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기업에서 1일 근무 체험하기 넷앱코리아*
*넷앱코리아는 미국 포춘이 지난해 발표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에서 5위를 기록한 넷앱의 한국 브랜치이다.
어느 날 쉰 목소리의 외국인이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온다. 입사 5년을 축하한다는 나이 지긋한 본사 부회장의 전화다. 전화를 끊고 나니, 사무실 직원들이 모여 파티를 준비한다. 일하기 좋은 기업 넷앱코리아에선 이런 일들이 수시로 벌어진다. 넉넉한 보상과 다양한 복지 혜택도 그들이 누리는 즐거움이다.
정운섭 기자 sup@hk.co.kr
회사를 잘못 찾았나 싶었다. 회의 석상에 앉은 직원들은 저마다 의료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주로 환자의 몸속을 촬영하는 장비 기술에 관한 전문 용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간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며 잘 모르는 분야에 관한 이야기라도 나름 눈치 있게 한두 마디씩 받아치곤 했던 기자였지만, 이번엔 속수무책이었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회의실 말석에 앉아 있던 머쓱해진 기자가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넸다. "여기 스토리지 기업 아닌가요? 왜 계속 병원 이야기만 하시나요?"
한창 달아오르고 있던 회의실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직원 모두가 회의실 맨 끝에 앉아 있는 기자를 조용히 응시했다. 회의실 분위 기가 가라앉자, 기자의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기술팀 이종혁 이 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무 우리끼리만 아는 얘기를 했나 봅니다. 병원은 저희의 중요한 클라이언트 중 하나입니다. 지금 나누고 있는 것 도 고객사 중 하나인 대학 병원의 스토리지 증축 기술에 관한 이야기입 니다."
대학 병원에서 스토리지를 증축한다? 일반적인 상식 수준을 가지고 있는 기자에겐 언뜻 와 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스토리지는 대용량 데이 터 저장장치이다. 첨단 의료기기를 통해 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병원 에 스토리지를 증축할 만한 어떤 저장데이터가 있다는 것일까? 기술팀 류혁 차장은 말했다. "스토리지 기술은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습니다. 정부기관과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서도 두루 사용하죠.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X-레이, CT, MRI, PET와 같은 장비에도 스토리지 기술이 쓰입니다. 이런 의료 영상정보는 디지털화된 이미지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를 안전 하게 이용하고 보관할 수 있는 저장소가 필요합니다." 넷앱코리아는 그 런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기업이다. 신뢰성 있는 통합 솔루션 서비스로 대용량 이미지 데이터를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해 주 고 있다.
넷앱코리아 솔루션을 2005년 도입해 현재까지 꾸준히 사용하고 있 는 건국대학교병원 의료정보팀 관계자는 말한다. "2005년 병원 신축 당시 넷앱 코리아의 스토리지가 성능과 안정성, 가격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후 몇 번의 증설 과정에서 경쟁입찰을 했는데, 그때마다 넷앱이 낙찰됐어요."
넷앱코리아의 솔루션이 지닌 또 하나의 강점은 안정적인 스토리지 증설 기술이다. 보통 스토리지를 추가로 구축할 때에는 기존에 사용 중 이던 시스템을 중단시킨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한다. 그렇게 되면 일정 시간 동안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만에 하나 데이 터 저장에 장애가 발생하면 모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을 중단하지 않고 스토리지를 증설하는 넷앱코 리아의 기술에 강점이 있다.
넷앱코리아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1999년 국내 진출 이후 매년 평균 두 자릿수 이상 매출액을 키워왔다. 2011년 매출 역시 전년 대비 40 %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케팅팀 이성화 부장은 말한다. "넷앱코리아가 꾸준히 성장해온 것은 저희가 지닌 기술력을 현장에서 유감없이 발휘해온 직원들의 맨 파워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넷앱코리아는 직원이 지닌 역량을 1000% 이상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근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 고 있어요."
넷앱코리아는 스토리지 및 데이터 관리 분야 세계 2위 기업 '넷앱' 의 한국지사다. 넷앱은 1994년 설립 이후 6년 만에 10억 달러 매출을 올린 초고속성장 기업이다. 수평적인 직원 관계와 현실적인 직원 복지, 그리 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존중하는 기업 문화는 그동안 넷앱의 성장동 력이 되었다.
