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에너지,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에 전 세계가 사활을 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이에 앞서 여기저기서 새어나가는 에너지부터 잘 잡는 게 먼저가 아닐까?
이와 관련 최근 파퓰러메카닉스가 에너지 낭비를 막을 10가지 스마트한 방법을 소개했다.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큰 방죽도 작은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진다고 했다. 에너지가 금보다 중요한 세상이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의외로 많은 곳에서 에너지가 새어 나간다. 제대로 쓰이는 에너지보다 새는 에너지가 더 많을 지경이다.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만 봐도 웬만한 차량은 엔진의 에너지효율이 20~30%에 불과하다. 연료가 지닌 에너지의 20~30%만 실제 바퀴를 굴리는 데 사용될 뿐 나머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열, 소음, 진동 등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값비싼 요리를 시켜놓고 5분의 1만 먹은 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같다. 기술적 한계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엄청난 낭비다.
이렇게 의미 없이 버려지는 에너지만 회수해도 매년 여름마다 '전력난'이라는 단어 를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바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장치와 연구 성과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사람을 보면 에너지가 보인다
2010년 11월 미국 조지아텍 연구팀은 휴대형 전자기기를 어디에서나 충전할 수 있는 최초의 나노 발전기를 만들었다. 이 발전기는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해도 LCD를 밝히는 데 충분한 3마이크로와트(㎼)의 전력이 생성된다. 내부의 산화아연 나노와이어 센서가 압전 소재여서 누르거나 휘면 전하가 발생하는 것. 나노 발전기 하나에 2만여개의 나노와이어가 들어있으며 현재 이들을 교량에 설치, 차량들이 일으키는 진동으로 발전을 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프린스턴대학 연구팀도 이와 유사한 방식의 '압전 고무(piezo-rubber)'를 개발, 인 공심박조절기의 배터리를 대체하고자 하는 등 배터리가 필요 없는 휴대형 전자기 기 연구를 진행 중이다. 루이지애나공대팀의 경우 신발 뒤꿈치에 부착, 걷는 것만으 로 발전이 가능한 압전 발전기 개발에 성공했다. 이런 압전 발전은 생성되는 전력량이 크지는 않지만 발전기의 소형화가 가능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걸음을 이용한 발전시스템도 연구되고 있다. 사실 인간의 보행은 상당히 에너지 낭비적 요소가 강한 행동이다. 걷는데 쓰이는 칼로리 중 인체를 앞으로 밀어주는 칼로리는 절반도 안 되는 것. 그래서 나온 것이 바이오닉 파워의 생 체역학 발전기 '파워워크 M 시리즈'다. 무릎에 부착하는 중량 750g의 이 발전기는 내장 기어를 활용, 걸을 때 무릎이 굽혀지는 움직임을 전기로 변환해 평균 12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덧붙여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은 사람이 걸을 때 백팩이 위아래로 출렁이는 힘을 이용한 발전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장치들은 1시간 남짓 걷는 것만으로 휴대폰이나 플래시라이트의 충전에 충분 한 전력량 확보가 가능하다.
전자기기의 틈새 에너지
오늘날의 컴퓨터 칩은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전기 소모량이 많다. 그리고 소모하는 전력의 상당량이 폐열로 소실된다. 실제로 미국 내 데이터 센터들의 전기료가 연간 3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런데 컴퓨터 칩의 폐열을 전기로 바꾼다면 어떨까.
미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는 이를 위한 신개념 초전기 기기를 연구하고 있다. 이 기기는 온도 변화를 통해 발전을 한다. 뜨거워진 컴퓨터 칩과 초전기 방열판 사이에 소형 캔틸레버 (cantilever)가 진동하며 칩의 열기를 빼앗아 전력을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캔틸레버 하나의 발전량은 1~10밀리와트(㎽)에 불과 하지만 1제곱인치(6.5㎠) 면적에 1,000개의 캔틸레버가 부착된 초전기 기기를 대형 데 이터 센터나 슈퍼컴퓨터에 설치한다면 상당한 발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연구 팀의 설명이다.
또한 전 세계에는 약 3억대의 산업용 전기 모터가 가동되고 있는데 대부분이 작동 속도 조절이 불가능하다. 모터 자체는 언제나 최대로 작동되며 이중 필요한 양만 사 용하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가 출발 직후부터 최고 속도로 질주하고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조절하며 운전하는 것과 같다.
결국 모터는 항상 과잉 출력을 내며 그만큼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컴퓨터를 사용해 모터에 입력되는 전압과 주파수를 제어, 출력 조절이 가능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모터의 힘으로 작동하는 펌프나 팬의 파워를 20%만 낮춰도 전력소모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산업용 모터를 이런 절전형으로 교체하면 원자로 286개에 해당하는 막대한 전력을 아낄 수 있다. 지난 2006년 에 완공된 뉴욕의 허스트 타워는 엘리베이터, 냉방 시스템 등에 이 같은 컴퓨터 제어식 절전형 모터를 채용해 상당한 전력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초전기 (pyroelectricity) - 온도 변화에 따라 결정의 양쪽면에 서로 반대의 전하가 생기는 특성. 열을 가하면 한 면에는 +, 반대 면에는 -의 전기가 나타난다.
