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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b><font color=#cc0000>혈액형</font></b>은 무엇입니까?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누군가는 어쩌면 이 세계가 소심한 A형과 욱하는 B형, 사교적인 O형 그리고 엉뚱한 AB형의 조합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혈액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혈액형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말이다. 아주 드물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희귀 혈액형에 대해서는 더더욱 아는 바가 없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우리가 오늘날의 ABO식 혈액형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100여년 전의 일이다. 지난 1901년 오스트리아의 위생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 박사가 A형, B형, O형, AB형의 네 가지로 사람의 혈액형을 구분하는 일명 ABO식 혈액형 분류법을 정립했다.

당초 란트슈타이너 박사는 A형, B형, C형이라는 3개의 혈액형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듬해인 1902년 AB형이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히며 C형을 제로(zero)를 뜻하는 O형으로 정정했다. 이후 ABO식 분류법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기 시작했고 수혈법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이 업적을 인정받아 193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의학사적 측면에서 란트슈타이너 박사의 업적은 일대 혁명이라 할만하다.

가톨릭대학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양승아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혈액형의 존재가 밝혀지기 전, 혈액 순환 개념조차 없었을 때에는 동물이나 혈액형이 맞지 않는 사람의 혈액을 마구잡이로 수혈해 환자가 목숨을 잃기도 했어요. 혈액형 분류법이 정립되면서 수혈이 가능해졌고 그와 함께 의학이 발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BO의 탄생
하지만 우리가 아는 ABO식 혈액형이 유일한 혈액형 분류법은 아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박경운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제수혈학회에서는 총 31가지 주요 혈액형 분류법을 고지하고 있다. 더피(Duffy), 키드(Kidd), 디에고(Diego), 루서란(Lutheran) 등이 여기에 속해 있다.

"ABO식 분류법으로 A형인 사람이 더피식으로 분류하면 Fy(a-b+)형일 수 있어요. 이들 주요 혈액형 시스템은 각각 독자적인 것이며 유전도 각각 독립적으로 이뤄집니다."

그렇다면 ABO식 분류법이 가장 대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까닭은 왜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원성, 즉 항체의 생성을 유도하는 성질을 언급한다. ABO식은 다른 어떤 분류법 보다 이 항원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혈액형은 우리 혈액 속 적혈구 표면에 존재하는 항원의 종류를 의미한다. 사람의 적혈구에는 500여개의 항원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데, ABO식은 그 항원을 크게 A, B, O, AB 등 4가지 형태로 나눈 셈이다. A형은 적혈구 표면에 A형 항원을, B형은 B형 항원을, AB형은 A형과 B형 항원을 모두 가지고 있고 O형은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와 반대로 혈액에는 항체가 들어있다. A형은 항 B형 항체, B형은 항 A형 항체, O형은 이 두 가지 항체를 모두 지닌다. AB형에게는 두 항체가 모두 없다.

이 같은 점은 수혈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 다. 수혈을 할 때는 적혈구가 필요하므로 적혈구의 항원이 무엇인지가 관건이다. 즉 O형은 항원이 없기 때문에 A형, B형, AB형 모두에게 수혈할 수 있지만 AB형은 A형, B형 항원이 모두 있기 때문에 항 A형, 항 B형 항체가 모두 없는 사람, 다시 말해 자신과 동일한 AB형에게만 수혈이 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진다.

양 교수는 "수혈도 결국 이식의 일종"이라며 "수혈 등을 통해 혈액이 섞였을 때 같은 형의 적혈구 항원과 혈액 항체가 만나 혈구가 깨지는 용혈현상이 일어나면 환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항원성은 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항원성이 강한 ABO식 분류법이 널리 통용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다른 분류법들은 어떨까. 양 교수는 "더피, 키드, 디에고, 루서란 등과 같은 분류법들은 항원성이 약하기 때문에 의학적 중요성이 비교적 떨어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ABO식에 맞춰 수혈을 진행했음에도 용혈현상 이 일어날 때가 그렇다.

"만일 A형 환자가 A형의 피를 수혈 받았는 데 용혈현상이 일어났다면 항체선별검사를 진행합니다. 검사 결과에 맞춰 더피, 키드, 디에고와 같은 또 다른 분류 시스템을 고려해 원인을 찾고 대처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앞선 박 교수의 설명대로 자신을 평범한 A형으로만 알고 있었던 누군가는 사실 어딘가 특이한 구석이 있는 '희귀 혈액(rare blood phenotype)' 보유자로 판명날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아주 드문 사례지만 말이다.

