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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설정하라

[BOOK REVIEW] 부의 정석<BR>최윤식·정우석 지음/ 지식노마드/ 1만4,000원

당신이 가진 5억 원짜리 아파트가 어느 날 갑 자기 2억 원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더 구나 팔리지조차 않는다면. 국민 대다수 가 재산의 80~90%를 부동산으로 갖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눈앞이 캄캄해질 일이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다. 그나마 갖고 있던 주식과 펀드도 날로 값이 떨어진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카드며 담보대출이며 끌어다 쓰는 대 출은 갈수록 늘어난다. 다니던 직장에선 언제 해고통지가 날아올 지 모르고, 국가가 보장한다던 국민연금 수령액도 자꾸만 쪼그라든 다. 여기에 세금마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난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 이 들것인가.

"대체 무슨 소리냐" 며 무시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우리 국민 대다 수의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그림 이다. 꼭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다 거나 갑작스런 남북통일로 엄청난 혼란이 닥치는 식의 최악을 가정한 얘기가 아니 다. 대한민국이 가진 인구구조만으로도 충 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2009년부터 꾸준히 우리나라의 미래에 관한 저작을 내놓고 있는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가 이번에는 우리 사회 개인의 부(富) 를 위협할 위험들을 진단했다. 저자의 예 측은 매우 암울하지만 귀 담아 들을 만하다. "어떤 재앙도 미리 알고 대비하면 충분히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는 저자의 권고처럼 말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은 대한민국의 개인들이 향후 수십 년간 필연적으로 맞을 재무적인 위험들. 뒷부분은 이를 이겨낼 대비책에 대해서다.

저자가 가장 비중 있게 강조하는 위험은 부동산 버블 붕괴 시나 리오다. 올해 현재 가계자산의 78.8%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몰려 있다. 집값이 단기간에 급락한다면 국가 전체에 엄청난 혼란이 불 가피한 규모다. 그런데 현재 인구구조나 끼어 있는 거품의 정도 등 여러 정황상 집값의 대세하락기가 가까이 와 있다는 게 저자의 판단 이다.

저자는 단기 폭락, 현상유지 등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앞으로 6~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다. '잃어버린 10년' 간 속수무책으로 부동산 폭락을 경험한 일본과 비슷한 경로다.

대세하락이 시작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집을 가진 사람들은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아 자산가치 축소를 눈 뜨고 당해야 한다. 2006~2007년 고점에서 빚을 내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대출마저 갚지 못해 아우성일 테고, 부동산에 투자했던 기업과 대규모 주택 담보대출을 내 준 은행 역시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사회 전체의 혼란이 불 가피하다. 이로 인한 경기침체가 자칫 제2 의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이미 버블 붕괴의 1 단계인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들 어섰다고 본다. 정부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 감 등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미 매수 세는 실종된 상태다. 2014~2016년쯤엔 부 동산 디플레이션이 온다. 총·대선을 전후 로 반짝 했던 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가 무너 지면서 200만 명의 하우스 푸어 계층이 대 출부담을 못 이겨 집을 내놓기 시작하면 매 수세는 없는 가운데 집값은 급락한다. 2020년쯤에나 가서야 이 같 은 혼란기가 진정되고 새로운 질서가 잡힌다는 시나리오다.

두 번째 위험은 자산가치의 하락. 부동산은 물론이고 주식, 채 권 등 모든 자산의 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진다는 의미다. 우리가 맞 게 될 고령화사회는 사회 전체적인 소비를 줄여 디플레이션과 증시 침체 등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매년 '단리' 로 늘어나는 소득 에 비해 '복리' 로 뛰는 물가는 실질적인 구매력마저 계속 감소시킨 다. 실제 우리보다 잘 사는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중산층 실질소득 은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우리가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개인이 지닌 무형의 자산인 실용지식 역시 갈수록 유효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새로 습득한 지식이 불과 3,4년 후 쓸모없는 것이 돼 버린다면 또 다시 새 지식을 얻기 위해 재원 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부채도 무섭게 늘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는 조만간 1,000조 원을 넘을 태세다. 여기에 정 부, 지방자치단체, 각종 공기업, 연금 등이 진 빚까지 합치면 4,000조 원을 넘는다. 부채규 모가 클수록 이자부담이 늘어 원금을 갚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미래는 더욱 어두워진다.

