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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속도에 도전한다

[JOY RIDE] 뉴 제네시스 쿠페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게 아니다. 속도를 산다. 평범한 소비자들한테 더 뉴 제네시스 쿠페 380 GT는 몇몇 수입차들의 전유물이었던 속도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제네시스 쿠페에게서 눈을 못 떼는 이유다.

신기주 기자 jerry114@hk.co.kr

기웃기웃거렸다. 수근수근거렸다. 청담동 한 복판에 더 뉴 제네시스 쿠페 380 GT를 주차 하자마자 뭇 사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너 나 할 것 없이 흘끔거리더니 나중엔 노골적 으로 실내외를 훔쳐봤다. 제네시스 쿠페 못 지않게 날렵한 캐딜락 CTS 쿠페를 타고 나 갔을 때도 이러진 않았다. 그저 기이한 모양 의 차라고 여기는 듯했다. 아우디 A8을 몰 고 나갔을 땐 그저 값비싼 고급차라고 여기 는 것 같았다. 롤스로이스 고스트나 벤틀리 뮬산을 타고 나갔을 땐 다들 아예 감히 쳐다 보지도 못했다. 인피니티 M56S나 G25를 타고 나갔을 땐 이게 인피니티구나 하는 정도의 반응들이었다. 그런데 제네시스 쿠페에 관해선 이상하리만치 관심들이 많았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희귀한 수입차보다도 국산 제 네시스 쿠페에 대해 더 궁금해했다.

제네시스 쿠페는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올해 새롭게 출시한 더 뉴 제네시스 쿠페 380 GT의 가격 은 3,618만 원부터다. 줄줄이 옵션을 달아도 4,000만 원을 넘지 않 는다. 한마디로 까짓 질러볼 만하단 얘기다. 제네시스 쿠페 380 GT 의 경쟁 차종이라고 분류되는 인피니티 G37의 가격은 5,000만 원 안팎이다. 그런데도 제네시스 쿠페에 비해 성능은 좀 떨어진다. 제 네시스 쿠페 380 GT의 최고 출력은 350마력이다. 인피니티 G37 은 330마력이다. 제네시스 쿠페는 8단 변속인 반면에 인피니티는 7 단 변속이다. 더 뉴 제네시스 쿠페는 기존 제네시스 쿠페보다 출력 을 50마력 가까이 높였다. 덕분에 닛산이 자랑하는 최신 Z시리즈인 370Z나 포드의 대표적인 머슬카인 머스탱보다도 출력이 높아졌 다. 이게 다 더 뉴 제네시스 쿠페 380 GT가 V6 GDI 람다 엔진을 달 고 나온 덕택이다. 람다 엔진은 그동안은 에쿠스 같은 큰 차에나 적 용해왔었다. 에쿠스는 길이만 5미터가 넘어간다. 더 뉴 제네시스 쿠 페는 4.6미터가 아주 조금 넘는다. 작고 날렵한 차에 커다란 심장을 달았으니 무지막지한 힘을 뿜어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살만한 가 격이다.

제네시스 쿠페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유는 또 있 다. 제네시스 쿠페가 정통 스포츠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상엔 다양한 차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차는 연비가 좋고 어떤 차는 실내 공간이 넓을 수 있지만 분명 어떤 차는 달리기 위해 존재한다. 어느 자동차 메이커나 달리기 위한 차를 한 차종 정도는 구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한텐 SLK 350이 있다. BMW한텐 Z4가 있 다. GM한테도 쉐보레 콜벳이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라면 극한의 속도에 도전하는 차가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 차들은 소비 자들 사이에서도 로망으로 자리잡게 된다. 현대차는 한국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현대차 가운데 가장 빠른 차 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람보르기니나 포르쉐처럼 그림의 떡이 아니라 어쩌면 손에 잡히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기대하 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국 소비자들은 손에 잡히는 꿈을 도로에 서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다.

더 뉴 제네시스 쿠페 380 GT를 몰고 속초로 향했다. 아직 강원도 에 폭설이 내리기 전이었다. 제네시스 쿠페는 당연히 후륜 구동이 다. 빙판길에선 운행이 불가능하다. 속초로 향하던 날엔 가랑비만 조금 내리는 정도였다. 서울 춘천 간 고속도로의 톨게이트를 통과 하자마자 엔진에 불을 붙였다. 람다 엔진이 굉음을 냈다. 더 뉴 제네 시스 쿠페가 기존 제네시스 쿠페와 가장 크게 차별되는 점은 엔진음 이다. 이젠 정말 스포츠카다운 소리가 난다. 어떤 국산차에서도 들 을 수 없었던 우르릉 소리를 낸다. 엔진음이야말로 스포츠카의 백미다. 도요타는 신형 스포츠카를 만들면서 엔진음을 악기 전문 회 사 야마하에 의뢰했을 정도다. 더 뉴 제네시스 쿠페엔 스포츠카답 게 여느 차에는 없는 계기반이 몇 개 더 있다. 덕분에 RPM뿐만 아 니라 토크까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토크 바늘을 보면 람 다 엔진이 얼마나 넓은 보폭으로 내달리고 있는지 대번에 알 수 있 었다. 제네시스 쿠페 380 GT의 최대 토크는 40.8에 달한다.