넷앱은 미국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의 2011년 순위에서 5위에 오른 기업이 다. 이 리스트에 5년 연속 15위 안에 랭크된 전형적인 미국의 좋은 일터 라 할 수 있다. 체계적인 인사 관리, 업무 만족도, 급여 및 복지 프로그 램, 고용 정책, 교육, 혁신 분야 등 전 영역에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 고 있다. 그리고 이런 좋은 일터의 조건은 태평양을 넘어 한국지사에도 고스란히 녹아 들고 있다.
넷앱이 가장 높게 평가받고 있는 부분은 물질적인 복지 외에 이뤄지 는 정서적인 복지다. 조직 입장보다는 개인 입장에서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을 결정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입사 초기에 이뤄지는 인터뷰 시스 템을 들 수 있다. 직원은 입사 초기부터 넷앱의 기업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넷앱 지원자들은 총 6번의 인터뷰를 치르 게 된다. 그 과정에서 넷앱 기업문화가 지원자 본인과 잘 맞는지 여부 를 따져보고 최종 취업 결정을 할 수 있다. 회사가 지원자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원자가 자신이 몸담을 기업에 대해 조금 더 면밀하게 관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여느 기업과 조금 다른 부분 이다. 넷앱코리아 류상우 이사는 말한다. "회사가 직원 입장에 서는 건 말은 쉬워 보여도 사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의 조직 문화처럼 연 공서열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면 더욱 그렇지요. 그래서 저희는 구 성원 간에 일어나는 유기적인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막힘없는 소통을 위한 노력은 사무실을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기자는 회의실을 빠져 나와 직원 사무실을 둘러 보다 흥미로운 점 하나를 발견했다. 사무실 한 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 는 김백수 넷앱코리아 대표의 책상이었다. 류상우 이사는 말했다. "저 희 회사에는 사장님 방이 따로 없습니다. 그냥 누구나 아무 때나 다가 가서 스스럼없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죠. 우리 사무실에서 단독 오피 스를 가지고 있는 직원은 보안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 몇 명을 제외하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무도 없습니다."
'셰어드 오피스Shared Office' 라고 명명된 이런 형태의 사무실은 수평적 이고 개방적인 넷앱코리아의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직급 에 따라 사무실을 배정하는 보통의 기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이 렇게 공개된 사무실은 소통이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개인 적인 용무를 보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마케팅팀 이성화 부장은 말했다. "개인적인 미팅이나, 전화통화를 위한 공간이 사무실 내에 따로 설 치되어 있습니다. 컴퓨터와 전화기가 비치되어 있어 그 안에서 중요한 보안 내용이 담긴 통화나 개인적인 일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자는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사무실이 물리적으로 트여 있다고 그것이 반드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든다고 얘기할 수 있을 까? 류상우 이사는 말을 이어갔다. "물론 사무실 형태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마련하기 위한 한 가지 요소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임자들 의 자세입니다. 후배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나눌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직급은 일을 하기 위해 나눠 놓은 단순한 기준 에 불과합니다. 권위를 갖기 위해 나눠 놓은 게 아니란 거죠. 권위는 일 을 하면서 따르는 책임에서 나오기 마련입니다. 서로에 대한 존경심에 서 자연스럽게 권위가 형성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넷앱코 리아에서 매니저급이 되면 싱가포르에 위치한 넷앱 아태지역본부로 가 서 연수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 그곳에서 매니저들에게 가장 중요 하게 교육하는 게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위한 선임자들의 자세이다.
교육에 참여했던 넷앱코리아 채널 총괄 김명호 상무는 말했다. "설 립자 중 한 명인 톰 멘도자 부회장님이 세워놓은 기업 철학 중에 '모든 직원은 회의 석상에서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매니저가 돼서 받았던 교육의 핵심이기도 했어요. 결국 선배 직원들이 후 배직원들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교육과정에서 중 간 관리자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소양과 인성을 배울 수 있었어요."
실제로 매니저와 팀원 간에는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었다. 대 표적인 것이 탄력적 근무제도이다. 업태의 특성상 외근이 많은 직원들 은 매니저들과 협의하에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다. 내근직 의 경우에도 출퇴근 시간을 오전 9시~오후 6시, 오전 8시~오후 5시, 오전 10시~오후 7시 등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마케팅팀 정윤 경 차장은 말한다. "선임자나 다른 직원들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근무 시간을 정하다 보니, 우선 가정이 있는 직원들이 만족감을 나타냅니다. 저 같은 여직원들도 일반 회사 조직에서 흔히 겪는 차별을 단 한 순간도 느껴본 적이 없답니다."
