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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ont color=#ed1d30>★</font></b>을 사랑한 사나이: 천체사진가 권오철

The Man WHO Falling In Love With Star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천체사진'을 검색하면 거의 도배되다시피 보이는 이름이 하나있다. 바로 천체사진가 권오철 작가다.

그는 1992년 대학시절 처음 천체사진계에 입문한 이래 지금껏 네 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한 권의 책을 썼으며, 한국인 최초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오늘의 천체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 계통에서는 시쳇말로 '본좌'인 셈이다.

최근 오로라에 푹 빠져 지낸다는 그를 만나 별과 별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권오철 작가는 우리나라 대표적 천체 사진가다. 그는 오직 별만 찍는다. 별 중에서도 사람의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것들이 그의 타깃이다. 망원경이 있어야만 하는 성운이나 성단은 관심 밖이다.

"제 렌즈에 담긴 별들은 모두 지극히 인간적 시각에서 빚어낸 산물이라 할 수 있어요."

별에 이끌린 별난 사람
'인간적인 별'을 꿈꾸는 권 작가를 처음 이 세계로 이끈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그 책은 지난 1989년 출간된 천문학자 이태형 선생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으로, 별밤을 계절별로 관측해서 쓴 국내 최초의 별자리 안내서다. 당시 이 책은 3일 만에 초판이 매진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전국 청소년들 사이에 일종의 천문 붐을 일으키면서 수많은 천문 키드들을 양산해냈다.

권 작가도 그중 한 명이었다.

"1990년에서 1991년 즈음 전국 중·고·대학교에 천문동아리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 바람을 타고 1992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곧바로 교내 천문동아리에 가입해 버렸죠."

이렇게 몸담은 '서울대 아마추어 천문회'는 그에게 특별한 인연도 선사했다. 바로 이태형 선생과의 만남이다. 알고 보니 서울대 아마추어 천문회의 직계 선배였다. 이 각별한 인연은 권 작가가 별과 더욱 돈독해질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전공은 조선해양공학이에요. 당시만 해도 남자는 무조건 공대를 가야한다는 통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학과였죠.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서 잠수함 설계 일을 했는데, 일 자체는 나름대로 재미있었어요. 다만 제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기에는 직장생활이 2%, 아니 20% 부족했죠."

대학 새내기 때부터 천체사진 촬영을 시작한 권 작가는 줄곧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졸업 후 직장생활 중에도 열정을 이어갔다. 직장을 옮겨 소프트웨어 개발, 유선 인터넷 품질 관리 등의 일을 하면서 전시·작품 활동을 병행했다.

당연히 이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현실과 꿈 사이를 바쁘게 오가던 그는 마침내 2010년 과감히 천체사진가로의 '전업'을 선언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 두고 배고픈 직업을 택한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대가 극심했죠.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좋아해요.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굶지 않을 정도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최고의 카메라, 최고의 사진
그렇다면 권 작가는 어떤 방식으로 별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을까. 그는 천체사진이 사진 분야 중에서 어려운 쪽에 속한다고 밝혔다. 정확히 말해 가장 어려운 분야라고 했다. 적어도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달리 말해 디카가 대중화된 오늘날에는 누구나 좋은 천체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여기에는 구체적인 조건이 있다. 어두운 밤하늘을 촬영하려면 고감도에서도 노이즈가 적은 기종이 좋으며 동영상 기능이 있는 렌즈 교환식 DSLR 카메라를 사용해야 장시간 촬영 시 생기는 발열이나 노이즈에 대응이 가능하다. 덧붙여 라이브뷰 기능이 지원된다면 초점을 맞추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한다.

물론 이런 조건들은 최근 3년 이내 출시된 디카라면 대부분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

"천체사진의 품질은 사실 카메라의 성능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카메라가 바뀌면 사진이 바뀔 정도니까요."

이것이 천체사진가들이 최고 성능의 카메라를 찾고, 또 고집하는 이유다. 권 작가는 4년째 캐논 'EOS 5D Mark II'를 사용 중인데 올해 신모델이 나오면 교체할 작정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고가의 고성능 모델을 가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천체사진을 취미로 즐기려고 하거나 초급 수준의 아마추어라면 그냥 일반 디카로도 충분해요."

