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생겨났던 저속전기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대표주자 CT&T가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위기감이 더욱 팽배해졌다. 과연 CT&T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권진 기자 goenergy@hk.co.kr
CT&T가 지난 12월 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그리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1년 전이었다면 이 소식은 매우 충격적인 뉴스가 됐을 것이다. CT&T는 지난 2010년 6월 우회상장에 성공하면서 코스닥 유망주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저속전기차 양산체제를 마련하고, 해외 시장 공략을 서둘렀던 CT&T의 전략이 전기차라는 시대적 트렌드와 맞물리며 세상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기차로 쾌속 질주하던 CT&T가 완전히 방전이 된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CT&T가 밀어붙인 사업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CT&T 경영진은 코스닥 상장 이후 눈덩이처럼 쌓여가던 누적 손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호언해 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영기 CT&T 대표는 자본잠식 위기가 턱밑까지 차오르던 2011년 1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인력의 절반을 감축하는 초강수를 둘 만큼 절박한 순간을 맞고 있었다. 그렇다고 실적 부진의 검은 그림자를 쉽게 털어낼 수는 없었다. 지난 3분기에만 매출 88억 원, 영업손실 220억 원을 기록해 계속해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CT&T의 주가 추이는 더욱 참담했다. 코스닥 상장과 동시에 최고 2,450원까지 치솟았던 CT&T의 주가는 거래정지 전날이었던 지난 11월 30일 377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불과 1년 6개월 사이에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었다.
CT&T에서 퇴직한 익명의 관계자는 증언한다. “코스닥 상장 이후 임직원 모두 확실히 들떠 있었습니다. 설비투자, R&D, 인건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어요. 돌이켜보면 무리한 시설 투자와 해외 진출, 과도한 홍보가 경영실적 악화의 원흉이었습니다. 지난 2011년 내내 제품생산 주문이 있었지만 인력과 부품을 조달할 자금이 없어 두 손을 놓고 있던 실정이었어요.”
기술파트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퇴직 관계자도 익명을 전제로 회사 내부사정을 설명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전기차 시대보다 CT&T가 너무 앞서 달리고 있었죠. 정부의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은 지지부진했습니다. CT&T가 해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가장 겪었던 점도 충전인프라 구축에 대한 해당 정부와의 협의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속도의 차이 때문이었다. CT&T는 저속전기차 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게 달려나갔지만, 무리하게 가속페달을 밟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방전이 돼 버린 고철 덩어리로 둔갑해 버렸다.
한국전기자동차산업협회 배효수 국장은 CT&T의 몰락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CT&T에는 자동차 산업의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실력가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사업이라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서툴렀습니다.” 실제 CT&T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베테랑들이 모였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시장에서 각광을 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 현대기아자동차 출신들이 임원진을 구성하고 있었다. CT&T는 현대기아차 출신의 임원진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양산체제와 해외수출 전략을 바탕으로 전기차 사업을 꾸려나갔다. 배효수 국장은 말한다. “CT&T가 양산체제도 갖추기 전에 북미 시장 진출을 추진한 것도 기존 현대기아자동차에서 경험했던 전략이 여전히 통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탓이 컸어요.”
CT&T는 전기차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도적으로 열었지만, 전기차 사업을 구체적으로 펼치는 전략에선 힘이 부족했다. 기존 자동차 플레이어들의 방식을 흉내 내는 데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허비했다. CT&T의 경영진들은 미국 전역에 30개 이상의 생산공장을 확보하기 위해 공력을 쏟아부었다. 또 CT&T만의 자체적인 리튬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CT에너지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R&D 자금을 대거 투입했다. 전 세계 품질을 한 곳에서 관리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상황통제실과 같은 첨단 시스템을 충남 당진에 구축하려고 했다. 막판에는 전기차 버스, 택시, 보트, 스포츠카까지 무리한 사업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배효수 국장은 말한다. “CT&T 같은 중소규모의 저속전기차 업체는 기존 자동차 시장이 달리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이미 지앤디윈텍과 삼양옵틱스가 CT&T처럼 상장폐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 업계는 CT&T의 실패를 뼈아픈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저속전기차 업계에게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제대로 된 생존전략으로 엑셀을 세게 밟지 못한다면, 저속은커녕 오르지도 못하고 엔진이 멈출지도 모른다.
저속전기차 산업의 현주소
입력2012-01-09 21:56:22
수정
2012.01.09 21:56:22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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