회사의 중대 결정을 내리는 회의에는 늘 여직원이 한 명 이상 참여 한다. 여직원의 의견을 회사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다. 출 산 휴가나 그 외 다른 기업에서 시행 중인 다양한 여직원 복지도 빠짐 없이 챙기고 있다.
꼼꼼한 직원 복지는 넷앱코리아의 자랑이다. 매주 화요일 아침과 금요일 오후에 직원들에게 과일과 빵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탕 비실에는 항상 라면과 시리얼, 음료 같은 각종 간식거리가 비치되어 있 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수시로 간식 파티도 연다. 매달 생일을 맞은 직 원을 모아 전 직원이 함께 축하해 준다.
마케팅팀 한나혜 대리는 말한다. "소소한 파티들이 많아 사무실 분 위기가 늘 따뜻합니다. 우리끼리 파티를 하기도 하지만, 매 분기 마지 막 업무일에는 친한 파트너사 직원들을 초대해 수고했다는 의미로 다 같이 피자파티를 열지요. 처음엔 공적인 자리라서 불편할 것 같았지만, 한두 번 지나면서 이제는 모두들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어요."
이런 기업문화 덕분에 넷앱 본사에는 넷앱코리아 직원을 챙기는 사 람도 있다. 입사 8년 차 김명호 상무는 말한다. "평소처럼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한 직원이 부재 중 전화가 왔었다며 메일을 확인해보라고 하더군요. 메일을 열어보곤 깜짝 놀랐습니다. 본사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톰 멘도자 부회장이 제게 직접 메일을 보냈더라고요. 전화를 걸었는데 시차가 안 맞아서 통화를 못했다면서, 입사 5년을 축 하한다고 했어요. 제 덕분에 회사가 많이 발전해서 고맙다는 내용도 들 어 있었습니다."
해외 어느 지사든 5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는 본사 톰 멘도자 부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 직원의 자긍심을 고취시킨다. 경영자가 알아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회사 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직무에 더 큰 열정을 갖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사와의 밀접한 교류는 외국계 기업 이 갖는 큰 장점 중 하나다. 특히 넷앱코 리아 직원은 여느 외국계 기업보다 더 다 양한 국제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는 기회 가 많이 열려 있어 구직자들에게 인기 가 높다. 마케팅팀 이성화 부장은 말한 다. "넷앱에 근무하기 전에 글로벌 외국 계 기업에서 14년간 일했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써본 건 거의 손에 꼽힐 정도였어 요. 조직이 크면 클수록 개인은 하나의 톱니 역할만 할 뿐입니다. 아무리 외국 계 대기업이라도 국내 업무를 맡게 된다 면 글로벌 경험을 얻기 어려워지죠. 넷 앱은 정반대입니다. 개인에게 다양한 롤 이 주어지고, 그 안에서 다양한 국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어요. 해외 지 사로 파견 근무를 나가 마음껏 국제 경험을 쌓을 수도 있지요. 제가 이 회사에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실제로 넷앱코리아 직원은 부서 간 업무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엔지니어로 입 사했어도 영업부서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영업부서에서 마케팅부 서로 옮겨 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마케팅팀 직원이 전문기술을 배우 고 싶다면 엔지니어로 변신할 수도 있다. 직원에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강요하기보단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맡긴다.
열정적인 넷앱코리아 직원에겐 높은 수준의 보상도 이뤄진다. 이성 화 부장은 평균 연봉을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 평균 임금보다 상 당히 좋은 수준" 이라고 귀띔했다. 옆에 있던 김명호 상무 역시 "늘 이직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보상이 주어진다" 고 한마디 거들었다. 입사 땐 스톡옵션을 받는다. 매달 급여의 10%를 적립해 6개월마다 스톡옵션을 살 수도 있다. 퇴직연금 역시 법정 기준 8.3%보다 20%가량 많은 10%를 지급한다.
직원은 물론 직원 가족에게도 실비 보험 혜택이 주어진다. 이렇게 좋은 일터의 이직률은 얼마나 될까? 업계 평균 20%의 4분의 1 수준인 5%가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