제네시스 쿠페 380 GT를 끌고 도로로 나가보면 종종 시비가 붙 게 된다. 저질 멱살잡이 시비가 아니다. 제네시스 쿠페가 저도 모 르게 주변 운전자들의 레이서 본능을 일깨우게 된단 얘기다. 속초 로 향하는 동안에도 몇 차례나 시비가 붙었다. 짧은 구간을 서로가 경주하듯 달렸다. 물론 어떤 차도 제네시스 쿠페 380 GT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압도적인 엔진음이 일단 상대의 기를 눌렀다.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5.9초밖에 걸리지 않는 순발력 덕분에 신 호 대기 상태에 있다가 이내 어떤 차보다도 앞서 내달릴 수 있었다. 가끔은 나름대로 엔진과 외관을 튜닝한 국산 스포츠카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른바 양아치 카라고 불리는 양카들이었다. 다들 국산차 로는 넘쳐나는 질주 본능을 해소할 길이 없어서 양카가 된 경우들일 터였다. 양카들과 시비가 붙었을 땐 박진감이 넘쳤다. 그건 마치 적 통과 방계의 싸움 같았다. 더 뉴 제네시스 쿠페 380 GT는 국산 스포 츠카의 적통 후계자다. 이런저런 국산차들을 개조해서 파랗고 빨간 경광등을 매단 양카들은 범접할 수 없는 혈통이다.

승부는 오히려 엔진 출력이나 속도보단 다른 곳에서 나곤 했다. 핸들링과 브레이킹이었다. 강원도 산길은 구불구불하고 오르막내 리막이 많다. 누가 빨리 달리느냐보다 누가 속도를 제대로 제어하면 서 회전하고 멈춰 서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제네시스 쿠페 380 GT엔 브렘보 브레이크가 달려 있다. 이탈리아의 브레이크 전문 부 품사 브렘보는 스포츠카의 대명사 프로쉐에 납품을 하고 있다. 고 출력 차량에겐 그에 걸맞은 제동력도 꼭 필요하다. 제네시스 쿠페의 운전대는 아주 무거운 편이다. 여성 운전자가 운전하기엔 벅차겠다 싶을 정도다. 제네시스 쿠페는 기존 제네시스의 차체 뼈대를 기반으로 한 탓에 좀 육중한 편이다. 고속으로 달리는 무거운 차체를 제어 하려면 핸들링 역시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단단한 핸들링과 브레이킹 덕택에 제네시스 쿠페는 굽이진 강원도 길에서도 차지게 달릴 수 있었다. 차체자세제어장치의 덕도 봤다. 이 제어장치 덕분 에 차선 한 번 이탈하지 않고 초고속 항진을 거듭할 수 있었다. 제네 시스 쿠페 같은 고성능 차량에겐 꼭 필요한 기능이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2시간 반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기름은 절반 가량 줄어들어 있었다. 제네시스 쿠페 380 GT의 공인 연비는 리터 당 9.2km다. 하지만 이건 공인 연비일 뿐이다. 자동차전문 조사업 체 마케팅인사이트가 최근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제네시스 쿠 페의 시내 연비는 공인 연비의 68% 수준이고 경제 연비는 98% 정 도였다. 시내 연비란 가다 서기를 반복하곤 하는 시내에서 공인 연 비 대비 체감 연비를 나타낸 수치다. 제네시스 쿠페로 시내에서 출 퇴근을 하긴 부담된다. 경제 연비란 급가속 급출발을 하지 않고 정 속 주행을 할 때의 연비를 말한다. 하지만 제네시스 쿠페는 스포츠카의 DNA를 물려받은 차다. 애당초 경제적 운전이란 고려 대상이 아니란 얘기다.

더 뉴 제네시스 쿠페 380 GT는 현대차 스포츠카의 적통이다. 현 대차 역시 아주 일찍부터 스포츠카를 꿈꿔왔다. 주지아로가 디자 인했던 포니 쿠페부터, 고작 100마력밖에 안 되는 알파 엔진을 달 고 있었지만 외관만큼은 소비자들의 스포츠카에 대한 열망을 만족 시키기에 충분했던 스쿠프, 제대로 된 쿠페 차량의 시작이었던 티 뷰론과 투스카니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 더 뉴 제네시스 쿠페 380 GT는 이제까지 현대차가 내놓았던 어떤 스포츠 쿠페와도 격이 다 르다. 사랑받는 자동차 메이커는 소비자들이 차를 통해 꿈을 꾸게 만들어야 한다. 더 빠른 꿈을 꾸게 해줄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어딜 가나 사람들은 제네시스 쿠페 주변을 기웃거렸다. 바로 옆에 BMW 가 서 있었고 아우디가 서 있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네시스 쿠페에겐 더 강하고 더 빨라질 의무가 있다. 일단 더 뉴 제 네시스 쿠페 380 GT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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