서 있었 다. 닷산 같은 세단부터 큐브 같은 박스카와 마치 같은 소형차와 370Z같 은 스포츠카와 인피티니 같은 고급 세단에서 리프 같은 전기차까지 닛산 의 라인업은 다종다기하다. 일본차의 저력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차 들을 두루 갖춘 다양함에 있다. 닛산이 다양한 건 일본차가 다양하기 때 문이다.

큐브는 지난 7월부터 한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랫동안 일본차들은 한국에서 고전했다. 렉서스 같은 일부 차종만 제외하면 엔고 의 벽을 넘기가 어려웠다. 큐브는 판매 50일 만에 1,600대가 팔려나갔다. 경천동지할 일이다. 큐브는 2,000만 원대 초반 가격과 생소한 박스카 디 자인으로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 큐브에 날개가 돋힌 이유는 분명했다. 한국 시장에 없는 차였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이제 차는 생필 품이면서 개성 표현의 수단이 됐다. 큐브는 이미 가수 이효리가 타면서 눈 밝은 소비자들의 눈에 밟힌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우핸들인 탓에 운전 하기가 불편했고 가격에도 거품이 있었지만 화제가 됐다. 닛산이 그런 잠 재적인 수요에 불을 지핀 꼴이다. 일본차와 닛산이 지닌 다양성이 한국 시 장에서 통한 셈이다. 한국도 이제 다양한 차를 원한다. 덕분에 가장 일본 적인 차가 통했다.

따져보면 큐브에도 단점이 많다. 밤에 몰다 보면 계기반 불빛이 운전석 차창에 비친다. 사이드 미러를 보기가 불편해진다. 그런 걸 방지하느라 요 즘은 계기반마다 칸막이를 하거나 눈이 덜 피로한 LED 조명을 사용한다. 변속기 역시 기본형이다. 매력적인 사각형 비대칭 디자인과 1.5미터에 달 하는 너비와 1.7미터에 달하는 높이에도 불구하고 도로 위에선 단점도 드 러난다. 시속 100km가 넘어가면 박스카인 탓에 공기 저항이 심해지고 바 람 소리가 거세진다. 1.8리터 4기통 DOHC엔진은 큰 차체를 짊어지기엔 힘에 좀 부친다. 그러나 그런 단점까지도 큐브다운 특징일 수 있다. 큐브는 속도로 자신을 표현하기보다 느낌과 모양으로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에게 더없이 만족스러운 차다. 큐브를 디자인한 히로타 다쿠와하 라는 이렇게 말했다. "슈퍼카들은 빠른 속도에 빛이 나지만 큐브는 천천히 달릴 때 빛을 발하는 차입니다." 닛산은 Z카를 만드는 회사다. 그러나 닛 산은 큐브도 만든다. 슈퍼카와 박스카가 공존하는 풍경이야말로 일본 자 동차 산업의 강점이다. 닛산의 강점이기도 하다.

큐브에도 알티마에도 일본차다운 매력과 특징이 배어 있다. 닛산처 럼 자국 시장의 특징을 극대화해서 세계화한 브랜드가 또 있다. 독일의 BMW다. BMW에는 독일차 특유의 합리성과 개성과 기술력이 모두 녹 아들어 있다. 닛산은 일본의 BMW다. 자동차야말로 한 나라의 문화와 기술과 산업의 총합이다. 가장 일본적인 차가 가장 닛산적인 차다. 닛산을 타봐야 일본차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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