혹시 필름카메라는 어떨까. 천체사진에서 필카의 용도는 한정돼 있다. 권 작가는 "필카는 장시간 노출에서 디카보다 우위를 점한다" 며 "12시간가량 소요되는 별의 일주운동을 촬영할 때는 필카로 찍어야지, 디카로는 노이즈나 전원 등의 문제로 장시간 노출에 물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동영상은? 동영상으로도 별의 촬영은 힘들다. TV에서 보는 동영상은 1초에 30장 정도의 정지화면이 연결돼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만큼 노출 시간이 짧기 때문에 어두운 대상은 찍히지 않는다. 밤하늘을 찍으려면 노출 시간이 길어야 한다. 셔터 속도를 15~30초 정도로 느리게 설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권 작가는 또 최소한의 흔들림을 막기 위해 튼튼한 삼각대를 사용해야 하며 손으로 셔터를 누르기보다는 릴리즈(카메라 리모컨)를 사용하면 좋다고도 덧붙였다.

반드시 찍어야 할 3가지
앞서 언급한 준비가 완료됐다면 그 다음은 당연히 별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권 작가는 "바로 이 부분에서 성패가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최적의 장소는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다.

대기를 뒤덮은 뿌연 먼지층이 보통 800~900m 높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 이상 올라가야 깨끗하게 별을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체사진가들이 시골의 천문대 혹은 산꼭대기로 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목적지로 향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날씨와 월령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다. 가령 일주운동 사진을 찍고자 마음먹었다면 밤이 가장 긴 동지로 출사일을 잡아야 한다.

날씨가 쾌청해야 함은 당연하다.

"출사 당일에 사진을 못 찍으면 1년 뒤에나 다시 찍을 수 있어요. 저도 10년째 원하는 사진을 찍지 못한 대상이 있죠." 그토록 괴롭히는 대상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그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거기에 따른 공부를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

"단순히 별이 신기해서 찍는 것은 1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죠. 꾸준한 관심만이 꾸준한 실천을 낳을 수 있어요."

한편, 권 작가는 별을 찍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세 가지를 일러주기도 했다. 첫 번째가 개기일식, 두 번째가 오로라, 세 번째가 대유성우다.

이중 태양이 달에 의해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은 천문학계 내에서도 축제로 여기는 현상이다. 자주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태양 대기를 관측하는 학자들에게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과거 구름에 가려진 개기일식을 본 경험이 있다는 권 작가는 올해 11월 제대로 된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호주로 떠날 계획이다. 올해 보지 않으면 10년 이상 개기일식을 제대로 보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란다.

대유성우의 경우 권 작가는 운이 좋았다. 지난 2001년 찾아온 사자자리 대유성우를 가장 보기 좋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였다. 당시 전 세계의 유성관측자들이 한국으로 몰려들었고 권 작가에게는 SOS가 날아들었다. 결국 그는 외국의 별맞이 손님들을 이끌고 소백산 천문대로 향했고 수 만개의 유성이 쏟아지는 장관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사자자리 대유성우는 대표적인 대유성우 중 하나로 약 33년을 주기로 진귀한 천체쇼를 연출한다. 2001년에 찾아왔으니 이제 2030년 이후에나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더구나 D-데이 당일의 날씨가 흐리거나 보름달이 환하게 뜨기라도 하면 하릴없이 33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별을 찍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하는 세 가지는 모두 임팩트가 큰 것들이에요. 일반인들도 사진을 봤을 때 '와'하고 탄성을 지르게 되죠. 그런데 일반인은 모르는 정말 중요한 사실이 뭔지 아세요? 사진은 결코 실제모습의 단 1%도 전달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월령(月齡) - 달의 위상을 1일 단위로 표시한 것. 합삭(合朔)에서 시작해 7일경 상현(上弦), 15일경 보름, 22일경 하현(下弦), 그리고 다시 합삭이 된다.

대유성우(大流星雨) - 1시간 동안 100개 이상 떨어지는 유성우.

2012년은 오로라의 해
별을 찍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하는 세 가지 중 최근 권 작가의 심장을 가장 뛰게 만든 것은 단연 오로라다. 그는 2009년부터 3년간 캐나다 북부를 오가며 촬영한 오로라 사진을 모아 올 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오로라의 신비전'을 열기도 했다.

