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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실물경제

비디오게임을 통해 현실세계의 경제활동을 엿볼 수 있다?

2008년 10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부실 자산구제프로그램(TARP) 법안에 서명했다.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들에게 4,500억 달러를 지원,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사회학자 드미트리 윌리엄스 교수를 포함한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은 TARP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이는 지원규모가 너무 크다거나 적다는 식의 경제학적 문제가 아니었다. TARP 자체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었다. 윌리엄스 교수는 "당시 우리는 어떤 통제장치도 없이 4,500억 달러짜리 경제 실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TARP처럼 복잡한 프로그램은 테스트 베드의 마련이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윌리엄스 교수는 그 테스트베드를 비디오게임에서 찾았다. 그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관찰당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 원래의 모습을 감추고 정답에 가깝게 행동하는 습성이 있다. 이를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라 하는데 선생님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교실 쉬는 시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4년 전 윌리엄스 교수팀은 비디오게임으로 호손 효과에 감춰진 진실을 밝힐 수 있음을 확인했다. 게임개발사의 허락 하에 다중 온라인 게임 '에버퀘스트2'의 게이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였다.

4.5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이 데이터에는 게이머 500만명의 행동과 대화, 결정 과정 등이 시간정보와 함께 모두 기록돼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본성대로 자유롭게 행한 행동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사실상 찾기 어렵다.

연구팀은 가장 먼저 현실세계에서의 실제 행동과 접목 가능한 게임 속 행동을 파악했다.

그리고 게임아이템 구매 패턴을 집중 분석키로 결정했다. 에버퀘스트2의 게이머들은 매달 200 만개나 되는 게임아이템을 구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게임 속의 실물경제였다.



이후 윌리엄스 교수는 컴퓨터공학자들과 함께 게이머를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으로 분리, 5개월간 각각의 데이터를 비교했다. 실험집단은 에버퀘스트2의 신규 가입자, 통제집단은 기존 가입자였다. 미국 전체를 복제한 뒤 한쪽의 국민을 다 없애고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 넣고는 기존의 국민들과 새로운 국민들이 동일한 행동을 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던 셈이다.

예상대로 게임 속 세상에서도 각 게이머들이 지닌 금화가 많아질수록 물가(아이템 가격)는 올라갔다.

"에버퀘스트2가 미국 실물경제의 축소판이 될 수 있음이 입증된 겁니다. 결국 비디오게임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긴급구제 자금을 방출하기 전 그 효과와 타당성을 안전하게 검증해 볼 훌륭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습니다."

STORY BY Jamin Warren
ILLUSTRATION BY Jonathan Carlson

"놀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적응훈련이다."
마크 베코프, 미국 콜로라도대학 행동생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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