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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VS 무인항공기

무인항공기가 가까운 미래에 전장을 지배할 수 없는 이유

지난 2008년초 흑해 연안의 아브하지아 자치공화국 상공을 비행하던 조지아(舊 그루지야)의 무인항공기(UAV)가 보내온 영상은 인류 비행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 됐다. 그 영상은 바로 전투기의 공격을 받고 파괴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날 이후 구소련 연방국들 사이의 정치관계는 매우 험악해졌다. 특히 아브하지아를 지원하고 있던 크렘린은 조지아가 UAV를 보내 분쟁지역을 정찰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당시 신생독립국이었던 조지아의 정부는 UAV의 정찰 정보를 바탕으로 러시아가 또 다시 군사력을 증강하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각국 외교관과 저널리스트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마치 '우리도 무인기가 있다구! 그걸로 다 봤거든!'이라고 허세를 부리는 듯 했다.

긴장이 고조되면 일이 터지는 법. 러시아는 미그-29 전투기를 보내 아브하지아를 정찰 중이던 조지아의 이스라엘제 '헤르메스 450' UAV를 요격했고 그 모습이 조지아로 실시간 전송됐던 것이다.

UAV 조종사의 스크린에는 미그-29에서 열추적 미사일이 발사된 뒤 UAV를 향해 곧장 날아오는 모습이 비춰졌다. 미사일은 점점 커졌고 어느 순간 스크린이 먹통이 됐다. 격추 당했다는 증거였다.

향후 수십 년 뒤 이 영상은 어쩌면 교육 자료로 쓰일지 모른다. 과거 한때는 유인 전투기가 하늘의 지배자였고 그들 앞에서 UAV는 나약한 존재였음을 알려주는 역사 자료 말이다.

분명 언젠가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아무리 UAV에 회의적인 사람조차 이를 부인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날이 오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느꼈겠지만 현 상황에서 이 영상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런 전망과는 상반된다. UAV의 성능이 일취월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인 전투기와 유인 공격기의 입지는 한동안 굳건할 것이라는 게 그것이다.

그렇다. 적어도 현재까지 UAV는 유인기의 보충재일 뿐 대체재가 아니다.

이렇게 판단할 근거는 많다. 도덕적 혹은 법적 문제와 관련된 갑론을박의 논제들은 차치하고라도 UAV에는 냉엄한 현실과 연관된 두 가지 커다란 제약이 가해져 있다. 하나는 무인기가 수행할 수 있는 임무에 대한 기술적 한계며 다른 하나는 그 능력과 상관없이 무인기 자체가 상당히 나약한 기계라는 점에서 생긴다.

실제로 미래학자들의 예상과는 상관없이 현 UAV들은 공대공 전투에서 스스로를 제대로 방어할 수 없으며 적의 필사적인 공격을 계속해서 피할 능력도 없다. 지상의 목표물을 추적·관찰하거나, 전파 방해를 펼치거나, 고정된 지상 타깃의 공격에는 뛰어날지 몰라도 일단 적기가 출현하면 맞서 싸우지 못한다. 미군의 UAV들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정치적으로 비행이 허가된 지역이나 아군 유인기가 적기를 무찔러 줄 수 있는 지역에서만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결국 UAV가 오래된 방정식 속에 나타난 새로운 변수에 불과함을 뜻한다. 전투기, 헬리콥터, 수송기, 공중급유기, 전략폭격기 등 다양한 기종이 공존하며 상호 협력해 작전을 펼치고 있는 현대 공중전에서 UAV는 일부 틈새를 메워주는데 존재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의 무인기들은 적기와의 공대공 전투에서 제대로 방어할 수도, 적의 필사적 공격을 계속해서 피할 수도 없다. 적기가 출현했을 때 맞서 싸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격조종의 한계
프레데터와 같은 무인기는 유인기와 비교해 장시간 혹은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중전을 펼칠 만큼 복잡한 기동은 할 수 없다.