일자리 전망도 암울하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갈수록 굳어지는 데 반해 이들의 고 용창출력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주력업종마다 기계화 비 율을 높이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소득감소는 더욱 가속화된다.

이런 상황에선 국민연금, 건강보험 같은 사회안전망이라고 제대로 유지될 리 없다. 국민 연금은 지금의 지급구조대로라면 2050~2060년쯤 고갈될 전망이다. 파산을 막으려면 갈 수록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구조를 바꿀 수밖에 없다. 이미 매년 적자 상태인 건강보험 역 시 앞으로 노인인구가 급증하면 지출규모가 따라서 급증할 수밖에 없다. 파산을 막기 위해 국가가 본인부담금 비율을 지금보다 높인다면, 늙어서 몸은 아픈데 가진 돈은 별로 없는 노 인들 대다수는 의료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마지막으로 당연히 세금부담 역시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저 자는 앞으로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0% 수준까 지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먼저 생각을 바꾸고, 다음으 로 필요한 지식을 쌓고, 마지막으로 각종 자산을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당신의 자산이 위험하니 이런저런 데 투자하라' 는 보통의 재테크 조언과는 다르다. 우 선 내가 생각하는 부자의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단순히 남보다 재산의 크기가 큰 데서 부의 기준을 찾는다면 대다수 개인은 앞으로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찢어지게 가난해도 만 족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 등을 분 수에 맞게 설정하고 그 조건을 위해 미래를 설계하라는 조언이다. 어찌 보면 말장난 같지만 우리가 맞을 미래의 재앙을 생각하면 마인드를 바꾼다는 것이 전혀 의미 없는 얘기로 들리 지는 않는다.

다음은 지식이다. 저자는 미래를 보는 혜안, 혁신적인 사고방식, 기본적인 금융지식, 내 꿈에 필요한 전문지식, 그리고 대인관계에 대한 지식이 앞으로 필수적일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가령, 앞으로 10년 후 정도면 동시 통·번역 기술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 처럼 학습의 상당부분을 '언제 쓸 지도 모를' 또는 '단지 시험에 필요한' 영어공부에 낭비하지 말라는 얘기다. 미래를 보는 혜안이 있다면 충분히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지막은 투자다. 뻔한 말 같지만 저자 역시 미래 리스크에 대비해 보험을 리모델링하 고, 주식·부동산 같은 자산을 재정비하고 소비를 효율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장기투자를 시작하라고 권하고 있다.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 잃고 싶지 않다면 준비를 서두르는 게 답 이다.

전략의 본질
노나카 이쿠지로 외 지음/ 임해성 옮김/ 라이프맵/ 1만9,500원

아시아의 피터 드러커라 불리는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전쟁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각종 전략의 본질을 알아내면, 경제전쟁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 책을 썼다. 중국 공산당의 대포위토벌전과 2차대전중 처칠이 이끈 영국 전투, 6·25전쟁의 인천상륙작전과 제4차 이스라엘-아랍 전쟁 등에서 리더들이 사용한 전략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무역전쟁
CCTV 경제 30분팀 지음/ 홍순도 옮김/ 랜덤하우스/ 1만6,000원

국제무역의 패권을 주도해 온 경제대국들의 흥망성쇠 역사를 담고 있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 일본, 서독 등 국제 교역 시장을 장악하며 강국으로 부상했던 7개국의 무역 정책과 이념을 살피고, 무역의 역사가 곧 권력 이동의 과정 및 전 세계 힘의 질서가 재편되는 모습을 반영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세스고딘 생존을 이야기하다
세스고딘 지음/ 오지연 옮김/ 정혜/ 1만5,000원

저자는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생존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변화가 숙명적인 오늘날의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진화'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기업들이 기계처럼 구조화돼 있고 변화에 저항하도록 설계됐다는 것. 저자는 비대한 위원회의 규모를 줄이는 식으로 변화의 장애물을 제거하라고 말한다.

김용식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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