항체 (抗體) - 항원의 자극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질. 특정한 항원과 결합해 혈액 등을 떠돌며 항원항체반응을 일으킨다.

항원 (抗原) - 생체 내에 투여하면 이것에 대응하는 항체를 혈청 속에 생성시켜 생체 내에서 그 항체와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성질을 가지는 물질.

항체선별검사 (antibody screening) - 미지의 적혈구 불규칙 항체의 존재 유무 검사법. 2~3가지의 혈구 패널을 사용, 용혈반응을 보이면 양성으로 해석한다.










국가별 혈액형 분포

세계 각 지역마다 혈액형 분포 비율은 다소간의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전체 인구 중 A형이 약 40%, O형이 45%다. 프랑스는 O형이 40%, A형이 45% 정도 된다.

이렇듯 서양권에서는 A형과 O형이 주를 이룬다.

반면 일본은 A형 35%, O형 30%, B형 20% 수준이며 한국은 A형 35%, O형 30%, B형 30%로 나타나 있다.

즉, 동양권에서는 A, B, O형이 유사한 비율을 보인다. 서양과 비교해 B형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아시아와 달리 아프리카나 중동에서는 O형이 높은 비율을 점한다.



희귀 혈액의 국가대표
박 교수는 말했다. "사실 희귀 혈액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어요. 다만 통상 0.1~1% 이하의 빈도를 보이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각 희귀 혈액형의 구체적인 발현 빈도는 민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죠.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희귀 혈액을 굳이 언급하자면 Rh-형을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 ABO식 분류법과 함께 임상적으로 중요한 또 다른 한 가지는 RH식이다. ABO식의 4가지 분류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RH식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RH식은 토끼의 혈청을 적혈구에 작용시켜 응집 여부에 따라 구분하는 분류법이다. 이때 응집하는 혈구는 D라는 RH항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 RH음성(RH-)이라고 한다. D 항원의 유무에 따라 Rh+와 Rh-로 구분되는 것. 여기서 Rh-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희귀혈액 중 하나다.

Rh-형은 혈액 내 항원이 없으므로 Rh+에 혈액을 줄 수 있지만 Rh-형은 Rh+ 혈액을 받을 수 없다. RH-형인 사람은 ABO식 혈액형이 일치하는 RH-형의 혈액을 수혈 받아야 한다. 출산 때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가령 Rh-형 여성이 Rh+형의 남성과 결혼해 Rh+형의 아기를 출산한다고 가정해 보자. 산모의 핏속에 RH+ 에 대한 항체가 생겨 출산 시 산모와 아기의 혈액이 섞일 경우 응집 반응이 발생,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

RH식은 7종류 이상의 항원이 관계하는 아주 복잡한 체계다. 대한수혈학회 자료에 의하면 미국인은 RH-형이 10% 이상인 반면 한국인 중 RH-형은 0.1~0.3%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서양에서는 100명 중 1명, 동양에서는 1,000명 중 1명꼴로 RH-형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만 RH-형을 희귀혈액으로 본다.

물론 웬만한 돌발사고가 아니라면 RH-형이라고 크게 위험할 일은 없다. 대한적십자사 등에서 보관 중인 혈액을 수혈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수급관리팀 김혜준 대리는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몇몇 희귀특수혈액을 글리세린과 섞어 냉동 보관하고 있지만 RH- 혈액은 일반 혈액처럼 냉장 보관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농축적혈구는 영상 1~6℃, 농축 혈소판은 영상 20~24℃가 보관의 기준 온도다.

혈액검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판정된 혈액은 성분 제제별로 냉장 보관되고 있으며 의료기관 이 혈액을 요청하면 대한적십자사 산하 혈액원이 직접 의료기관에 공급한다. 대한적십자사의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RH- 혈액 공급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국내 희귀혈액 보유자에 대한 혈액 공급 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RH-형 환자의 수혈이 민간 봉사회에 의존해 이뤄진 사례가 문제시 된 것. 김 대리는 "작년 3월부터 봉사회 중심 체제에서 탈피해 혈액관리본부가 직접 RH- 혈액 보유자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위급 상황에서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희귀하지 않은 희귀혈액
RH-형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희귀 혈액형으로 꼽힌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100명 중 1명 꼴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혈액형이다.