올해 초 필자는 미국 항공모함에 약 3주간 승선하면서 F/A-18 호넷 전투기의 뒷좌석에 앉아 아프가니스탄 출격 임무에 동행한 적이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상공에는 다수의 UAV들이 상시 비행하며 미군 부대 인근을 정찰하거나 숨어 있는 탈레반을 찾고 있다. 가끔씩은 공격과 군수물자 투하에도 동원된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하늘에는 유인 전투기와 유인 공대지 공격기들도 상시 대기 중이다. 조종사들은 지상의 아군과 끊임없이 무선 교신하며 요청이 있을 때 즉각 근접거리에서 기총소사와 폭격 등을 통한 공중 지원에 나선다. 이는 UAV가 완벽히 수행하기 어려운 임무다.

물론 UAV의 설계가 개선될 때마다 그 역할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근접 항공지원 외에도 원격 조종되는 UAV가 할 수 없는 임무는 부지기수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가까운 미래에 UAV가 맡기에 불가능한 것들이다.

공중전이 그 실례다. 잘 훈련된 조종사와 무기시스템 통제요원을 태운 최신예 전투기와 동일한 성능의 UAV를 설계·생산하려 한다고 생각해보자. 공중전은 현재의 UAV가 수행 중인 대다수 임무, 예를 들어 탈레반 집결지 의심지역을 천천히 선회 비행하는 임무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를 이해하려면 근접 공중전을 펼치는 조종사와 전투기가 갖춰야하는 본질적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일단 조종사는 적기의 출현을 감지해야 한다. 이후 적기의 능력을 평가하고, 적기가 수초 후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측해야 한다. 그런 다음 예측에 맞춰 위협을 피할 수 있는 위치로 자신의 전투기를 이동시킨 뒤 무기를 발사, 무력화시켜야 한다.

실제 공중전은 바로 이 같은 기본 틀에 무수한 변수들이 추가로 개입된다. 날씨, 지형, 연료 잔량, 조종사의 감정, 교전 수칙, 다른 아군 및 적군 전투기들과의 거리, 아군기 및 적기에 탑재된 무기 등이 그런 변수다. 적기의 기동에 대응하며 엄청난 속도와 중력가속도를 이겨내고 선회와 상승, 하강을 반복하는 동안 조종사와 무기시스템 통제요원은 이 모든 요소들을 감안해 매순간마다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런 급격한 공중기동은 공대지 공격에서도 요구된다. 필자는 파키스탄 국경 인근에서 적들에 의해 사면초가에 빠진 미군 부대를 근접지원했던 F/A-18 조종사의 경험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폭탄 투하 각도를 결정, 적들에게 폭탄을 떨어뜨리고는 파키스탄 영공 침범을 막기 위해 거의 수직으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UAV는 어떨까. 현실적으로 UAV의 고속 정밀기동은 이른 시일 내에 실현 불가능한 영역에 머물 개연성이 크다.

핵 연구시설 등 주요 목표물로 가는 길은 난공불락의 방어선이 쳐져 있다. 대공포와 대공미사일이 무수하게 날아오고, 전파방해에 더해 긴급 출격한 적 전투기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런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UAV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작용과 반작용
UAV가 유인기의 역할을 대체하려면 할수록 크기는 커지고, 스텔스 능력은 저하된다. 실제로 무기를 갖춘 MQ-9 리퍼[아래]의 전폭은 F-22 랩터[위]의 거의 2배에 이른다.





분명 전투기 조종사들은 위험지역에서 공군의 임무를 대신 수행해주는 UAV를 칭찬한다. 그러면서도 UAV가 향후 어떤 설계상의 난제에 직면할지도 잘 알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첫 번째 난제는 다양한 센서를 통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센서들이 수집한 방대한 정보로부터 의미 있는 데이터를 찾아 원격지의 UAV 조종사가 UAV 및 주변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

설령 모든 정보를 즉시 조종사에게 전해주는 센서 팩이 개발된다고 치자. 그래도 UAV와 멀리 떨어져 있는 조종사가 유인기 조종사만큼 신속 정확하게 위험을 평가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데이터의 순서를 실시간으로 정리해주는 알고리즘의 작성은 거의 불가능할지 모른다.

특히 유인 전투기 조종사가 내리는 결정에는 동체에서 전해지는 느낌, 훈련량, 경험 등 소프트웨어는 백만 번 죽었다가 깨어나도 소화해낼 수 없는 요인들에 의해 상당 부분 좌우된다.



