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니크는 두 사람의 얘기를 들으며 값싸고, 신뢰성 높으며, 배터리로 작동되는 X레이 기기가 있다면 산간오지나 정전 시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 2년 동안 그는 닉시 관(Nixie Tube), 낡은 옷가방, 체인 톱 오일, 그리고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전자부품들을 가지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었다. 15세의 고교생이 혼자 하기에는 너무 벅찬 프로젝트였지만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
당시 뮤니크는 인터넷으로 쿨리지 관(Coolidge tube)의 과학적 원리를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대다수 상용 X레이 기기에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핵심부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본적 원리를 이해한 뒤 중국산 쿨리지 관을 하나 구입했다.
"이후부터는 마치 퍼즐을 맞추듯 작업해야 했어요. 제작 설명서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요."
그는 X레이 기기를 크게 두 개의 박스로 분리해 케이블로 연결했다. 전자기기들을 넣은 제어박스와 X선관 및 고전압 부품 드라이브를 담은 박스가 그것이다.
또한 배터리만으로는 충분한 동력 공급이 어려웠기에 전압 증배기도 필요했다. 그래서 입자가속기용 시스템을 차용했다.
구체적으로 교류 전류가 연결되면 전류는 최대로 축전된 전하 저장 축전기를 통과한다. 그런 다음 전류의 극성이 역전될 때 전하 계전 다이오드를 지난다.
이렇게 증가된 전하가 축전지에 저장돼 있던 전력과 힘을 합쳐 전압을 높이는 원리다.
뮤니크는 웹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든 돈으로 이베이에서 이런 장치 4개를 연결하는데 필요한 축전기와 초고속 다이오드를 구입했다.
이들 장치 덕분에 전압은 고품질의 X레이를 방출할 수 있는 수준인 7만5,000V까지 상승한다.
현재 18세가 된 뮤니크는 그동안 펜이나 하드드라이브 같은 물건들을 촬영했지만 이론적으로 이 기기는 사람의 손이나 팔다리를 촬영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는 700달러였던 제작단가를 200달러 이하로 낮추고 내구성을 높여 상용성을 높일 계획이다.
물론 현 수준만으로도 자신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대학의 입학사정관을 감동시키기에는 충분하지만 말이다.
이미징
X선관 내에서 고압 전류가 텅스텐 표적을 향해 전자를 보낸다. 전자들이 표적의 원자에 부딪치면 에너지를 잃고 X선을 방출한다. 이 X선이 피사체를 통과하며 그림자 이미지를 만든다. 일반 X레이 기기는 이 이미지의 촬영을 위해 평판 방사선 검출기를 쓰지만 가격이 6만5,000달러나 된다. 이에 뮤니크는 이온화 된 방사선이 닿으면
형광색으로 변하는 플라스틱 섬광막(scintillation screen)을 사용했다.
안전제일
뮤니크는 방사선량 측정용 가이거 계수기도 직접 제작했다. 측정 결과, X선관에서 나온 방사선량은 예측한 수준 이내였으며 후방산란방사선 등 원치 않는 곳에서 나온 방사선량도 극히 적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오직 실외에서, 그것도 집 뒤의 숲을 향해서만 X레이를 발사한다. 실내에서 사용하면 일부 X선이 벽에 반사돼 되돌아올 수 있어서다. 그는 또 기기에 별도의 스피커를 설치, X레이 발사 시 경보음이 울리도록 했다.
절연
체인 톱 오일로 채워진 플라스틱 접합 박스에 모든 고전압 부품과 X선관이 들어있다. 뮤니크는 오일 속에 두 개의 금속판을 넣고 전류를 흘려보내 절연능력을 실험했는데 최대 10만V까지 문제 없었다. X레이 기기의 전압이 75,000V이기 때문에 접합 박스나 여타 부속품이 고전압에 의해 타버릴 가능성은 없다.
디자인
케이블로 연결된 두 개의 옷가방에 구성품들이 들어있다. 가방 뚜껑에는 구멍을 뚫어 전원스위치, 전압·전류계, X선 노출시간 조절 다이얼, 닉시 관 디스플레이를 부착했다. 닉시 관 디스플레이는 노출시간을 10분의 1초 단위까지 계측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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