시스, 위크, 바디바바디바?
Rh- 혈액 외에 국내에서 비교적 흔히(?) 발견되는 희귀 혈액은 시스-AB(Cis-AB)형이 대표적이다. 198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으며 현재 한국인에게서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희귀혈액형으로 알려져 있다.

시스-AB형은 ABO식 혈액형의 돌연변이 중 하나다. A형 인자와 B형 인자가 모두 하나의 염색체에 존재하게 되는 비정형 혈액형이다. 때문에 A형과 B형 유전자가 자녀에게 통째로 유전된다.

가령 ABO식 기준으로 AB형인 사람이 O형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의 혈액형은 A형이나 B형이 된다. 그런데 간혹 아이의 혈액형이 AB형이나 O형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부모 중 AB형인 쪽이 시스-AB형으로 볼 수 있다. 시스-AB형인 사람과 O형 사이에서는 AB형 또는 O형이, 시스-AB형인 사람과 A형(AO) 사이에서는 AB형, A형, O형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이 혈액형의 소유자는 A와 B 인자 중 어느 하나의 항원성이 매우 미약한 경우가 많다. 이를 위크 A(weak A)형 혹은 위크 B(weak B)형이라 한다. 이들 아주 약한 A형 또는 B형은 간혹 ABO식에서 O형으로 판정될 수 있다. 또 위크 A 혹은 위크 B를 동반한 시스-AB형의 경우 A형 혹은 B형으로 판정될 수도 있다. 이들은 정밀한 검사를 받아야만 정확한 혈액형을 알 수 있다.

수혈을 받을 때도 이렇게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할까. 다행히 그렇지 않다. 시스-AB 형은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O형 혈액을 수혈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양 교수는 "시스-AB형이나 위크 A형, 위크 B형은 임상적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김 대리 역시 "이들 혈액은 쉽게 구하지 못해 생사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희귀 특수 혈액' 이라기보다는 그저 보기 드문 정도의 '특이 혈액'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혈액형을 의심하라!

ABO식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의 항원에 의해 발현된다.

이 항원은 단백질 위에 탄수화물(포도당) 가지가 붙은 당단백질로 구성돼 있으며 혈액형마다 서로 다른 형태를 띤다. 이를 결정하는 ABO 유전자는 9번 염색체상에 있지만 실제로 당단백질 구조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는 19번 염색체상에 있다.

ABO식에서 봄베이(Bombay)형이라는 희귀 혈액형이 있는데, 이는 당단백질 구조를 만드는 19번 염색체상의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아예 항원이 생기지 않은 경우다.

때문에 봄베이형인 사람은 일반 ABO식 검사 시 O형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는 A나 B형일 수도 있다.

그래서 부모 모두 O형일 때 자녀는 무조건 O형이지만 한쪽이 봄베이 O형인 경우 A형이나 B형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 부모 모두 봄베이 O형일 경우 AB형도 가능하다.

이렇듯 ABO식 혈액형에서도 실제로 나타나는 경향은 매우 다양하다. ABO식 혈액형 분류법을 100% 믿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어쩌면 당신 역시 아직 자신의 혈액형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혈액형은 엠케이엠케이(MkMk)형이다.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혈액을 찾기 위해 지구촌 전체를 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헌혈자 등록체계 시급
이밖에도 희귀 혈액의 종류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종류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한편 일반적으로 희귀 혈액을 혈액암과 같은 질환과 연관시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희귀 혈액 자체가 질환과의 연관성이 있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단지 수혈을 받아야 할 때 상황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혈액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때문에 희귀 혈액형의 진단에 필요한 특별한 검사기법의 개발과 희귀 혈액제제의 적절한 수급을 위한 국가차원의 희귀 혈액 헌혈자 등록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국내 전체 희귀 혈액 보유자의 통계 구축은 사실상 미흡한 실정이다. 또 최근 전체 혈액 보유량이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 못 미치는 3일치 수준으로 떨어져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해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희귀 혈액형 진단기법 개발과 희귀 혈액 헌혈자 등록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차원의 기초적인 용역과제가 수행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원과 각 병원에서도 보다 나은 희귀 혈액제제 수급을 향한 과학적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 같은 노력에 따라 앞으로는 희귀 혈액을 보유한 사람들의 의료환경도 조금씩 개선될 것이다.

혈액제제 (血液製劑) - 혈액 성분의 소실이나 체액 결실을 보충하기 위한 수혈용, 체액 성분 보급용 제제. 적혈구, 혈소판, 혈장(血奬), 피브리노겐 등의 제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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