송·발전시스템 에너지 세이버
아이러니하게도 전기를 만드는 발전 과정에도 에너지 낭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야간에도 풍력발전기는 돌아가지만 그 전력을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발전소들은 전력 수요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하기 위해 전체 발전량의 1%를 자체 소비 한다.
전력망 단위의 전력 저장소를 만들면 이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 작년 6월 미국 뉴욕주 스티븐타운 소재 비컨 파워의 '플라이휠(flywheel)' 전력 저장소가 전력저장량 20㎿를 돌파했다. 이 전력 저장소는 분당 1 만6,000회 회전하는 자기부양식 플라이휠 200개를 사용, 전기를 저장한다.
또 스페인의 게마솔라 태양열 발전소는 용융염 탱크 안에 저장한 열에너지를 사용 해 전력 수요에 맞춰 발전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거대한 화학 배터리나 압축공기 탱크, 물 펌프 등을 활용해 전력을 다른 형태로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이용하는 방법들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전력 손실은 사실 발전보다는 송전에서 더 심하다. 생산된 전기의 약 7%가 송전 중 열에너지 등으로 사라진다. 물론 이는 구리 전선보다 100배의 전류량 송전이 가능한 과냉각 초전도체 전선을 채용하면 해결 가능하지만 막대한 배선 교체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아메리칸 슈퍼컨덕터가 롱 아일랜드주에 과냉각 초전도체 전선을 설치, 가능성을 인정 받은 이래 오는 2014년 미국에서 3개의 대규모 전력망을 하나로 통합하는 '트레스 아미가스(Tres Amigas)' 슈퍼스테이션 프로젝트에 과냉각 초전도체 전선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역시 이 분야의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어 머지않아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모든 전기는 전력선에서는 교류였다가 가정, 회사, 공장에서 쓰일 때는 직류 로 바뀐다. 이 전력 변환 과정에 10~12%의 에너지 손실이 일어난다. 미국 트랜스폼은 기존의 실리콘 대신 질화 갈륨(GaN)을 사용한 전력 변환기를 개발했다. 질화 갈륨은 원자 구조상 실리콘과 달리 전력 누출 없이 3~5배의 전압을 더 잡아둘 수 있어 전력 변환 과정의 손실 에너지를 약 90% 절약할 수 있다. 이 변환기는 이미 몇몇 대형 데이터센터에 적용된 상태다.
폐열은 곧 에너지다
자동차의 연료탱크 속 가솔린에 든 에너지 중 20~30%만이 바퀴의 구동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열, 소음, 진동 등으로 사라진다. GM, 포드, BMW 등 완성차메이커들은 이렇게 버려지는 열을 회수해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를 차량의 냉난방에 사용함으로서 연비를 5% 향상시키는 열전기 기기의 시제품을 실험하고 있다.
도로라는 거친 환경에서 10년 이상 사용할 만큼 내구성이 우수하면서도 효율이 좋은 열전기 소재 발굴이 성패의 핵심이다. BMW와 포드를 위해 열전기 기기를 개발 중인 아메리곤은 하프늄(Hf)-지르코늄 (Zr) 소재를 사용한다. 현재 이 회사의 열전 기 의자가 55개 차종에 채택됐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카의 냉난방 장치에도 열전기 기기 도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폐열 회수와 관련 발전소 같은 대형 플랜트는 비교적 쉬운 상대다. 하지만 아궁이, 오븐, 소각로, 엔진 등 소형 산업기기의 폐열은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산업적 활 용 노력이 거의 없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 소재 사이클론 파워는 250~550℃ 정도의 폐열을 수거, 발전기를 돌리는 폐열 엔진을 개발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출력 5~500㎾급 소형 산업기기가 타깃이며 냉장트럭, 장거리 트럭 등의 보조 발전기로 장착하면 5~10%의 연비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미국 내의 1만개 사업장에 이 엔진이 보급되면 연간 135억kWh의 전력절감 효과를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버린 음식물도 다시보자
음식은 매우 효율적 에너지 보관장치다. 60g짜리 곡물 시리얼 바 하나의 에너지가 5.4㎏ 리튬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와 맞먹을 정도다. 음식물 쓰레기는 부패하면서 이 에너지를 기체 형태로 방출하는데, 이의 약 50%가 메탄(CH₄)이다. 이를 포집해 정화한 뒤 연소시켜 난방열로 활용할 수도, 발전을 할 수도 있다.
미국 뉴햄프셔대학은 음식물 쓰레기 부패기체 처리시설을 개발했다. 쓰레기 매립지의 메탄가스를 농축하고 이산화탄소, 황,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의 불순물을 제거한 후 7.9㎿급 발전기의 연료로 사용하는 것. 미 전역의 2,400여개 쓰레기 매립지에서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나머지 510개 쓰레기 매립지까지 이런 시스템을 갖출 경우 69만 가구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에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의 폐가스에서 메탄을 정제,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자동차 충전소가 현재 가동되고 있다.
옛날 자원절약 카피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버리면 쓰레기, 재활용하면 자원.' 이는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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