두 번째 난제는 타협의 한계에서 오는 설계상의 장벽이다. UAV의 기동성을 높이려면 대형 엔진이 필요한데 엔진 크기가 커지면 동체 크기 및 중량도 늘어나 더 많은 연료를 실어야 한다. 이는 항공거리, 체공시간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추가적인 센서 탑재는 UAV의 외관 디자인을 바꿔 스텔스 능력을 떨어뜨릴 개연성이 크다. 지금까지도 UAV는 새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동체 외관이 바뀌었으며 외관이 바뀔 때마다 제조단가가 올라갔다.

최근 제9항공모함 비행단장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파병됐다가 돌아온 데일 호란 대령에 의하면 이보다 더 큰 난제도 있다. 이 난제에 비하면 센서, 소프트웨어, 설계적 맹점은 UAV가 맞닥뜨릴 작은 걸림돌에 불과하다.

호란 대령은 UAV의 진짜 난제가 프로그래머의 작업실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래에는 UAV 조종사가 원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센서 팩이 개발될 수도 있어요. 데이터 전송속도가 배가되고 탁월한 알고리즘이 작성돼 원격조종으로 고속 정밀기동이 가능해질 수도 있고요. 그렇더라도 UAV는 피할 수 없는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바로 인터넷 트래픽이 과도하게 늘어나거나 데이터 링크가 단절되는 상황이죠. 이때 UAV는 바보로 전락하게 되요."

현대의 전장에는 UAV가 날아가기 어려운 지역, 감내하기 힘든 임무가 있다. UAV와 유인 전투기가 다시 한번 하늘에서 맞대결을 펼치더라도 UAV가 할 수 있는 일은 격추당하기 전까지 줄행랑을 치면서 적기를 관찰하는 것밖에는 없다.



야수의 몰락
작년말 '칸다하르의 야수'로 불리는 미군의 스텔스 무인정찰기 'RQ-170 센티넬'이 이란군에 의해 격추됐다. 센티넬은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 작전에도 투입되며 명성을 떨쳤지만 추락 후 이란군에 '생포'되는 치욕을 당했다.

UAV를 원격 조종하며 치열한 공중전을 치르는 조종사에게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취합·전달하는 센서시스템을 설계하려면 엄청난 데이터를 양방향으로 실시간 전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1,600㎞ 밖에서 야간에 악천후 속을 날고 있는 UAV를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UAV가 비행 중인 공간에는 여러 고도에 걸쳐 아군 군용기와 민간항공기들이 수시로 이동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UAV가 적에게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의 신호강도가 떨어지거나 주기적으로 끊긴다면 어떨까.

F/A-18을 운용하는 미 해군 제41전투공격비행 대대 소속 프란 카탈리나 소령은 이렇게 말한다.

"UAV를 언급할 때 가장 큰 한계는 다름 아닌 '접속'입니다."

UAV의 신호가 약화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적의 의도적 전파 방해, 자연환경에 의한 신호 간섭, 장비 오류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들 모두가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데이터 링크
UAV의 무선신호가 약화되거나 데이터 링크가 끊긴다면 UAV는 바보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전투에 대비해 훈련을 받은 조종사라면 익히 알겠지만 이를 감당해낼 수 있는 UAV는 현재 단 한 대도 없다. 때문에 이 같은 위험한 작전은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그에 걸맞은 성능의 유인기와 이 임무에 맞춰 수십 년간 훈련해 온 조종사 및 무기시스템 통제요원의 몫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이렇듯 현대의 전장에는 분명 UAV가 날아가기 어려운 지역, 감내하기 힘든 임무가 있다.

미그기에 의해 격추 당한 헤르메스 450의 영상은 현 상황이 근시일내 변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시켜 주는 증거다. UAV와 유인 전투기가 다시 한번 하늘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되더라도 UAV가 할 수 있는 일은 격추당하기 전까지 죽어라고 줄행랑을 치면서 적기를 관찰하는 것뿐이다.

물론 언젠가는 UAV도 복잡한 현대 공중전 시스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올 것이며 종국에는 적기와 대공포가 잔뜩 밀집해 있는 상공으로 날아가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에도 UAV 곁에는 항상 유인기가 동행하고 있을 것이다.

STORY BY C.J. CHI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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