권 작가는 지난 2월 중순에도 오로라를 찍기 위해 극지방인 캐나다 북부 옐로나이프에 다녀왔다. 지금은 간신히 출사 욕구를 억누르며 서울에 머물고 있지만 태양 흑점 폭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좀이 쑤실 지경이라고.

"올해는 태양 활동의 극대기예요. 태양의 흑점 폭발이 잦아 그만큼 화려한 오로라를 볼 수 있죠. 때문에 가을부터는 24시간 대기체제로 지낼 예정이에요. '우주예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태양 흑점 폭발 뉴스가 나오면 즉각 옐로나이프로 날아갈 겁니다. 뉴스를 보자마자 항공기에 오르면 적정한 때 현장에 도착해 오로라를 볼 수 있어요. 흑점 폭발 후 방출된 전기를 띤 입자들이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는 하루나 이틀이 걸리거든요."

오로라 마니아가 된 그는 이제 웬만한 오로라에는 감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올해는 역동적인 오로라 중에서도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는 서브스톰(substorm)을 꼭 보고야 말 작정이다.

현재 그가 촬영한 작품은 방 한쪽의 하드디스크에 층층이 쌓이고 있다, 필카로 찍은 작품들 역시 항온항습기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astrophoto.kr) 등에 올려둔 사진은 수백 장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모든 사진 중 마음에 드는 것, 다시 말해 그만의 엄격한 자체 예선을 통과한 작품은 채 300장 정도라고 한다.

대표작을 몇 가지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왜 예술가들이 그런 질문을 받으면 늘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최고의 사진은 아직 촬영되지 않았다.' 저 역시 그래요."

이렇듯 자신만만한 그지만 이제껏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별을 쫓는 일이다 보니 고생은 실과 바늘처럼 따라 붙는다. 일례로 1년에 평균적으로 50~60일 은 밖에서 잠을 자야한다고.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의 출연자들이 '형님'하고 고개 숙일 일이다.

이제껏 촬영을 위해 가장 오랜 기간 머문 장소는 어딜지 궁금증이 일었다. 의외로 외국이 아닌 국내였다. 정답은 다름아닌 독도다.

"지난 여름 방송국과 함께 독도 밤하늘을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보름 정도 머문 것 같아요. 태풍 때문에 배가 올 수 없어서 그대로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죠. 등대 바닥에 자리를 깔고 누우면 주변에 지네가 득실득실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나요. 독도 지네는 보통 지네와 달리 아주 커요. 몸길이가 한 20㎝는 됐던 것 같아요."

손가락까지 펴 보이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권 작가는 당시의 기억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별별 고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가 천체사진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글쎄요. 그냥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좋아하는 대상을 꾸준히 찍다 보니까 말이에요."

"일반인들은 별 사진을 보며 탄성을 지르지만 정말 중요한 사실이 뭔지아세요? 사진은 결코 실제 모습의 단 1%도 전달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촬영은 계속된다
그는 현재 개인 작품 활동 외에도 대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월부터 모 일간지와 함께 한 달에 한번씩 전국의 천문대를 방문해 소개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소백산 천문대, 3월에는 영월의 별마로 천문대를 찾아갔다. 1년간의 천문대 투어를 통해 별과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거리를 점차 좁혀나가고 싶다는 게 그의 작은 소망이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세계 32명의 유명 천체 사진가들이 모여 각국 명소의 밤하늘을 담는 'TWAN(The World At Night) 프로젝트'다. 지난 2009년 유네스코에서 '세계 천문의 해'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한 것으로 이 프로젝트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고 있는 권 작가는 우리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별밤 사진을 찍고 있다. 이후 관련 사진들은 '지구 야간 사진 사이트(twanight.org)'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하루하루 별과 함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권 작가. 끝으로 그는 최근의 고민거리를 털어놨다. 기후변화였다. 얼핏 거창한 전 지구적 화두 같지만 별 사진을 찍는 그에게 이보다 중요한 문제는 없을 터였다.

"대기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해요. 1992년 처음 천체사진을 시작했을 때는 서울에서 은하수가 보이기도 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은 꿈도 못 꾸죠. 환경오염이 정말 심각해요. 맑은 날, 그러니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이 1년에 며칠 안 된다니까요."

그러니 지금으로선 맑은 날 더 열심히 찍는 수밖에 없다. 지구에서 완전히 별이 보이지 않는 그 날까지 그의 셔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날이 정말로 와서는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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